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은 두렵지 않아
눈물은 참을 수 있어
하지만 홀로된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해
-변진섭의 '홀로 된다는 것'中
보경이는 갔다. 이제 나 홀로 남았다. 원래도 혼자 여행 잘 다니는 성격이라
뭐 그렇게 그게 크다지 외롭진 않았다.
보경이는 영국 유학중이지만 (지금은 한국에 돌아왔다)
마치 그냥 친구 오랜만에 보는 애 같았다.
오히려 서울에 사는 애보다 더 자주 만나는 듯 싶다.

미적 미적 일어나 싱글룸으로 바꾸고
뭘할까 싶다가 론리플래닛에 나왔던 저 끄트머리에 있던
비치가 하나 눈에 띄었다.
그 이름은 코파카바나라는 해변...듀브로브닉을 가는 사람들이
몇 이나 이 해변을 갈까싶지만.
이 지역으로 자주 휴가를 오거나 잘 아는 사람들은
이곳에 자주 가는 듯 싶었다.
필레게이트쪽으로 갔다. 필레게이트가 바로 이 올드타운의 서쪽 문인데
여기에 저번에 말한 그 클럽도 있고 버스 정류장도 있다.
물어보니 6번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한다.

10시 반이 좀 넘어 6번 버스를 타고 한 아줌마에게
어디서 내리면 되냐고 묻자 아줌마는 다행스럽게도
자기도 거기서 내리니 자기를 따라 내리라고 한다.
그 바닷가까지 대략 2~30분이 걸리는듯 싶었다.
내려서 쭉 걷다보니
옆에 건물 공사를 하는 곳이 많았다.
여기 듀브로브닉이 효도관광으로도 참 많이 오지만
신혼부부들에게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
이런 호텔 공사를 많이 한다고 얼추 들은 것 같다.
길을 따라 죽 내려가다보니 아이스크림을 하도 많이
처먹어서 그럴까 배가 급 아파왔다.
커피숍 화장실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에
커피숍에서 대강 아무거나 시키고
시원하게 볼일을 봤다.

뭐 이렇다할...뭔가 썰렁하고 한물간느낌?
아니 끝물의 느낌인 쇼핑몰이다.
그래서 뭐 나름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왔는데
이게뭔가...하는 느낌에 쭉 걸어 내려가다보니

제법 조촐(?)하고 예쁜 바다가 나왔다.
비록 여행기의 끝물 같았지만 그래도 제법 사람이 있었다.
멋진 풍경과 시원한 바다
비치타올을 안가져 온게 흠이었지만
대충 입고 있던 티를 깔고 누워 있었다.
뭐 좀 쌀쌀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이것 또한 참을 수 있다.
햇볕이 비출때면 다시금 따뜻해지니까 말이다.
수영복을 입고 누워있었다.
외국엔 뚱뚱한 사람이 많다던데
지금 여기엔 적어도 몸이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은거 같다.
누웠다 엎드렸다 몸을 적당히 구워가며 여행일지를 쓰다가
수영을 하기로 결심하고 바닷물에 들어갔다.

수영을 하려고 들어가니 여긴 바닥이 더 큰 돌덩이들이었다.
자갈정도만 되도 수영못하는 내가 물장구 칠정도는 되는데
좀 심하게 큰 돌들이었다.
후후 내가 그래서 이럴줄 알고 준비해 온게 있었다.
튜브가 없는 것을 안타까워 한 나는 굿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게 되는데
바로 기내용 베게
왜 비행기나 버스를 장시간탈 때 목에다가 목베게 같은 것을 하는 것을
다들 알것이다. 그걸 그냥 목베게라고 해야할지..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바로 그것을 가져온 것이다.
그 목베게에 바람을 잔뜩 불어 튜브처럼 사용헀다.
물속에 들어가서 목에 걸치고선
저 푸른 하느를 보며 배영을 하는 것이다. ㅋㅋㅋ
궁하면 정말 방법은 어디에나 다 있다.
옆에 꼬마애는 팔뚝에 끼는 불편한 튜브를 하고 있었는데(다 부모욕심이지 ㅋㅋ)
나를 매우 부러운듯 쳐다보고 있었다.
뭐...나이에 걸맞지 않게 뭔가 좀..뽀대는 안나지만
나의 이 현명한 머리에 스스로 흡족해 하며
알게뭐냐는 식으로 유유낙낙 그렇게 해수욕을 즐겼다.

남들은 인도니 트레킹이니
젊을 땐 사서도 한다는 고생과는 거리가먼
이런 신혼여행같은걸 혼자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거 왠지 씁쓸하구만...
해수욕을 즐긴뒤..혼자 꼬치구이를 시켜
배가 터지게 먹고선 터덜터덜 버스정류장으로 돌아갔다.
버스를 타니 아까 같이 왔던 아줌마가 또 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거 왠지 살짝 부끄럽네

터덜 터덜
코파카파나는 도심에서 약간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 그런지
한적하게 돌아가는 버스길이
왠지 운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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