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키의 베트남 여행기 10 - 민떰가든 2

일상 속 여행/아시아 / 오세아니아 2009. 2. 26. 23:29





이런 우아한 민떰가든이 이렇게 아름답지만
사실 다랏에서 만난 공익근무요원 두명이랑 술마시고 돌아와서
침대 밑에 토했던 생각을 하면 부끄럽기 그지 없다.
뭐 이 이야기는 뒤에 천천히 하기로 하자.













호텔 내에 있는 화원이 있었다. 각종 화분이나 씨앗 등을 팔고 있었는데,
거기서 일하는 언니들이 어찌나 달라붙어서 사라고 사라고 그러는지 독촉에 못 이겨 두 어개 정도 사고 말았다.

하지만 막상 사서 숙소에 올라와 생각해보니 이런거 들고 가면 반입 안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그런 걸 생각하면서 고민하다니...

우습지만... 내가 제 2의 문익점이 되는건 아닌가 잠깐 생각해봤다.
그후 지갑 속에 대충 넣을까 아니면 책 속에 넣어둘까?
아니면 수영복 속에 슬쩍 넣을까 고민했지만... 그 고민도 잠깐이였다.
 왜냐하면 결국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도 까먹고 있었지.










1편에 이어서 재차 언급하자면 이 호텔의 장점은 보시다시피 자연과의 조화이지만
단점은 바로 호텔에 일찍이라도 돌아오는 경우에 잠깐 나갈데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날 호텔에 비교적 일찍 들어온 날 잠깐 산책이라도 할까 싶어
밖으로 나갔다. 청명한 공기에 맑은 달 그리고 코를 찌르는 꽃과 풀냄새에
잠깐 감동할 때쯤 어디선가 라이브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 호텔에 들어올때 왼쪽에 펍같은게 있던 걸 분명봤다.
그래 바로 거기인 것이다.

그래도 호텔인데 그런거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게 정석 아닌가.
 이런데에서 삐루 한잔 못한다면 어디 그게 운치가 있겠느냐.







호텔 옆에 있는 식당에에서는 한국으로 치면 향우회 같으신 분들이
거의 전세를 내다시피해서 건배를 신나게 외치고 있었다.
어디 구석에 껴서 앉을 뭐 그럴 분위기나 식당도 아니였다.
여튼 음악을 따라 나는 그 펍엘 들어갔다.

펍에 들어서자마자 아차싶었다.
펍은 무슨펍 우라질 이건 마치 예전에 갔던 미사리 카페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미사리 ‘로마’ 카페 커피를 만팔천원이나 주고 먹었던 그 악몽의 카페
게다가 밖에 걸려있는 유명가수는 매일 피치못할 사정으로 나오지 않는 그런 카페. 

내가 들어서자 마자 한 아줌마가 방금 노래를 마쳤다.
텅 비어있는 카페.
그리고 춤을 출 수  있는 같은 댄스플로어 슬슬 돌아가고 있는 별모양 싸이키와 미러볼









방금 노래를 마친 아줌마가 이 카페의 주인인 듯 싶었다. 
검은 롱가죽 재킷에 진한 화장과 어울리지 않게 안경을 낀 아줌마의 포쓰가 나의 몸을 감싸는 듯 싶었다.
제법 젊은 웨이터 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아줌마는 5~60대 정도로 추정되는 아저씨들 몇과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

그 아저씨 무리들 중 한명이 나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무슨 노래인지 알 수 없었지만 상당히 잘 부르는 축에 속했다.
반주는 물론 라이브. 기타와 신디사이저를 현란학 만지는 밴드 아저씨는 멋져 보였다.











아줌마가 나에게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줌마는 자기가 여기에 오너라며 같이 앉은 분들은 자기 삼촌과 그 분의 친구들이라고 했다.
여행하다가 만난 외국인들과의 영어대화는 보통 이렇게 시작한다.

웨얼아유프롬, 한국이다, 여기는 몇일 묵었냐, 첫날이다, 다른 도시는 가봤냐,
어디어디 가봤다, 어땠냐, 좋았다.제 한국에 돌아가냐, 몇일 뒤 간다. 등등...
그리고 대화는 끝이난다.
여기까진 영어가 매우 유창하게할 수  있다.

그러나... 좀더 심도가 깊어질수록 둘은 끝없는 침묵을 향해 간다.










대충 형식적인 대화를 나누고 별 할말이 없자 
아줌마는 다음엔 니가 나가서 노래를 부르라는 것이다!!

솔직히 아리랑도 부른 이 마당에 뭘 못부르겠냐만은...
솔직히 생라이브라서 욕심 났다.

지금와서 밝히지만 대학시절 축제 때 노래불러서 2등을 한적도 있다.
사실 나는 앞에 나서고 싶은 잠재본능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라이브 반주인데 저들이 한국 노래를 알 리가 없다.
게다가 노래방의 폐해답게 가사를 외우는 것도 없다.
 
영어노래? 영어노래는 더더욱 모른다. 
생각해보니 중학교 때 쯤? 외운 머라이어캐리의 위드아웃츄와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정도밖에 모르는데... 그걸 부를 순 없지 않은가.
뭐 부르기 싫어서가 아니라 아는게 없어서 나는 한사코 사양했다.
그러면서도 내머릿에선 위드아웃츄의 가사가 이게 맞나 저게 맞나하며
알파벳 끼워맞추기를 하고 있었다.











아줌마는 그렇다면 내가 너를 위해 불러주겠다며 스테이지로 내려갔다.
아... 안불러주셔도 되는데......
태어나 누군가가 날 위해 노래를 불러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런데 여기 베트남 그것도 다랏이란 곳의 한 산속 술집에서
왠 아줌마가 날 위해 노래를 불러주다니!!!

 

아줌마는 마이크를 잡고 뭐라뭐라 말했고 한국에서온 
팕~쵸~히~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텅빈 술집 테이블 대략 나까지 포함해 3개정도 채워진
그 썰렁한 술집에서 띠리링..반주는 시작되는데

제목은 셀린디옹의 "파워 오브 러브"

아... 아줌마..!

아줌마는 열창한다. "코즈 아임 유어 레이디~!!! "

아... 나는 그녀의 레이디였던가...












아줌마의 열창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오자 60대 할아버지중 응삼이처럼 생긴 할아버지가
나한테로 와서 꼬레아 오` 이러면서 꼬장을 부리는듯 싶었다.

그러자 한 점잖은 할아버지가 미안하다며 그 할아버지를  끌고 나가셨다... 한국이나 베트남이나...ㅋㅋㅋ
그리고 거기 젊은 외국여자애가 나 혼자여서 그런지 난 느낄 수 있었다.
그 밴드하시던 남자가 대략 30대 중후반으로 보였는데 계속 날 주시하며 응시하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는걸
ㅋㅋㅋㅋㅋ (왠일이니... 나 자뻑이었던거야?)
 

나처럼 뻘춤이 앉아있는 어린 베트남 여자애도 적잖이 당황한 듯.
칵테일 한잔을 마시더니 자리를 뜬다..
나도 더 이상 이곳에선 가망이 보이지 않아
카페를 나와 꽃향기에 맥주를 들이키다 들어가 자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