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이 푹푹 찌는 더운 날씨에는 시원한 얼음이 들어간 냉커피가 참 좋죠? 그런데 조그만 얼음이 아닌 빙하가 내 눈앞에 있다면?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시원할 것 같아요. 까를로스 님은 아르헨티나의 '엘 깔라빠떼'에 가서 빙하투어를 하고 오셨는데요. 남미에서 빙하를 볼 수 있다니, 놀랍네요! 그럼 까를로스 님과 빙하를 보러 함께 가 볼까요?
글/사진: 까를로스 [유랑방랑명랑]
글/사진: 까를로스 [유랑방랑명랑]
흔히 사람들은 정열의 이미지 때문인지 남미는 더울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남미는 아주 거대한 대륙이라 기후가 다양하다. 적도에 가까운 카리브 해의 푹푹 찌는 날씨부터 일교차가 심한 고산 지대 날씨까지 아주 천차만별이다. 이 정도는 남미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여러 사람이 깜짝 놀라는 사실이 하나 있다. 남미 대륙의 끝은 그 어느 곳보다 남극에 가깝다. 육대주 중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보다도 남미의 끝은 훨씬 남쪽으로 뻗어있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사실은 바로 남미에도 빙하가 있다는 것이다.
길쭉한 나라인 칠레를 여행한 뒤 내가 향한 곳은 빙하 투어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도시 엘 깔라빠떼(El Calafate)였다. 이 도시에 다른 볼거리는 딱히 없다. 오로지 빙하뿐이다. 캐나다의 몹시 추운 지방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보지 못한 빙하를 아르헨티나에서 보게 되다니 기분이 묘했다.
칠레에서 또레스 델 빠이네(Torres Del Paine) 트레킹을 하러 갈 때 만난 한국 친구 2명과 여러 국적의 여행자 몇 명이 팀을 이뤄 봉고차에 탔다. 차창 밖의 풍경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치안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하는 남미 여행이지만 이때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근교라는 뜻이 한국과는 아주 달라 어디 이동만 하면 최소 대여섯 시간인 남미지만 모레노(Moreno) 빙하는 다행히 엘 깔라빠떼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 마음이 더더욱 편했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조금 가니 저 멀리 모레노 빙하가 보이기 시작했다. 차 안에는 여러 언어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나 역시 장대한 빙하의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여행자들은 기사 아저씨에게 부탁해 이곳에서 내려 잠시 사진을 찍기로 했다. 내려서도 여러 언어의 감탄사는 끊이지 않았고 사람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어댔고 우리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내린 곳 맞은 편엔 아담한 숙소가 있었는데 기사 아저씨의 말로는 하룻밤에 1,000불짜리 숙소란다. 빙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숙소지만 너무 비싸긴 하다. 여행자들이 사진을 다 찍자 우리는 빙하에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다시 차에 올라탔다.

전망대 입구에 도착해 빙하를 내려다보니 정말 현실감이 없었다. 이곳에는 이런 푸른 나무들이 있는데 바로 저 건너편에는 안데스 산맥 깊숙이까지 빙하가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 평화로운 풍경에 어울리지 않게 폭탄 소리 같은 게 계속해서 들렸다.

가까이 갈수록 폭탄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전망대에 도착할 때쯤 이 소리의 정체를 알게 됐다. 우연히 고개를 돌렸는데 거대한 빙하 덩어리가 떨어져 호수로 떨어지면서 '쾅'하며 소리를 냈다. 여러 여행자들은 그 찰나의 순간을 녹화하기 위해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남미에서 빙하를 보고 있다는 사실도 현실감이 없는데 이런 평화로운 풍경에 전쟁터 같은 소리가 계속해서 나니 더더욱 현실감이 없었고 우리 일행은 다른 여행자들처럼 어느새 카메라를 들고 빙하가 떨어지는 순간을 찍고 있었다.

내 카메라로 최대한 줌을 당겨 찍은 사진이다. 이럴 때는 DSLR이 없는 게 아쉽다.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 덩어리들은 저렇게 계속 흘러내려 갔다. 저 빙하를 타면 왠지 남극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얼음 덩어리 사이를 위험천만하게 헤집고 다니는 저 배도 빙하 투어 중 하나다. 전망대보다 더 가까이에서 빙하를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투어다. 빙하를 직접 밟을 수 있는 투어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투어의 마무리는 빙하의 얼음을 넣어 만든 위스키 한 잔. 여기까지 왔으니 투어에 참가하고 싶기도 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아쉽게도 빙하를 직접 밟고 마셔보지는 못했다.

전망대 중간에서 보이는 모레노 빙하의 모습이다. 가운데 움푹 파인 곳에서 빙하가 계속 떨어지고 있었고 우리는 그 광경을 여러 차례 녹화했지만 작은 LCD로 다시 본 영상은 이 광대한 자연의 반의반도 담겨 있지 않아 안타까웠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찍고 있는데 잠시 고개를 돌린 사이 정말 큰 빙하가 떨어지는 모습을 놓쳤다. 우리 일행은 동시에 아쉬워하며 한숨을 쉬었는데 갑자기 우리의 한숨이 우습다는 듯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오른쪽 전망대에 사람들이 갑자기 몰리기 시작했고 우리도 얼른 그곳으로 갔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니 빙하 맨 꼭대기의 작은 봉우리 하나가 떨어졌다고 한다. 사진 오른쪽에 유난히 파란 얼음이 있는데 저 얼음이 방금 떨어진 봉우리다. 빙하의 오른쪽엔 동굴 모양의 구멍도 있었는데 현실감 없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으니 저 구멍에서 에스키모가 나와 낚시를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방금 떨어진 유난히 파란 얼음 덩어리를 더 가까이서 찍어 봤다.

오랫동안 여행을 하며 여러 풍경을 봐왔는데 정말 오랜만에 눈이 번쩍 뜨이는 그런 풍경이어서 내 뇌의 일부분이 필름이 돼 저 빙하가 각인된 기분이었다. 기사 아저씨를 만날 때까지 약간 시간이 남아 휴게소에 들어가 따뜻한 음료를 마시다 기념품 가게에 가보니 이런 엽서가 있었다.

봉우리 하나가 떨어져도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났는데 이때는 대체 어떤 소리가 났을까?아마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겠지만 언젠가 빙하를 또 보게 된다면 이런 풍경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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