며칠 전, 우리 팀이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내 귓가에 들린 말은,
“우린 최정예부대를 뽑아야 한다!”
라는 팀장님의 처절한 한마디였다.
겨우 뜬 실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젊고 훤칠한 편에 속한다고 여겨지는(공인까지는 아니지만..)
몇몇 남자 매니저님들이 비장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불쑥불쑥 손을 들고 있었다.
팀장님은 그 중 딱 셋을 꼽았고(오! 쟈니 매니저님도 뽑혔다!),
뽑히지 못한 이들은 마치 전쟁 중에 상관으로부터
“가족을 생각해 남게나...”
라는 말을 들은 병사들처럼 못내 아쉬워하며 들었던 손을 거두어 키보드 위에 슬며시 올려놓았다.
어느새 잠잠해진 분위기, 금세 퇴근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팀장님과 세 명의 매니저님들은 수심 가득한 얼굴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몇몇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들을 향해
부디 살아서 보자는 비장한 한 마디를 힘겹게 던지는 풍경이 펼쳐졌다.
왠지 너무나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당하여
그 날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물어볼 수조차 없었다.
.
다음날,
팀장님을 비롯하여 전장에 나섰던 세 명의 매니저님들은...
무언가 심신에 강한 타격을 받은 듯 보였다.
오후가 되어 겨우 힘을 낸 쟈니 매니저님에게 자초지정을 물었다.
매니저님은 몸을 돌려 키보드를 따각따각하더니,
싸이월드 T로밍팀 클럽의 한 게시물을 보여줬다.
글을 읽어 내려가던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하였으니…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 (7-술)
술이 왠수다~~~
어제 한산도 대첩에 버금가는 인천김포 대첩이 있었다.
100 명이 서로 술을 먹이려고 ㅋㅋ 다투는 모습은
백만 대군이 싸웠던 적벽대전 보다도 훨~~치열한 전투였다고 할 수 있다.
T타워에서 파견된 10 여명의 소수 정예 부대...
잘 나가는 로밍팀 총각 3명과 (잘 나간다는 부분에 대해 인정 안하는 분도 계시지만...)
젊고 잘생긴 본부의 신입사원 3명까지 (물론 잘생겼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지만...)
긴급 투입되어 장렬하게 싸웠지만...
인천,김포,로밍지원센터의 놀라운 화력에 모두 처절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나를 포함한 몇 명의 유부남들은 총각들에 밀려서
괜히 인기도 없이 술만 쳐 마셨는데 상대적으로 멀쩡한 총각들보다 오늘 더 힘들다.
물론 가장 처절하게 부상을 당한 사람은 바로 나...
이거 기분 좋다고 마신 술 땜에 속이 완전 녹아 버릴까 걱정이다.
적당히 마시는 술은 아주 좋다.
몸과 마음이 적당히 느슨해지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근데...
주량이 5잔인 사람이 주량이 5병인 사람과 같이 술을 마셔야 되니...
마치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랭이가 찢어지는 꼴이다...ㅠㅠ
더구나 인정사정없이 술을 먹여되는 분들 땜에 늘 주량을 오버하게 된다.
인천, 김포에도 내가 피하고 싶은 몇 분이 계신다.
모모 선임을 비롯...이미 아는 분들은 알고 있지만 차마 이름을~~~
담에는 나를 괴롭히는 이 분들 휴가 때 긴급 모임을 소집할 생각이다... ㅋㅋ
비록 몸이 괴로워도 맘은 해피했으니 또 요 넘의 술을 마시게 되나 보다.
어제 같은 대첩을 앞두고는 최소한 전후 일주일은 금주 기간이다.
근데 이번에는 앞에도 또 담주에도 행사가 많다.
걱정이 앞선다...ㅠㅠ
사람이 좋아서 술을 마시는 나의 슬로건은 술은 적당히 ^^
이런, 결국은 과음이었구나! -_-
우리 팀 사람들과 한바탕 전투를 치른 로밍지원센터의 아리따운 여직원들,
과연 팀장님과 매니저님들은 행복했을까, 아님 두려웠을까...
바로 쟈니 매니저님에게 물어보았다. 대답은...
“다시 그 모임에 가자고 한다면, 아마 일주일 동안은 진저리를 치겠지만, 그 이후에는 또 솔깃하지 않을까?”
뭐야... -_-
이 클럽은 공항 등에 있는 로밍센터 직원들과 업무공유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만든 곳이다.
팀장님은 이곳에 종종 글을 올리고 계신다.
글을 읽다 보니 평소의 팀장님(한 깐깐하신...)과는 다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느낄 수가 있었다.
몇 번이고 팀장님 자리를 돌아보았다.
과음의 상흔으로 책상에 엎드려 계시는 그 인간적인 모습에
이제야 이 글들이 팀장님의 손끝에서 나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ㅋ
앞으로 종종 이 블로그를 통해 클럽에서 퍼온 팀장님의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나저나 어쩌나, 계속 글을 읽다 보니 팀장님이 점점 멋져 보이려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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