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럽 이야기를 쓸 때 단점은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플래쉬 팡팡 터뜨리며 찍기도 뭐하고
또 놀때 사진기 신경쓸려면 제대로 놀지도 못한다.
같은 클럽을 세번은 가준다면야 하루이틀 놀고
마지막 날 사진을 찍겠는데..
그것 또한 사람들이 좋아할리 없다.
그래서 사진과 무관한 클럽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란다.

한국 여행 책에도 나와있을테지만
론리플래닛을 보면 크로아티아 내용만 한권짜리가 있기에
그 책을 열심히 들여다 봤다.
물론 다 영어다...내가 이와중에 영어를 해석해야하는가 하는 슬픔에 잠겨있었지만
궁하면 통하는지 그런 내용은 아주 쏙쏙 들어온다. ㅋㅋㅋㅋ
올드타운이 둥글게 있다고 칠때 오른쪽 문끝에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라 푸에고'라는 클럽!
아아 타겟은 정해졌다.

올드타운을 한바퀴 돌아보고 슬슬 밤이되어 클럽에 가려했다.
그때 시간이 대략 9시쯤 이었던것같다.
막상 클럽에 가니까 아니 10시에 문을 연다는 것이 아닌가.
역시...클럽 답다.
숙소에 갔다가 들어가려 했는데
우린 알고 있었다. 이상태로 숙소에 갔다가는 둘다 뻗어서
귀찮아서 안나올것이란걸.
그래서 우리는 살짝 쌀쌀하긴하지만 꾹 참으면서
클럽이 문이 열기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클럽 옆에 보니까 이런 전광판이 있었다.
사진을 찍어보니 의외로 재밌고 이쁜 사진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둘이 신나서 온갖 폼을 잡으며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럴때도 상대성의 원리를 뼈저리게 느끼는 바이다.
클럽에서 놀때는 한시간이 일분같은데
클럽을 기다리는 맘은 일분이 한시같간다는 걸...
사진찍는 것도 잠시잠깐뿐이고
지겨워진 우리는 뭔가 재밌는게 없을까 하다가
음식을 생각해봤다...

바로 한국의 음식..ㅜㅜ
피자만 있는 이곳에서 그런 음식들은 상상만해도
행복한 것이였다.
사람이 어떻게 냉면없이 살 수 있을까
사람이 어떻게 김치없이 살 수 있을까
이탈리아 남자와 백번 결혼은 해도 이탈리안 음식과는
결혼할 수 없다는건 너무 논리적 비약이 심한가? ㅋㅋ
10:05분이 되었고
시뻘건 불빛이 비춰지고 있는
다소 들어가기 무서운 그곳에 들어갔다.
준비를 하고 온것이 아니라 다소 충동적으로 가게 된 곳이라
우리의 행색은 추레했다.
그래 한마디로 꿀렸다.
그리고 그 클럽엘 들어간 순간!
여자애들의 옷차림새가 심상치들 않다.
어디서 다들 그렇게 기어 나온건지,
추워 뒈지겠는데도 나시티, 훌렁훌렁, 짧은치마, 진한 화장
한국 나이트 죽순이들과 다를게 없었다.
남자애들 패션도 마찬가지로 간지가 좔좔..ㅜㅜ
게다가 어찌나 드세보이는지
여자애들은 거침없이 남자들에게 들이댄다.
그남자애들한테 어줍짢게 껄떡댔다간
비싼돈주고 크로아티아까지 갔다가
인터네셔널 귓방맹이라도 한대 맞을 기세였다.
보경이는 자신이 너무 초라하다며
이럴줄 알았으면 스모키 화장이라도 했어야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고,
결국 우리는 댄스플로어가 아닌
윗층의 조용한 곳에서
찌그러져 한잔 마시기로 한다.
어디서 줏어들은건 있어가지고
마가리타와 섹스온더비치라는 칵테일을 한잔시켜
수다를 떨며 마시고 있었다.
그때 종업원이 다른 술 두잔을 준다.
오오 이게뭐야 이게뭐야
이게뭐냐 물어보니 드라마에서나 보던 종업원의 대사
"저분께서..."

그는 놀러온 독일남자.
보경이와 영어로 통하니 전공 등 이것저것 얘기를 했다.
나는 대충 알아들은것과 얘기할 수 있는 것만
뜨문뜨문 대답했다. 그 얘기할 수 있는 주제는 대충
피씨게임..스타크래프트, 둠, 메달오브아너 등이였다....
그러다가 나름 독일사람이란게 다시금 상기되어
분위기 좀 업시킬려고
'구텐탁'이라고 크게 얘기했는데
그의 반응은 ...

그렇다.
내가 그렇게 말한것은 마치 군인이
일반인에게 "안녕하십니까!!" 라고 크고 어색하게
말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식이라며 개망신과 함께
부드러운 언조로 "쿠텐탁"이라고 말해야 한다는
사족도 친히 첨가해주셨다.
그는 계속 조금있으면 자기친구가 올것이라며
친구가오면 gil's 라는곳( 라 푸에고라는 곳을 오기전에
갈려고했던 바로서 너무 고급스럽고 비싸보였다. 그곳 위치는
올드타운 필레게이트 반대쪽 끝쪽이다)에 가자며
우리를 끈질기게 꼬셔댔다.
그러나 시간도 늦었고 그의 뻔한 수작은
크로아티아의 바닷물처럼 뻔히 들여다 보였으므로
내일을 위해 가야한다며 자리를 일어났다.
또 모르지. 나 혼자였다면 순순히 따라갔을지....도...
계속해서 좀만 기다렸다가 같이가자고 꼬시며
술도 두잔이나 더 사줬는데 후우..
대충 전번을 교환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공든탑, 아니 공든 술잔이 무너지는 순간이였겠지...
그날 이후 보경이가 먼저 영국으로 떠나고
나는 이틀 더있고 마지막날 저녁에 하도 할게 없어서
클럽에 한번 더 갔다.
갈까 말까 망설였던게 그 독일 남자가 또 있을까봐
걱정 되었찌만 어짜피 마지막날 그인간 내가 언제 또 볼것도 아니고 해서
에라 모르겟다하고 다시 들어갔다.
12시 전에는 음료가 제법싸다
한잔에 25KN하는 케리비안 한잔을 마시며 가만히 있다가
다시 한잔 더 마시려 하자 아까부터 저 구석탱이에 혼자 서있던
배나온 할배가 말을 걸기 시작한다.

국적으 USA 일하러 왔고 내일 몬테네그로엘 간다..
자기는 교수고 전공은 재료과학? 등등 별 궁금하지도
않는 자신의 신상명세를 줄줄 푼다.
영어도 안되서 짧게 대답하는데
어디서 소주한잔 하셨는지 취하셨는지
자구 내가 서있는 쪽으로 밀어대며 다가왔다.
교수라는것도 별로 믿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그가준 명함으로 회사에 돌아와서 찾아보니
정말 그는 그학교 교수였다.
여튼 그는 계속 친구가되어 행운이다라고 말했다
처음엔 아름다운 영화속의 한장면 처럼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을 누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어라 가만 들어보니 계속 같은말을 반복하고 있다.
술취해서 똑같은 얘기 또하고 또하고는
동서고금을 막론한다는 진리를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나에게 칵테일을 한잔 더 사줬다.
그 후에 카자흐스탄 남자도 한잔 마시겠냐고 했는데
그들의 호의나 수작은 술한잔을 사주는게 문화인거 같았다.
고건 차암 마음에 들었다.
할아버지가 귀찮아 대충 춤을 추겠다고
나혼자 플로어에 나갔다.
젊은이들과 뒤섞여 대충 춤을 추는듯하며
흘끗 흘끗 그 할아버지가 있을 쳐다보니
그 할배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혼자 공씨디라도 구우러 가신걸까
알게뭐람.
춤이라도 격하게 춰볼까 했지만
음악도 뭐 다들 알수없는 음악이라
솔직히 흥이 안났다.
뭐 코요테나 엄정화 노래라도
한판 나와주면
까지껏 미친척하고 한번 춰줄텐데...
라고 생각하고 있을 찰라...!

빠바바바 빠바바~
빠바바바 빠바바~
쌍박!
바로그렇다!!
무한도전의 쌍박송!!
여러분 기억하실런지?
예전 무한도전에서 거꾸로 말해요 아하 게임할때
쌍박 걸고 틀리면 나오던 그 음악..!
맘 같아선 방석이라도 꺼내서
도리도리 춤을 추고 싶은 마음이 정말
인 마이 바텀 오브 하트로부터 끓어올랐지만
그럴 수 없는 이 마음을 그대들은 알까

그렇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심의 쌍박 아니 쌍눈물을 흘리며
클럽의 밤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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