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여행] 유럽 향취 한가득! 쇼와 음악, 춤까지 있어 즐거운 '산 뗄모 벼룩시장'

일상 속 여행/남미 2012. 8. 1. 09:47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 뗄모(San Telmo) 벼룩시장이 있다. 유럽 이민자가 많은 나라답게 여러 유럽 나라의 향취를 느낄 수 있고, 여행비 마련을 위해 직접 장사를 하러 나온 배낭 여행자들도 많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물건을 팔기 때문에 질은 천차만별이기도 하지만, 보물찾기하는 기분으로 쇼핑할 수 있는 곳, 산 뗄모 벼룩시장! 쇼와 음악, 그리고 춤까지 있어 더 흥겨웠던 산 뗄모 벼룩시장을 소개한다!


이곳이 산 뗄모 벼룩시장 입구.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재치 넘치는 쓰레기통도 보이고...


이건 마치 남미 원주민과 우주인의 조합 같달까?


땅고(탱고의 스페인어 발음)의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답게 땅고를 추는 커플 모형이 있다.
 

땅고 커플 모형이 서 있는 가게에는 크고 작은 땅고 모형들이 있었는데, 콜롬비아의 유명 화가이자 조각가인 페르난도 보떼로(Fernando Botero)의 작품처럼 뚱뚱하게 묘사된 모형들이 많아 이색적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소고기로 유명한 동시에 소가죽으로도 유명하다. 히피스타일의 가죽 신발들이 잔뜩 있었는데, 배낭만 널널하다면 하나 사고 싶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언제나 입에 달고 마시는 마떼 잔과 빨대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외출 전에 이 마떼 잔과 빨대, 그리고 마떼 잎과 뜨거운 물이 담긴 보온병을 꼭 챙기고 다니기로 유명하다. 잎이 듬뿍 든 잔에 끓는 물을 부어서 마시는데 빨대 끝에는 잎이 같이 빨려 들어가지 않게 필터가 달려 있다. 한번 잎을 넣으면 서너 번 정도 우려 마시고 기호에 따라 설탕을 넣어 마시기도 한다. 한국 편의점에도 얼마 전부터 마떼 음료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 음료와는 맛이 아주 다르다. 아르헨티나 현지의 것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강렬한 풀 맛이 난다.

이곳 사람들도 여느 외국인들처럼 한국의 찌개 문화 같은 것을 질색하지만 마떼 문화는 비슷하다. 한 빨대로 돌아가면서 마시기 때문! 새로 알게 된 누군가가 마떼를 같이 마시길 권하면 그것은 호의의 표시라고 한다. 특히, 마떼 잔은 항상 물에 닿는 물건이다 보니 관리를 잘 못 하면 쉽게 녹슬기 때문에, 녹이 슬지 않는 재질의 빨대를 같이 사는 것이 좋다.


체 게바라 같은 혁명 영웅들과 비틀즈, 재니스 조플린, 티렉스 등의 락스타들. 이걸 보는 순간 소리를 질렀다.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남미에선 슈퍼스타이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인 마누 짜오(Manu Chao)의 로고가 있었기 때문! 더군다나 그의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끌란데스띠노(Clandestino:불법 체류자')였다. 반가운 마음에 살려고 집었다가 다시 그 자리에 다시 내려놨다. 아무리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로고라지만 질이 너무 조악해서 살 수가 없었다. ㅜㅜ


사람들로 꽉 찬 산 뗄모 벼룩시장. 중남미 건물 대부분이 스페인 식민지 양식이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건물들은 더 서유럽적인 냄새가 난다.


이런 손재주를 보면 참 부럽다. 배낭 여행자들이 모인 호스텔에는 종종 여행자들이 실을 꼬아 팔찌를 만들고 다른 여행자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한다. 남는 시간이 많은 배낭 여행자들에겐 훌륭한 소일거리랄까? 그러나 나는 워낙 손재주가 없어서 배우지 못했다.


눈에 띄는 차림을 한 관광객 한 쌍. 사진으로는 느낌이 덜한데 실제로 보면 정말 바람에 날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거리에서 인형극을 하는 아저씨.


땅고의 전설 까를로스 가르델(Carlos Gardel)을 흉내 내고 있는 할아버지. 까를로스 가르델이란 이름이 낯설다면 'Por una cabeza'란 노래를 찾아 들어보자. 그러면 누구든 '아, 이 노래!'라고 말할 것이다.


할아버지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영상으로 감상해보시라...



위 할아버지는 까를로스 가르델 흉내를 내며 혼자 땅고를 추고 있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커플로 땅고를 추고 있었다.


남미의 또 다른 유명한 춤인 살사와 달리 땅고는 전적으로 남자가 리드하는 춤인데, 안정적으로 여자들을 리드하는 이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오랜 연륜이 느껴진다.


표정이 정말 근사하다. 아르헨티나는 이탈리아 혈통이 많아서 타 남미 국가와 얼굴이 많이 다르다. 여자 파트너는 어색한 표정으로 뻣뻣하게 춤을 추는 것을 보니 북미 쪽 관광객인듯하다.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여행객들. 머리를 대체 어떻게 가린걸까? 이것도 사진보다는 동영상이 더 실감 난다.




공해 때문에 하늘이 뿌연 서울과 달리 남미의 대도시들은 맑은 하늘을 자주 보여준다. 북적북적하지만 평화로운 산 뗄모 시장을 즐겁게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각 나라의 동전들인데 오른쪽 위에 낯익은 모양이 있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서구적인 다른 동전들과 다르게 생겨서 눈에 확 띄었다. 산 뗄모 벼룩시장은 마지막 가는 길까지 나에게 웃음을 안겨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