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빠질 수 없는 시원한 맥주!
삼면이 바다로 쌓여 있는건 비단 대한민국 뿐만이 아니다.
바로 베트남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나라이다.
그만큼 해산물을 많이 파는데 나짱에 갔을 때도 바닷가이니만큼 어디에나
싼가격에 해산물들을 듬뿍 듬뿍 팔고 있었다.
혼자 여행을 간 나로써는 조금은 과해보이는 해산물 퍼레이드에 동참 할 수 없었다.
또한 삼겹살 매니아인 나로서는 해산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기에
그 여행 와중에서도 고깃집을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나짱에서 제일 큰 재래시장인 담시장
여행책을 꼼꼼히 읽는 도중 나짱에 담시장이라는 큰 재래시장이 있는데
그 근처에 ‘락깐’이라는 유명한 고깃집이 있다는 문구를 읽게 되었다.
그래 바로 이거다 싶었다. 역시 맥주엔 지글지글 구운 고기가 제맛 아닌가.
나는 담시장을 슬슬 구경한 뒤 그 고깃집도 찾을 생각 이었다.
담시장은 우리나라 광장시장과 비슷한 모습이다. 어느나라나 재래시장은 구경할게 많은 법.
담시장은 생각보다 그렇게 큰 시장같진 않았다. 주변의 풍경은 거의 우리나라 80년대?의 모습같았다.
담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 그리고 수많은 스쿠터를 탄 베트남인들
가끔 이런 얍삽한 사람도 발견하곤 했다. ㅋㅋ 시장을 둘러봤지만 품질이 그렇게 좋지 않아
그닥 뭘 사고싶단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데
여행지에서 봤을 때 오 괜찮다 싶은건 거의 99프로 한국에서 팔거나 인터넷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락깐이 표시된 지도는 패밀 리가 떴다에서 유재석 이효리 등등이
어떤 할머니 집을 찾아갈 때 표시되어 있는 그 어설픈 지도 수준이었다. 거의 아래 그린 지도 수준.
그래도 잘팔리는 여행책자인데 그래도 틀린 정보는 아니겠지하고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솔직히 나는 길치도 아니고 그 길에 대한 직감은 누구 못지 않게 자신하는 편인데
아무리 맞게 가도 그 가게는 보이질 않았다.
더워 죽겠는데 돌고 돌고 돌아도 식당은 나오지 않았다.
혹시라도 동서남북을 헷갈렸을까 남쪽을 향해 쳐다보고 뱅뱅돌아보기도하고
혹시 지도가 틀린건 아닐까해서 반대방향으로 가보기도 했지만 도시를 빠져나가면
조용하고 어딘가모르게 쓸쓸한 동네만 나오게 되고 도저히 찾아볼 수 가 없었다.
고기한번 먹어보겠다고 그 고생을 하며 온동네를 휘젓고 다니니
온몸은 축 처지고 목은 말라오고 배가 고파왔다...
사진에 보이는 저 개가 보이는 동네 골목에 털썩하고 주저 앉았다.
지도를 계속 뚫어져라 쳐다봐도 없던 길이 나오는건 아니였다.
그런데도 무슨 국사공부 복습하듯 보고 또 봐도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지금 또 보이는 사진에 있는 개가 귀여워서 그냥 저 개를 만지며 그냥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저 개의 이름은 ‘밀로’ 인데 지금보이는 저 아줌마 옆에 있는 아줌마가 주인이였다.
그냥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그아줌마에게 혹시 락깐이라는 식당을 아냐고 묻자
유명한 곳이여서 그런지 아줌마가 길을 손가락으로 가르치려다가
스쿠터로 흔쾌히 태워다 주신다는 것이 아닌가!!
이러면 안되는거 알면서도 얼씨구나 좋다 하며 아줌마 스쿠터를 탔다.
아줌마의 두툼한 뱃살을 감싸안으며 고깃집을 향해가는데... 아니 이게 뭥미!
길은 지도책에 나와있는 그런 단순한 길이 아니였다.
거리는 그닥 길지 않은 곳이였지만 완전 꼬불꼬불에 도저히 책의 지도를
보고서는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어쩐지 속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분한 마음을 삭힌채 아줌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아줌마는 그렇게 떠나 버렸다.
여기가 바로 락깐!이라는 식당!
해산물을 파는 곳이 많은 나짱에 보기드문 고깃집인 것이다.
자리에 서둘러 앉아 배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유명이고 나발이고 일단은 먹고 볼 일이였다.
양념소고기와 밥 그리고 물어볼 것도 없이 맥주를 급히 주문하고서는
눈치도 볼것없이 아주 그냥 쩝쩝 먹어댔다.
나는 보통 소고기도 다 익혀 먹는 편이였는데 그렇게 먹다보니 고기가 너무 질겨서
반쯤만 익혀먹게 되었다. 그나마 먹을 만했다. 한국의 숯불갈비랑 비슷했다.
유명한 것 치고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은 아니였다.
그래도 해산물 보다 고기를 좋아한다면 추천!
이게 바로 그 고기인데 이름이 붕따였나...뭐나...그랬던 것 같다. 뭐 그게 중요한건 아니다.
한참을 혼자 신나게 먹다보니 갑자기 나를 데려다준 아줌마가 떠올랐다.
아줌마는 날 여기까지 데려다 줬는데 나는 여기와서 혼자 고기에 맥주를 처먹고 있다고 생각하니
좀 슬쩍 미안하기도 했다. 그다지 미안할 필요는 없지만 그냥 문득 그런 삼천원짜리 감성이 문득 생겨버렸다.
다 먹고나서 안되겠다고 생각한 나는 근처 슈퍼로 갔다.
(참고로 저 고기 1인분 볶음밥, 맥주 1병해서 대략 5~6천원 정도 했다)
한국의 구멍가게같이 생긴 슈퍼로 들어가 한국의 그 情을 전달해 준다는
초코파이 두 상자와 아이스크림 몇 개를 샀다. 이것만 해도 가격이 대충 오천원 정도 한 듯 싶었다.
이미 날은 저물고 하늘은 캄캄해져 있었고 그렇다고 조명과 가로등이 잘되어있는것도 아니어 살짝 무섭기까지했다.
먹을 것을 들고 그 어두운 밤골목을 인간 내비게이션 나 바로 박쵸키는 아줌마가 온길을 복기해 나갔다.
ㅋㅋ 역시 난 천재였다. 한큐에 그집을 찾고야 만 것이다.
집 문은 열려있었고 마루도 아닌 것이 시커먼 무슨 가게터같은 곳에서
아줌마를 뺀 다른 가족들이 밥을 먹고 있었다.
분명 이집인데 아줌마가 보이지 않아 기웃기웃거리자 아까 위에서
본 베트남갓같은 모자 쓴 아줌마가 나를 발견하고는 들어가서 아줌마를 불러다 주었다.
아줌마에게 아까전일은 정말로 고마웠다며(알 수 없는 영어로)
초코파이와 아이스크림을 주자 아줌마는 정말 처음엔 한사코 사양했다.
하지만 노 노 “잇츠 투머치포미(내겐 너무 많아요)”라는 어설픈 영어로
계속 아줌마에게 드렸고 아줌마는 미안한 듯 받아 들였다.
그리고 스쿠터로 호텔까지 데려다 준다길래 이렇게 어둡고 호켈까진 좀 거리가 있어서
괜찮다 난 여기 둘러보다 들어갈꺼라며
그렇게 훈훈한 실갱이를 하고난 뒤 난 그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떠나면서 순간 생각이 들었다.
“아차! 내가 한국인이란걸 왜 말 안했지?”
그렇다.
아임 코리안 이 한마디만 했어도
완전 국위선양인데...
고기를 위한 집념이 이런 훈훈한 감동을 줄줄이야...
내가 탔던 아줌마의 스쿠터 하늘색 벽이 있는 곳이 아줌마네 집.
다시 찾아가면 찾아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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