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우울하게 내리는 장마철...
우울해진 나는 회사에서 부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를 부리기로 했다.
회사 내 편의점인 OK마트에 가서 추억의 크리미빵을 냉큼 집어 들었다. 후훗
종종 크림을 걷어내시고 드시는 분들을 발견하는데...
그럴 때 나는 분노한다. 크림을 걷어내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그 사람의 인간적인 매력은 급감한다.
역시 빵은 흰 우유와 먹는 것이 정석! 최고의 만찬의 순간!
희열에 가득 찬 눈빛으로 진열대의 마지막 남은 흰 우유를 잡는 순간 파바박- 격렬한 마찰!
우리 팀, 에릭 매니저님이었다.
바로 나는 ‘아이고, 어서 가지고 가시라며 굽신굽신’
에릭 매니저님은 ‘아니라며, 나는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는’
아름다운 선후배의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데
그 장면을 목격한 마트 아저씨께서는 의아한 눈빛으로 저 쪽에서 흰 우유를 가져와
진열대에 차곡차곡 넣으셨다. 순간의 정적 그리고 곧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웃음.
왠지 모를 동지애 비슷한 것이 솟아난 나는
크리미빵을 하나 더 사서 에릭 매니저님께 선사했다.
아까 슬쩍 보니 에릭 매니저님은 크림을 걷어내는 비신사적인 행동은
하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 이런 걸 보고 우린 ‘된 사람’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응? @_@
요즘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는 11개월 된 사랑스러운 딸의
아빠이기도 한 에릭 매니저님은 아이랑 잘 놀아줘야 한다며 회사 근처로 이사를 오든지 해야겠다고 하셨다.
오오
역시 크림을 걷어내지 않는 사람은 좋은 아빠가 될 자질이 충분해. 라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고
있는 나였다.
하지만 틀린 적이 없어. 크림을 걷어내고 먹는 사람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안 좋았던 기억이었지.
여러분도 저처럼 이런 편협한 가치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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