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uador!Ecuador는 스페인어로 '적도'란 뜻인데 한 가지 뜻이 더 있다. 바로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 있는 남미 대륙의 작은 나라 에콰도르의 이름이다. 에콰도르의 수도 끼또(Quito)에는 국호이자 나라의 상징인 적도란 곳을 느껴볼 수 있는 적도 박물관이 있다. 끼또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가까이 가면 적도 박물관으로 갈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적도 기념비가 보인다. 그러나 이곳은 1700년도에 프랑스인들이 잘못된 측정 기록을 가지고 세운 곳으로 정확한 적도는 아니라고 한다. 적도 기념비를 등지고 왼쪽으로 쭉 걷다 보면 진짜 적도 박물관이 나온다고 해서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북반구에 있는 한국과 남미 남반구에 있는 나라들은 계절이 반대인데 적도의 계절은 독특하다. 8월인 지금 한국은 여름, 남미 남반구는 겨울. 그리고 현재 적도의 날씨는 살짝 무덥고 눈앞에는 선인장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서 왼쪽을 보면 이런 토템이 있다. 이곳 입장료는 스페인어나 영어 가이드를 포함해 3불정도이다. 도착했을 때 방금 투어를 시작한 백인 관광객이 있어 나는 거기로 보내졌다.

가이드는 적도를 안내하기 전, 에콰도르 원주민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예전에 부족 간 전쟁을 치르면, 계급이 높았던 포로는 저렇게 머리를 잘라 일종의 명예 의식을 치렀다고 한다. 가이드는 ‘영어의 디스거스팅(disgusting)이란 단어보다 더한 표현을 써야겠죠?´ 라고 말했다. 캐나다와 미국에 1년간 있으면서 영어가 많이 늘어 꽤 자신감이 생겼었는데 남미에 온 뒤 스페인어를 배우는 데 집중하느라 영어 실력이 많이 줄어 설명을 다 알아들을 수 없는 게 조금 아쉬웠다.

원주민 집 안에는 이렇게 실험용 동물로 유명한 기니피그를 키우는 공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에콰도르와 페루 일부 지방에서 기니피그는 실험을 위해 키우는 게 아니다. 이 두 나라에서 기니피그는 이렇게 변신한다.

남미 여행자들이 도전을 망설이는 이 음식의 이름은 바로 꾸이(Cuy). 닭고기와 비슷한 맛이 나지만 사진처럼 머리까지 통째로 요리하는 탓에 많은 여행자가 도전을 포기한다. 가이드가 ‘저 기니피그 새끼 너무 귀엽죠? 우리는 기니 너겟이라고 부른답니다.’라고 하자 여행자들은 크게 웃는 사람과 ‘으.’라는 소리를 내는 여행자로 나뉘었다.

드디어 이번 투어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됐다. 영어의 Latitude와 비슷하게 생긴 이 스페인어 단어 Latitud(라띠뚜드)의 뜻은 위도. 바로 여기가 지구의 남반구와 북반구의 경계, 적도다.

적도의 해시계: 4월부터 8월까지는 지금 보고 있는 쪽을 보고 9월부터 3월은 반대쪽 시계를 본다.
가이드는 적도 표지판과 함께 관광객의 사진을 한 장씩 모두 찍어줬는데 치즈 대신 에콰도르 관련 단어를 말하게 했다. 한 백인 아줌마 차례에 '꾸이'라고 외치라고 말하자 아줌마 일행이 모두 ‘노(NO)!!!’라고 소리쳤다. 나와 가이드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무리 중 한 명이 말했다. ‘저 사람은 채식주의자야.’

가이드 뒤쪽을 보면 달걀이 못 위에 세워져 있다. 적도는 다른 곳보다 중력이 약해 달걀을 못 위에 세우기 쉽다고 한다. 모든 관광객이 시도했는데 세우는 사람 반, 못 세우는 사람 반이었다. 달걀을 세운 사람에게는 적도 박물관에서 증명서를 준다. 나는 바람 탓인지 수전증 탓인지 아쉽게도 세우지 못했다.

그리고 계속되는 적도 체험은 바로 적도를 밟고 중심을 잡아 걸어보기. 지구가 양쪽으로 잡아당겨 중심을 잡기 어렵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 체험은 확 와 닿지 않았지만, 다음 체험은 확실히 내가 적도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깍지를 끼고 양팔을 위로 올렸을 때 다른 사람이 손을 잡고 아래로 끌어당기면 적도 밖에서는 팔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 하지만 적도를 밟고 똑같이 해보면 힘을 못 쓰고 팔이 끌려 내려간다. 처음에는 그저 빨간 선으로만 보였던 적도가 이제는 확실히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적도 체험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실험이 시작됐다. 글보다는 동영상을 보는 게 훨씬 이해가 쉽다.
이렇게 적도 바로 옆에선 어디에서나 그렇듯 물이 소용돌이치면서 빠진다.
그러나 적도 위에서 똑같은 실험을 하면 이렇게 물이 수직으로 빠진다. 이 실험을 끝으로 적도 투어는 끝났고 가이드는 마지막으로 각종 기념품이 있는 상점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한국 사람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문화인데 이때 관광객들은 수고한 가이드에게 의례적으로 팁을 준다.
박물관을 빠져나와 숙소가 있는 끼또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지금까지 나는 캐나다에서부터 시작한 아메리카 대륙 종단 여행을 북미, 중미, 남미로 구분했었는데 적도를 체험하고 나니 새로운 개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남반구와 북반구 여행. 이제 적도를 지났으니 내 남반구 여행이 시작됐다.

'일상 속 여행 > 남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볼리비아 여행] 태양의 섬(Isla Del Sol)에서 바라본 티티카카(Titicaca) 호수 (0) | 2012.09.26 |
---|---|
[페루 여행] 티티카카(Titicaca) 호수의 갈대섬 '우로스 섬(Uros)' (0) | 2012.09.05 |
[아르헨티나 여행] 유럽 향취 한가득! 쇼와 음악, 춤까지 있어 즐거운 '산 뗄모 벼룩시장' (6) | 2012.08.01 |
[쿠바 여행] 살사의 열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트리니다드 '마요르 광장' (4) | 2012.07.10 |
[남미 여행] 빙하 투어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도시 '엘 깔라빠떼(El Calafate)' (4) | 2012.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