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키의 베트남 여행기 7 - 빈펄랜드

일상 속 여행/아시아 / 오세아니아 2009. 2. 13. 21:31





신나고 다이나믹 해야 할 것 같은 곳에서의 적막을 느껴 본적이 있는가.
산해진미가 내 앞에 있다 하더라도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한 것처럼
이번 편은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약간은 쓸쓸한 여행기라 할 수 있겠다.

이번에 소개할 빈펄랜드라는 곳은 호치민에서 나짱으로 온 바로 그 날
충동적으로 가게 된 곳으로 처음 올 때부터 그곳이 유명한 지도 몰랐다.







도심에 도착하니 12시쯤 되었다. 뭘 할까 싶어 선택한 것이 바로 이 빈펄랜드.
가격은 무난하게 16달라! 한국의 캐리비안베이를 생각해 본다면 완전 서프라이즈 한 가격이다.
빈펄랜드까지는 그 티켓을 산 곳에서 스쿠터로 데려다 준다고 하였다.
 난 그렇게 알 수 없는 한 베트남 남자의 허리춤을 잡고 탈탈탈탈 빈펄랜드까지 가게 되었다.

입구에 도착해보니 오옷! 생각보다 럭셔리한 분위기.
왠지 이곳이라면 흥미롭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았다.
빈펄랜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오로지 케이블카로만 들어갈 수 있는데
소요시간은 대략 20분 정도 였다.
도착했을때 이미 오후 1~2시여서 그런지 그 시간에 입장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래도  안에 들어가면 사람이 많겠지?
지금 이 시간에 이곳에 오는 사람은 별로 없는게 당연한거야 ’

홀로 탄 케이블카에서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며,
들어가면 사람이 북적거릴게 분명 하다며!
쓸쓸함을 애써 달래기 위해 성시경의 ‘거리에서’를 부르기까지하며 ,
그렇게 나의 기대감을 조심스레 키워가며 입장했다.


참고로 베트남 여행 내내 사진을 찍을 때 측광모드인지 뭔지
여하튼 잘못된 세팅 때문에 실제보다 시커멓게 나왔다는 것을
감안해주시고 봐주시길 바란다.
한국에 돌아와서 사진을 보고 분노한 나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 사진은 빈펄랜드 안에 있는 놀이동산에 있는 놀이기구이다.
여길 오기 전에 한 블로그에서 한국에도 없는 이런 놀이기구를 베트남에서 처음 봤다고
써놓은 글을 봤는데 군자역 어린이공원에 분명히 있다. 이름은 회전그네.
몇 번 타기도 했었고 말이다.

저걸 보고 반가운 마음에 싶었지만 불행이도 운행시간이 정해져 있어 탈 수가 없었다.
사람도 없는데 운행시간따윌 정해놓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처사였다.
이곳도 사람이 붐빌때가 과연 있을까? 이 회사의 손익분기점은 과연 넘겼을까?
의문이 드는 순간이였다.









수영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하늘은 맑고 푸르지만 날씨가 아우 드럽게 뜨거워서 그 기분은 마치
한여름 도로 위에 배짝 말라버린 개구리가 되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랄까

수영장으로 내려가다 보면 위 사진과 같은 쇼핑몰 같은 곳이 있다.
뭐 아무도 살 거 같지 않은 스포츠웨어나 쥬얼리 등을 팔고 있었는데
뭐 역시나가 역시나였다. 무도 사는 사람은 없었다.
놀이동산에 쇼핑몰을 지나 워터파크까지 걸어가야하는 그 길에
그렇게 그늘과 햇볕을 왔다리 갔다리하며 겨우 도착했다.









이것이 바로 빈펄랜드의 입구.
아니 불타버린 남대문을 보는 듯 했다.
당황스러웠다. ㅎㅎㅎ 한국에서 조차 보기 힘든 기와를 여기에서 보게 되다니...
여기는 베트남 아닌가?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풀이 여러개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유아풀이다.
애들 몇 명 있고 휑한 분위기 이런 곳에 나홀로 오게 되니 재작년 친구들과 놀러갔던
꽃지 해수욕장에서의 추억이 문득 떠오른다.
그 시끌벅적하고 우글우글 사람들이 몰려서 떼로 놀던 그때... 그때가 그립다.

한국의 여름바다는 비록 로맨틱은 없어도 패기는 있는데 말이다.
이곳은 맥아리가 없었다. 물론 이런 것도 나름 괜찮을 거야 라고...자위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좀...

처음에 사람이 많고 신날거야! 라고 생각하며 기대했던 나의 마음도
어느새 터져버린 찐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 분노한 마음을 문자로 친구에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참고로 베트남에서 티로밍을 통하면 문자는 150원 정도이다 .











그래도 뭐 ..
풀에 둥둥 있는 튜브라던지 썬베드같은 것은 무조건 무료였다.
한국에선 다 돈주고 빌리는걸로 알고있는데 모두 공짜라니... 좋아서 썬베드에도 괜시리 누워봤다가
튜뷰를 끼고 인공파도풀에 내 몸을 맡긴채 둥둥 떠있어 보기도 했다.
조금 질려서 미끄럼틀같은 것을 타기로 결심해 본다.












거의 90도에 가까운 미끄럼틀.
평소에 무서운 놀이기구를 못타는 편이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뭔가 이런곳은 신나고 다이내믹해야하는데
너무 조용하고 평화로와서 억울할 지경이였다.
안되겠다 싶어서 용기를 내어 타기로 결심했다.

올라가서 타려하는 순간은 마치 
스키장을 처음가서  신나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 뒤 바로 내리자마자 느끼는 그 기분과도 같았다.

가슴에 손을 얹고 물살을 가르고 내려올때
결혼도 안한 처녀가 이런말 하면 뭐하지만 그 물살의 속력과 힘 때문에
아우 이러다 자궁이 터지는건 아닐까 하는 심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막판에 가속력 때문에 나의 수영팬티와 수영치마는 허리까지 올라와 있었다.
옆에 사람들이 없었으니 망정이지 정말 사람이라도 많았으면
개망신을 당하고도 남았으리라 생각된다.








나름 이런 비급 조형물들로 빈펄랜드를 꾸미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배고파서 음료수를 사먹으려고 보니 빙그레 아이스크림 냉동고가 눈에 띄어 있었다.
그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엔초, 봉따, 메로나, 메타콘 등등이 있었는데 참 반가웠다.
고 앞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메타콘 두개를 뜯어먹고 있었다.











비록 나처럼 혼자온 사람은 오히려 사람이 없어 흥이 나진 않았지만
연인이나 가족끼리 온사람들한테는 이게 왠 횡재이냐 싶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 빈펄랜드의 장점은 바로 이런 워터파크 옆에 바로 곱고 하얀 그리고 수영하기 딱 알맞은
온도의 바닷가가가 있다는 것이다.

인공풀과 놀이기구에 질렸다면 바로 옆의 바닷가로 나와
썬텐도하고 물놀이도 하면 그만인 것이다.
게다가 내가 갔을때는 공사 중이였기는 했지만 인공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는곳도
만들고 있는 중이였다. 물놀이를 좋아하고 또 가족단위의 여행객이라면
편하게 하루 혹은 반나절 놀다 올 만한 곳이라고 생각된다.












수영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사실 상당히 불편하다.
그래도 사진찍는것에 집착하는 나는 일단 수영을 하기전 한바퀴 둘러보며
사진을 다 찍고 난 뒤 사진기를 락카에 넣어 놓고 편하게 수영, 물놀이를 했다.

내가 수영이라도 끝내주게 잘한다면 수영솜씨를 뽐내며 재미를 즐겼겠지만
바닷가에서는 목을 물밖으로 넣었다 뺐다만 반복하고
다른 가족들 노는거좀 지켜보다 인공풀시간이 되면 쪼르르 인공풀로 달려와
큰 튜브에 궁뎅이를 껴어넣고 하늘을 쳐다보다 하니
재미는 있었지만 가끔가다가 나도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한두번쯤 홀로 여행을 하는 것.
그것은 의미있고 해볼만한 것은 분명하나.
앞에 이런 단순 유흥을 앞에 두고 있을 땐
그 쓸쓸함이 배가 된다.

앞으로 또 혼자 여행을 하게 된다면
오지를 가거나 완전 캐고생 하는 곳엘 가서
쓸쓸함도 외로움도 고독함도 느낄 틈이 없이 만들어야 겠다고
다짐해 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