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역시나 허둥지둥 현관을 나섰다.
“엄마, 나 나가.”
평소 같으면 “오냐. 오늘도 부서져라 일하고 오그래이~”라는 말이 들렸을 텐데
어쩐지 조심스럽게 나를 불러 세우셨다.
“응 왜? 뭐 할 말 있어?”
“아니... 딴 게 아니고...”
“아, 뭔데. 나 얼른 나가야 해. 뭔데 뭔데?”
“내일 화이트데인가 뭔가 그거잖아! 너 내일 선이나 봐! 엄마가 다 잘 알아보고 정했으니까
딴 소리 하지 말그래이!”
“으아, 싫어! 무슨 선이야!”
“내일 당장 데리고 올 남자 없으면, 선 보는 거다!

화이트데이에 사탕을 받아 본 기억이라면
곱게 싼 포장지에 들어있던 홀스 사탕 한 롤 정도...
아니면 고객을 위한 배려로 식당 한 쪽에 구비해 놓은 사탕 정도...
아니면 오빠가 고백하려다가 실패해서 다시 집에 가져온 사탕 정도...
회사에서 남자직원들이 으레껏 돌리는 사탕 정도......
이번에는 게다가 토요일이 화이트데이니 그것마저도 없을 듯 하다 @_@
그래 그건 상술일 뿐이라고, 사탕보다는 초콜릿이 맛있다고, 휘둘리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그렇지만!
내일은 어딜 나가도 커플이 아니면 억울한 기분이 텍사스 소떼처럼 밀려올 듯 하니
밀린 드라마 감상이나 해야겠다. <꽃보다 남자>와 <아내의 유혹>은 필수.
저걸 다 보고 나서도 시간이 남는다면
뭘 보면 좋을까 아 정말 ‘행복한 고민’이네 하하 ㅠ_ㅠ
거기 은근히 동감하고 계신 분들 있는 거 다 압니다...
아 근데 엄마한테 무슨 그럴싸한 핑계를 대지?
역시 ‘나 잡아 드소’하고 드러눕는 게 제일인가. 흑흑
쟈니 매니저님은 전혀 아무런 미동도 보이시지 않을 뿐이고
엄마는 네 나이 이제 적지 않다며 빚쟁이가 돈 재촉하듯, 딸 결혼 닦달할 뿐이고
베프라는 S양은 내일 남자친구 만날 때 뭐 입고 나갈까 고민될 뿐이고
여러분은 화이트데이에 뭐하시나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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