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행 2] 옹박과 구렁이가 나를 불렀다 2

일상 속 여행/아시아 / 오세아니아 2009. 4. 15. 19:48


꼬 사무이에서 무엇을 하고 싶나요
?

 


방콕에서 밤새 달려온
2층 버스가 나를 내려준 곳은 춤폰이란 곳의 선착장이었다.

시간은 새벽 5시, 우리를 태울 배가 정박중이었다.

이런 새벽, 이렇게 허름한 동네에서 배를 타려니 마치

밀항을 시도하는, 혹은 납치되어 멸치잡이에 나서는 아침 같은 억지로 상쾌한 기분에 휩싸였다.



 




한 시간쯤 배에 몸을 싣고 흔들흔들 가다 보니 속이 좀 뒤집혔다
.

이 배는 꼬 따오를 거쳐 꼬 사무이로 들어가게 되는데

꼬 따오는 이렇다 할 번화가는 없지만 해양스포츠를 목적으로 하는 이들이 즐겨찾는 곳이고

꼬 사무이는 번화가와 함께 배 타고 좀 나가면 해양스포츠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속이 울렁거려 결국 바람을 쐬기 위에 선미로 나왔다.

그런데, 그곳에 한국인이 있었다.

어쩌구 저쩌구 얘길 하다보니 그녀는 꼬 따오에서 스쿠버 다이빙 강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회사 생활하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태국에 오게 됐는데 우연히 하게 된 스쿠버 다이빙,

그 물 속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아예 정착을 하게 됐다고

그런데 수영은 못한다고 한다. 아... 수영을 못해도 스쿠버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거구나!

 

한 세 시간 정도 배를 타고 오니 드디어 꼬 사무이의 선착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차웽에 도착, 방갈로에 짐을 풀었다.



 

잠시 방에서 쉬고 나와 꼬 사무이의 판타스틱한 여행 코스를 짜기 위해

아담한 현지 여행사에 들렀다. 귀여운 여직원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1인 여행사였다.

 


(귀여운 목소리로..)

직원 : 꼬 사무이엔 뭐 하고 싶어서 왔나요?


노민 : 스노클링 하고 싶어요!


직원 : 그럼 내일 아침 7시에 출발하는 스노클링 패키지가 있어요. 체크!


노민 : 그리고 바다낚시도 하고 싶어요!


직원 : 오늘 저녁 7시에 출발하는 밤낚시 코스가 있어요. 이게 그 팜플렛이죠.

(팜플렛에 나온 물고기들은 그 크기로 보아 괴물에 가까웠다. 게다가 선상 바비큐까지?)


노민 : 갈게욧!


직원 : 그런데 너무 무리 아닌가요? 돌아오면 새벽일 건데


노민 : 전 부족한 건 시간이고 남는 건 체력이에욧!

 


그래서 떠나게 된 바다 낚시.

픽업카는 시간 맞춰 왔고 일행은 러시아인인 알렉산드르라는 남자, 그리고 올가와 줄리라는 여자였다.
참고로 알렉산드르와 올가는 신혼여행을 온 부부이고 줄리는 꼽사리로 따라온 올가의 친구였다.
신혼여행을 혼자 따라오다니!


알렉산드르는 자기도 태권도를 배운 적이 있다며 코리아!를 연발하며 내게 코냑을 권했다.

그래서 두어 모금을 마시고 배에 올랐는데 어이쿠 속이 이글이글~





잔뜩 흐린 밤이었다
. 그리고 30여 분 동안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알렉산드르는 연거푸 꼬냑을 들이키며 선미로 가 노래를 불러댔고,

난 돈이 아까워 실례를 무릅쓰고 여행사 직원에게 전화를 했다.


물고기가 안 낚여요. 돈 물어줘욧!


안 됩니다. 딸깍

 

이런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선장은 집어등을 켜고 빛으로 물고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인 물고기를 뜰채로 떠내기 시작했다. -_-;;

그런데 불빛 때문인지 내가 드리운 낚시에도 한 마리 두 마리 물고기들이 잡히기 시작했다.

 

갑자기 술에 취한 알렉산드르도 낚싯대를 가져와 마구 던져댔지만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쏘리 알렉산드르, 벋 아이 엠 피셔 퀸!이라 위로를 해주려 했지만,

주먹 큰 알렉산드르한테 맞을까봐 배시시 겸연쩍게 웃기만 했다.

그렇게 평화로운(?) 파도 속 야행은 막을 내렸다.



야홋
! 스노클링~

 

아침이 왔다! 억지로 졸린 눈을 치켜 뜨며 몇 시간 만에 또 픽업카를 탔다.

이번 멤버는 네델란드인 모녀와 벨기에인 노부부와 젊은 부부, 그리고 덴마크인 일가족

와우~ 역시 현지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해야 이렇게 글로벌한 여행이 되는구나!


간단한 아침식사 후 스피드보트를 타고 앙텅해양국립공원으로 향했다
.

앙텅해양국립공원은 우리나라로 치면 한려수도해상국립공원이라고나 할까?

깨끗한 바다와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져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첫 코스로 꼬 메꼬라는 섬의 탈레나이 호수
(이곳은 영화 <더 비치>의 배경이 되었던 곳)를 돌아보고

 



두 번째 코스로 이름 모를 섬
(혹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섬 -_-;)에서 카약을 타고

(카약을 타는 장면이 담긴 아름다운 사진은 없다 카약이 뒤집혀 카메라가 수장되는 바람에..)

 

그리고 메인코스, 스노클링!

사람들이 하나둘 스노클링 복장으로 훌러덩훌러덩 옷을 갈아입는데, 벨기에 할아버지의 한쪽 다리가 의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괜히 좀 불안한 맘이 들어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노민 : 할아버지, 괜찮으시겠어요?


할아버지 : 하하하~ 난 오히려 물 속이 편해요.

 


, 생각을 해보니 그 말이 맞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몹쓸 놈의 선입견!

 


아무리 구명조끼를 입었다고는 하나
, 수영을 못하기에 배 위에서 바들거리고 있는데

네델란드 꼬마들은 구명조끼도 안 입고 풍덩풍덩 물에 뛰어든다. 어마낫! 멋지잖아!

용기를 얻었다기 보단 창피해서 나도 뛰어들었다.


그리고 느린 속도(의도는 아니지만..)로 이동을 하며 머리를 푹 담근 채 바닷속 세상을 바라봤다.
어이쿠 이런 세상이 있었다니!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서 헤엄치는 색색의 물고기들, 그리고 기러기처럼 열을 지어 이동하는 오징어 떼..
모든 풍경이 너무나 낯설고 아름다웠다. 꼬 사무이로 오는 배에서 만났던 그 스노클링 강사가 떠올랐다.
나도 이곳에 말뚝을 박을까나

(만일 그랬으면 T로밍 팀으로선 큰 손실이었겠지? ㅋㅋ 아닐까.. -_-)

 



한 시간 반 동안의 자유유영을 마치고 우리를 태운 배는 부리나케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번화가 구경을 다니고 약간 무리를 하여 맛난 생선요리도 먹어보며
여기 혹시 천국 아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만 역시 그 단서는
돈만 있다면
.



그렇게 꼬 사무이에서의 이틀째 밤은 저물어 갔다.
 



바이~ 꼬 사무이

 

꼬 사무이에서의 사흘째 일정은 방콕 행 전까지 유유자적이었다.

 


숙소 바로 옆에 해변이 있어서 오전 동안은 그곳에서 굴렁굴렁 놀다가 오후에 선착장에 가서 배를 탔다
.
이번에는 꽤 큰 페리호를 탔는데 한때 바다 위 그 넓다란 하늘을 먹구름이 뒤덮고 거대한 소나기가 쏟아지며 펼쳐지는
장관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방콕 행 버스. 이런... 너무너무 아쉽다. 이 꼬 사무이를 떠나는 게. 흑흑...

 

 

(노민의 태국 여행, 마지막 3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