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왔다면 뭐니 해도 코알라와 캥거루를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는 직접 코알라와 캥거루를 만지길 원했다.
그 소원을 풀 수 있는 곳이 바로 골드코스트 커럼빈 야생동물 보호공원.
8만 2000평 크기의 부지에 울타리 없이 코알라와 캥거루를 풀어놓고 관람객이 직접 만질 수 있도록 운영하는 곳이다. 넓은 동물원을 편하게 구경하라고 이렇게 미니 기차도 운행하고,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동심도 자극하는 곳이었다.
앗, 저기 캥거루!
눈앞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캥거루 떼를 보고 있자면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겨우 한 마리의 캥거루에 급 흥분한 우리는 잠시 후 기겁할 광경을 보았으니.
오 마이 갓… 저게 정녕 캥거루 떼가 맞단 말인가!
어른도 아이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저마다 캥거루 한 마리씩 맡아서 먹이를 주고 있는 믿지 못할 시츄에이션 +.+
어째 캥거루가 인간을 무서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관광객이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도록 공원에서 캥거루 사료를 팔고 있었다.
저 아이는 아예 엄마가 과자 주기를 기다리는 아이 같다. ㅡㅡ
여기저기 펼쳐지고 있는 인간과 캥거루의 조합.
오, 꿈만 같아라… 게다가 이 날 매우 희귀한 장면을 보고 말았으니, 어미 뱃속에서 9개월 동안 밖을 나오지 않는다는 새끼 캥거루가 고개를 내밀고 우리에게 얼굴을 공개한 것이다! (사진 오른쪽 어미의 배를 주목하라) 7개월 정도 된 새끼 캥거루는 정말이지 너무 귀여웠다.
왠지 호주에서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희망의 상징. 후후.
커럼빈 생추어리의 또 하나의 보물은… 바로 코알라.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귀여운 코알라를 발견했을 때 우린 환호성을 질렀다.
작고 동글동글한 코알라.
그래도 저런 데서 자면 안 떨어지나. 나뭇가지도 부러질 거 같은데. 아, 한 번 만져보고 싶었다.
다행히 공원 안에 포토 부스를 만들어 놓고 15호주 달러에 코알라와 기념 촬영이 가능했다.
그러나 직접 안고 사진을 찍을 땐 지독한 악취 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 쉴 지경이었다.
코알라는 호주 원주민어로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뜻이라는데 애가 물을 가까이 안 해서 냄새가 심한 건지.
코알라의 뜻을 들은 친구가 갑자기 그럼 캥거루의 뜻은 뭐냐고 물었다.
아놔, 별걸 다. 그런데… 진짜 캥거루는 무슨 뜻이지? 가이드도 모른단다. 별 거 아닌데 왠지 궁금해졌다. 쓸데 없는 상식만 가득한 고등학교 친구에게 전화로 물어보면 되겠지만 아, 국제 전화 접속번호 누르고 국가 코드 누르고 전화번호 누르고… 귀찮아.
“로밍 해왔다고 잘난 척 하더니 로밍 오토다이얼은 모르냐?”
비웃더니 국제번호고 뭐고 한국에서처럼 번호만 눌러 전화 거는 친구.
로밍 오토다이얼은 한국에서처럼 똑 같이 전화를 할 수 있고 발신번호와 수신 번호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나.
“어, 난데~ 나 지금 호주에 있는데 말야~?”
다짜고짜 자랑이냐, 퐝당. +.+
아, 그래서 대체 캥거루 뜻이 뭐냐고!
캥거루 : 호주 원주민어로 ‘나도 모른다’는 뜻
공원 한 쪽에선 호주 원주민들이 관광객을 위해 원주민 전통춤을 추기도 했다.
보기엔 그리 원주민 같지 않았지만 실제 원주민은 맞다고. 공연이 끝나면 다들 기념사진 한 컷. 아, 저 곱슬머리 흑인 꼬마 너무 귀여웠다고~
우유가 담긴 접시를 들고 앵무새를 기다리던 일도 재미있었지. 처음엔 나무에 다닥다닥 붙어 앉은 앵무새들이 꽃으로 보였는데 우유 쟁반을 들자마자 한꺼번에 날아와서 심장이 급 오그라들었던 기억.
이렇게 생추어리는 우리 안에 갇힌 동물을 구경하는데 그치는 시시한 동물원이 아니었다.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호주 사람들의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코알라와 캥거루도 역시 좋았어.
또 다른 체험을 위해 우리가 선택한 건 바로 머드크랩 잡기.
뉴사우스웨일즈주의 트위드헤즈강에서 배를 타고 나가 머드크랩과 투명한 야비 새우를 잡는 일이다.
트위드헤즈강은 펠리컨이 수도 없이 헤엄치고, 강 한 가운데 나무가 자라는 맹글로브 포레스트와 하얀 갈매기 떼가 멋진 곳이었다.
게 잡이보다 낚시를 더 좋아한 친구는 어린애마냥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다니며 낚싯대를 던지느라 바빴으나 결국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야비 새우는 주사바늘 원리를 이용한 원통형의 쇠막대를 땅에 쑤셔 넣어 잡는데, 이번에도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물론 나도.
바닥부터 호텔의 모든 시설이 베르사체 브랜드로 장식된 이곳은 이탈리아에서 직접 공수해온 대리석으로 수개월 동안 로비 바닥을 장식했단다. 커튼과 소파도 베르사체 패브릭 원단으로 꾸미고 심지어 호텔 스태프들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베르사체 용품으로 멋을 냈더라는! 게다가 다들 훤칠한 키와 마스크가 꼭 모델 같더라. 한 마디로 살아있는 디자인 호텔이다.
씨푸드 뷔페와 와인으로 저녁식사를 하며 우리는 이 근사한 곳에 와있는 우리 자신을 자축했다.
호텔 입구부터 바닥, 식기에 이르기까지 장식된 베르차체의 메두사 문양도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듯 했다. 그리스 신화에 관심이 많은 베르사체는 메두사와 그리스 문양, 나뭇가지 모양을 디자인에 자주 사용했다고 한다.
베르사체가 만든 첫 호텔인 이곳에 이어 2009년 올 해 두바이에 두 번째 팔라조 베르사체 호텔이 세워진다는데 벌써부터 그곳도 가보고 싶어졌다.
그때까진 호텔에서 나눠준 향수와 로션 등의 기념품으로 아쉬움을 달래야겠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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