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니? 눈 좀 떠 쟈니!"
문쟈니 매니저님이 자주 듣는 소리다.
맨날 자리에 앉아 졸고 있어서 이런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장 열심히 뛰어다니는 선배 중 하나!)
눈이 좀 작다는 이유로 이런 농담을 듣고 있다.
하필이면 이름을 '쟈니'라고 했을까.. ㅋ
여하튼! 쟈니 매니저님의 담당 업무는 신상품 개발이다.
SK텔레콤 안에도 신상품 개발 팀이 있긴 하지만, 로밍은 좀 특별한 영역이라 따로 신상품 개발 업무 담당자가 존재한다.
어느 볕 좋은 오후, 햇볕을 베개 삼아 휴게실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자니?"라며 쟈니 매니저님이 어깨를 툭 치는 바람에 퍼뜩 깨버렸다.
쟈니 매니저님의 손에는 내 몫의 커피 한 잔이 들려있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피곤한 후배를 위한 선배의 배려.
하지만, '쟈니' 매니저님의 입에서 "자니?"란 말이 나왔다는 사실이 너무 웃겨
그만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쟈니 매니저님 죄송..)
잠시 정적이 흐르고,
난 어색한 분위기 타파를 위해 난데없이 쟈니 매니저님에게 물었다.
"요즘 뭐 좋은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게 있어요?"
그 질문을 시작으로 쟈니 매니저님과의 즐거운 대화가 시작되었다.
(사실 내가 졸고 있었던 이유와 매니저 님과의 대화가 즐거운 이유는 관련이 있다..)
쟈니 : 요즘? 음.. '로밍'을 없애기 위한 방책을 연구하고 있지.
노민 : 헉, 그런 위험한 생각을! 어떻게 들어온 회산데.. T-T
쟈니 : 하하~ 그 말은 말이지, 해외에 나갔을 때 로밍을 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서 굳이
'로밍을 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아도 되게 하고 싶다는 거야.
노민 : 와, 멋진 말이네요. 적어놔야지. (쓱쓱~)
쟈니 : (으쓱) '로밍 오토 다이얼' 서비스 알지? 그 상품을 만들었을 때 가장 뿌듯했어.
해외에서 로밍을 사용할 때도 어려운 숫자들을 전화번호 앞에 붙일 필요가 없잖아.
노민 : 음.. 듣고 보니 정말 점점 '로밍'이라는 단어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어요.
쟈니 : 오버하는구나!
노민 : 하하~ 그렇게 신상품을 개발하려면 매니저님은 해외에 자주 나가야겠어요. 테스트도 해야할텐데..
쟈니 : 응, 아무래도 많이 나가는 편이지. 작년엔 열 번 정도 나갔던 것 같아.
노민 : 좋겠어요. 난 대학교 때는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입사한 뒤로는..
쟈니 : 에이~ 나도 나가서 맘 편히 여행을 하는 건 아니잖아. 주로 테스트를 해. 개발한 서비스가 실제로
되는지.
노민 : 음, 다행이 부러운 맘이 좀 줄어들었어요.
쟈니 : 그렇지? 가끔은 경쟁사 서비스를 테스트해 보기도 해. 우리 쪽은 안 되고, 다른 회사 서비스는
되는 경우엔 정말.. 슬프지..
노민 : 혹시.. 매니저님 나중에 결혼해서 신혼여행 갈 때도.. 여행 중에 계속 테스트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쟈니 : 아마도.. 그럴 것 같아. 하하~ 농담이지. 뭐 그 정도는 아니지만 테스트 해 볼 기회가 항상 있는
건 아니니까 출장이든 여행이든 해외로 나가는 팀원들이 있으면 기회다! 싶어서 전화를 걸어
이거저거 테스트를 해보게 돼.
노민 : 저.. 혹시 여행가서 전화기 꺼 놓으면 야단치실 거예요?
쟈니 : -_-;;
노민 : 그런데 우리나라 로밍 서비스 종류가 무척 많잖아요. 외국인들이 우리 로밍 서비스를 써보고 놀라지 않아요?
쟈니 : 응, 이렇게 많은 서비스가 있다니! 하고 놀라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게 꼭 장점이 되지 않을 수
있지. 어떤 나라 사람들은 그냥 외국에서도 휴대폰으로 전화를 할 수 있다는 데 만족할 수 있어.
노민 : 말을 듣고 보니까, 로밍이라는 게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어쩌면 한 나라 문화의 연장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로벌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각 나라의 문화에 따라 다른 모습을 갖게 되니까요.
쟈니 : 그렇지. 그래서 로밍이라는 게 재밌는 거지.
노민 : 옙! 역시 로밍은 흥미진진한 것 같아요.
쟈니 : 그런데 말야.. 노민은 뭔가 로밍 신상품에 대한 아이디어 없어? 사실 내일까지 아이디어 보고서
내야 하는데..
노민 : 음...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는데 말이죠, ‘꽃미남 포획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어요. 전에 유럽여행을 갔는데
영어를 잘 못하는 이탈리아 꽃미남하고 우연히 만나 한 눈에 반했는데 이거 뭐 말이 통해야지...
어쩌고 저쩌고...
쟈니 : 그럼 이만, 난 회의~
노민 : ......
쟈니 매니저님이 급히 자리를 떴다. 순간 내가 뭔가를 깜빡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어떻게 이 초콜릿을 전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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