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키의 베트남 여행기 18 - 집으로

일상 속 여행/아시아 / 오세아니아 2009. 3. 27. 23:34


이번 회는 베트남 여행의 마지막 여행기다
평범한 여행일지라도 혼자여행 했기에 더 생각이 많고
사건사고가(?) 많았던 여행인 거 같다.

보기에 별 사고가 없을 지 모르겠지만
난 마지막에 대미의 장식을 하게 된다.

이 사고와 사진은 무관하니 사진은 그냥 사진대로 베트남의 정취를 느끼시길 바라며
나의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아마도 이 베트남 여행기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버금가는 길이 길이 남을 여행기로...
남지 않을까..나혼자 조용히 생각해본다.








앞서 말한바대로 다랏에서 돌아온 호치민에서 하룻밤을 더 묵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몰랐었던 데땀거리의 싼 미니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결정.
두명이서 자면 8달러씩만 내면되지만...
난 혼자니까 어쩔 수 없이 16달라짜리 젤 싼 방에
들어가게 된다.

에어컨이 없어도 화장실이 비록 좀 후지다 싶어도
뭐 어짜피 하룻밤만 참으면 되는거 아닌가










그래 난 이렇게 누워서 하루만 참으면 된다를 연발하며
잘 나오지도 않는 지지직 거리는 티비를 보며 꾹 참고 있었다
그때 시간 대략 10시가 채 안되었다.

습기차고 후덥지근한 날씨때문에 시원한 콜라며 맥주를 줄창 들이켜
그렇게 지는 달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 뚱뚱한 사람은 밥먹으면서 슬프다고 한다 이유는?
자기 밥이 줄기 때문이란다.
이 유머처럼 나도 여행을 하면할수록 알수없는 아쉬움과 묘한 감정이 떠오른다.
언젠가는 떠나야 할걸 알기 때문인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재밌다가도 며칠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씁쓸해진다.

그래도 꽤 즐거운 경험 많이 했잖아? 라고  위안하며
다음 날을 맞았다.

오후 한시 비행기
제법 일찍 일어나 아침도 즐기고 아쉽지만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베트남 커피도 다시 한잔 쭉 들이켰다.








활기찬 베트남의 아침!
짐을 꼼꼼히 쌌지만 결국 나의 모자는 저 꾸줴줴한 숙소에 둔채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시간은 여유롭게 일찍 도착했다.

도착해 출발편 비행기가 뜨는 모니터를 보니
아시아나 항공 마크가 보이질 않았다.

오태호 노래에 이런가사가 있지.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내가 자주 써먹는 멘트)


그냥 단순히 보이지 않았으면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안떴겠지라고
생각하는게 처음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자
그 불안감과 뭔가 잘못되었단건...
정신이 아닌 몸으로 먼저 알아 차리고 있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예상했겠지만
난 비행기를 놓친 것이다.!

약간 다급해진 마음으로 나의 이티켓을 들고
직원에게 갔다.

그 직원들은 내티켓을 보더니 이미 이 비행기는 떠났다는것이다
나는 그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나의 몸은 그들의 말을 믿고 있었다.

차오르는 전율은 기쁠 때만 느끼는게 아니다
바로 이순간 나는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티켓을 보니 떠나는 비행기 시간이
01:00 로 되어있었다. 그래 바로 오늘 새벽 1시 비행기였던 것이다...








어떻게 이럴수 있는가
내가 몇 번이고 그 이 티켓을 확인을 했건만
어떻게 01:00 를 오후 한시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인가.!!! ㅠㅠ 

설마 새벽 한시에 비행기가 떠나겠어 라고..
떠나기전에 생각했던 나를 떠올려보니
어처구니가 없어 콧방귀가 절로 나왔다.
당연히 오후 한시면 13:00 이거늘...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서 일까 ㅜㅜ

많은 분들이 읽는 이곳에서 쌍욕을 쓸 수 없지만
이건 도저히 쌍욕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이런  ㅂ ㅅ 같는 짓을 하다니!!
이런 ㅂ ㅅ ! ㅂ ㅅ!'
공항안에서 내 머리를 쥐뜯었다.

다음날 출근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더 문제는 뭔지 아는가?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은 있을까?
있다면 가격은 얼마 일까......













어쨌든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오늘 있긴 있댄다
아시아나는 똑같이 새벽 한시 대한항공은 12시쯤.
'아시아나 항공 데스크 언제 문여나요?"

저녁 아홉시에 연댄다
그때 다시와서 그사람들한테 한번 문의를 하라는 것이다.

...


그동안 난 무얼 해야할까
텅비는 시간이다.
비행기 티켓이 있긴 한걸까 싶어

다시 도심으로 택시를 타고 들어가 피씨방엘 갔다
여기저기 친구들과 회사 동료선배들에게 전화했지만
모르는 번호라그럴까? 그들은 매정하게도 받지 않았다.

피씨방에서 메신저로 접속했다.
하필이면 또 친한 애들은 하나도 접속하지도 않은 것이다.










죽 보니 일년을 가도 한번 볼까말까하고
몇 년을 가도 메신저로 말할까말까한 메신저에 등록된 근 200명 중 한명에게
비굴하게 말을 건다

여차저차해서 이러저러한 사정이 되었으니
니가 서울에서 한번 거기 전화해서 혹시 표가 있나
있으면 얼마쯤 하는지좀 알아봐줄래?

비굴하다.
치사 얍삽하다.
나 평소에 얘기안하다가 부탁하려고만
연락하려는 애들 진짜 싫어했었는데
내가 지금 그꼴이다

다행이 이 긴박한 상황을 친구는 이해해줬고
친히 전화를 해서 다시 메신저로 알려줬다.

확실히 표는 있긴 있고 표는 편도로
대충 50만원...

편도 50만원...
50만원...!
50만원... ...!

내가 왕복을 60만원주고 끊었는데 ㅜㅜ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백만원이 아닌게 어디야.
그래 오십이면...괜찮아
그래...오십이면 괜찮아
그러나 내볼에 흐르는 두줄기의 눈물

낼 회사를 가느냐 못가느냐보다
돈이 더 아까워 지고 있는 순간이였다.

그러나 곧 밀려오는 나의 걱정
헉 내카드...한도 될까?
해외에서 쓰는 한도는 한국에서 쓰는 한도랑 틀린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내꺼 카드 안긁히면 어떻게 될까...ㅠㅠ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였다.








여튼 할 수 없이 기다려야하는게 나의 숙명
도시로 돌아와 피씨방과 커피숍에서 죽때리던 나는
너무 무료해서 구루마니 가방을 짊어지고 밖으로 나왔다

뜨거운 태양ㅡ 후덥지근한 습기
인생의 패배자가 된것마냥 진이 다 빠져버린 나는
이래저래 기운이 다 빠져 근처의 마사지샵에가서 시간을 떄우기로 헀다.

한시간에 삼천원하는 마사지샵을 발견한 나는
진흑속에 핀 꽃처럼 미소를 짓고는 들어갔다
시간도 널널한데
아우 그냥 두 시간 해주세요! 라고 당당히 외쳤다.

싼 이유는 있었다
그곳은 시각장애인들이 하는 곳이였다.










그럭저럭 내몸을 맡기고 시간이 끝난 뒤
그냥 다시 공항으로 갔다.
데스크가 열때까지 눈빠지게 기다렸다가 당장 달려갔다

문제는 조금이라도 싼 곳에 가기 위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두군데를 다 갔는데
둘다 한국말을 하는사람은 있었지만 그게
한국말을...잘...하는 베트남들인이였다.

아시아나항공엔 꽃미남 베트남인이 있었는데
표가 지금 당장 살 수 있는건 아닌데
비행기 떠나기 1시간 전에 알수있다며
근데 거의 자리가 있긴 있다는 것이다

답답해진 나는
"아니 그럼 자리가 있는거에요 없는거에요?"

라고 묻자
"뭐 없을 수도 있고.."
라고 하는게 아닌가?!

"그럼 그때까지 기다리고 만약 없음 어떻게해요?"

"다음날 가야죠 뭐 "

"..."

이런 싹퉁머리없는 놈을 봤나
그것도 아주 실실 쪼개면서 얘기하는데
아주 그냥 주먹이 우는걸 갠신히 참았다.








대한항공으로 와서 물어보니
표도 확실히 있고 출발하는 시간도 아시아나보다 대략 50분정도 빨랐다.
싹퉁머리없는 아시아나 그 베트남 남자애에게 이를 갈며

난 그곳에서 티켓을 사기로 결심했다.
가격은 대한항공이 2~3만원 더 비쌌으나
못탈 수도 있는 비행기를 빠듯하게 기다리느니
당장 내일 출근도 해야하는데
여기서 계산하는게 낫겠다 싶었다.

내 국민카드를 그 아줌마에게 넘기고
그 아줌마는 그대로 카드를 계산하러 어떤 방으로 들어갔다

'몇 개월 할부로 해드릴까요' 라는 그 흔한말도 안한채...








해외에서 쓰는 카드는 할부가 되는지 안되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한국으로 가는 50만원짜리 비행기(편도)티켓을
무슨 남부고속터미널에서 안면도 가는 버스 티켓 끊듯
결제했다.

결제하고 나서도 촉박해서
앞서 말했듯 그 와인때문에 쌩쑈를 하고

비행기를 탔다.

그렇게 내 여행은
오십만원짜리 원웨이 티킷~ 과함께 막을 내렸다.









그렇게 오자마자 출근을 했고,
밉상인 와인을 처밖아 둔뒤
그래도 사진 정리하면서 회상에 잠겨
아픈 비행기 티켓사건을 잊을 때쯤...
나에게 온건

평소보다 오십만원이 더 붙은 카드 고지서뿐이었다.





-그 동안 베트남 여행기를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큰 감사 드리며 조만간 이벤트라도...

다음 번엔 다른 여행기에 앞서서
잠깐 저의 '출장기'를
쓰려고 합니다

많은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