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저 노민은 가끔, 복잡하고 사람 많은 곳보다는 조금 덜 유명하더라도 조용한 곳을 여행하고 싶더라고요. 중남미를 여행하신 까를로스 님도 콜롬비아의 작은 마을 '바리차라'의 소박한 매력에 푹 빠지셨다고 하는데요~ 여러분도 마음까지 정화되는 '바리차라'의 평화로움을 함께 느껴보세요. ^^
글/사진: 까를로스 [유랑방랑명랑]
글/사진: 까를로스 [유랑방랑명랑]
중남미를 1년 동안 여행하며 여러 나라와 도시를 가봤다. 참 행복했고,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어서 지금도 중남미는 내 가슴 속에 깊이 박혀있다. 그런데 중남미를 여행하며 가끔 불만처럼 느껴졌던 것은, 바로 비슷비슷해 보이는 도시의 풍경이었다. 분명히 버스를 30시간 넘게 타고 국경을 넘었는데도 비슷한 풍경이 보이면, 새로운 것을 원하던 나는 종종 실망하기도 했다. 물론 자세히 보면 전부 다르긴 하지만, 이렇게 비슷한 이유는 중남미 국가 대부분이 과거에 스페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건물 양식이 비슷해서다.
그래도 비슷한 가운데 내 마음에 특별히 자리 잡은 도시가 몇몇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콜롬비아의 작은 마을 '바리차라(Barichara)'다. 유명 가이드북 '론리 플래닛'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바리차라는 할리우드 감독들이 꿈꿀만한 곳이라고…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Bogotá)에서 버스로 7~8시간을 가면, 각종 레포츠를 싼값에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산 힐(San Gil)에 도착한다. 산 힐에서 작은 버스를 타고 '한국의 트로트'와 비슷한 느낌의 콜롬비아 전통 음악 '꿈비아(Cumbia)'나 '바예나또(Vallenato)'를 들으며 40분쯤 가다 보면 어느덧 바리차라에 도착한다. 조금은 요란한 콜롬비아 음악과는 다르게, 버스에서 내리면 작고 평화로운 바리차라의 풍경이 펼쳐진다.
![[남미 여행] 소박한 평화로움이 있는 곳, 콜롬비아의 바리차라 마을(Barichara)](http://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남미의 많은 도시가 그렇듯 바리차라의 중심에는 대성당이 있고, 그 앞에는 광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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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안으로 잠시 들어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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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의 반쯤 되는, 해발 1300m에 위치한 바리차라는 아주 느긋하게 걸어도 두세 시간이면 다 돌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서울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북적북적한 보고타에서 몇 달을 머물다 바리차라로 간 탓에, 나는 이 소박한 평화로움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화창한 날씨에 안데스 산맥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바리차라를 둘러봤다.
![[남미 여행] 소박한 평화로움이 있는 곳, 콜롬비아의 바리차라 마을(Barichara)](http://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마을의 집들엔 꽃과 나무가 가득했고, 직접 만든 듯한 예쁜 주소 판과 문고리가 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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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판에 나와 있는 까예(Calle)는 영어로는 스트리트(Street), 한국어로는 테헤란로처럼 ‘~로’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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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위쪽으로 올라가면 작은 교회가 있는데, 이 교회 또한 정말 작고 아름답다. 나는 마을의 크기와 어울리지 않게 큰 대성당보다 이 교회가 더 마음에 들어, 교회 근처에서 한참 머물렀다.
그리고 일주일 뒤, 이 교회에서 뜻하지 않은 행운을 잡았는데, 바로 영화 클로저(Closer)의 삽입곡 'The Blower’s Daughter'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아일랜드 가수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의 공연을 보게 된 것이다. 데미안 라이스는 그 당시 콜롬비아 여행을 하다 바리차라에 오게 됐는데, 마을에 물 부족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공연 수익금으로 마을을 돕기 위해 즉흥적으로 공연을 열었다고 한다. 당시 보고타의 호스텔에서 일하고 있던 나는 휴일이 하루뿐이어서 8시간 거리인 바리차라를 당일치기로 오가며 공연을 봤다. 하루에 16시간이나 버스를 탔고, 버스에서 얕은 잠을 자고 바로 일하러 가야 해서 피곤했지만 내가 남미에서 겪은 행운 중 손꼽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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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에 푹 빠진 데미안 라이스(Demien Rice)
얼마 전, 내한 공연을 해 많은 한국팬이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을 봤다. 하지만 직접 보고 나니 그의 음악은 큰 공연장보다 이런 작고 이국적인 공간이 더 어울리는 듯 했다. 나에게는 정말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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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둘러본 후 계속 바리차라를 돌아봤다. 한국과 비슷한 기왓장이 쌓여 있는 흙담에는 영어와 스페인어로 잔뜩 써진 낙서가 있었다. 남미의 뜨거운 햇살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빛바랜 이 담에는 태양의 기운이 가득 느껴졌다. 저 낙서에는 어떤 사연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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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담을 조금 지나면 안데스 산맥이 내려다보이는 벤치가 있다. 해발 1300m인 덕분에, 마치 구름도 나와 같은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바리차라에 오래 머물며 이곳에 앉아 매일매일 책만 보는 생활을 하고 싶다. 유독 책 읽는 공간에 민감한 나에겐 최적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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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에 이어 내 마음을 또 강렬히 사로잡은 건 바로 이 공동묘지였는데, 스페인어로는 쎄멘떼리오(Cementerio)라고 한다. 수많은 죽음을 간직한 곳인 공동묘지는 보통 을씨년스러운 느낌이기 마련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공동묘지는 아름다웠다. 여러 공동묘지를 봤지만, 남미의 뜨거운 햇볕이 차가운 유골들을 따스하게 덮어주던 이 공동 묘지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공동묘지에는 흙담의 낙서와는 비교할 수 없이 더 많고 깊은 사연들이 담겨 있을 텐데, 그 사연들이 나에게 한꺼번에 와 닿는 듯해 왠지 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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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를 돌아 다시 광장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대부분 종교가 천주교인 남미답게 예수의 석상이 있다. 보통 남미의 대도시에는 높은 곳에 예수상을 아주 크게 세워두는데, 바리차라는 예수상조차 소박했다. 스페인어로 예수는 영어와 철자가 같은데(Jesus) 읽는 방법이 달라 헤수스라고 읽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중남미에는 이 헤수스를 이름으로 쓰는 사람이 많았다.
특별한 밤 문화조차 없는 바리차라는 활동적인 여행자에게는 두세 시간 만에 둘러보는 곳일 테고, 마음의 안식을 원하는 여행자에게는 오래도록 쉬고 싶은 곳일 거다. 나는 적어도 3일 정도 머물면서 이곳의 여유를 담아 가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일정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데미안 라이스 때문에 일주일 뒤에 다시 오긴 했지만 :)
바리차라와 40분 거리인 산 힐에는 고요한 바리차라와 다르게 즐길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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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하나는 콜롬비아 전통 놀이인 떼호(Tejo)다. 떼호는 멀리서 무거운 공을 던져, 찰흙 판에 화약을 싼 종이를 맞히는 놀이다. 공이 명중할 때마다 쾅하고 화약 터지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스트레스 푸는 데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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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패러글라이딩, 래프팅 등의 레포츠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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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산 힐의 진귀한 먹거리 '오르미가 꿀로나(Hormiga Culona)'. 뚱뚱한 엉덩이를 가진 개미라는 뜻이다. 조금 징그러울 수도 있지만, 곤충은 UN에서 권장한 훌륭한 식재료이기도 하고, 우리나라도 예전에 메뚜기를 튀겨서 흔히 먹곤 했으니,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바리차라 마을의 고요하고 소박한 평화로움에 내 마음까지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바리차라와 산 힐 두 도시 모두 특별한 매력이 있는 곳이었고, 남미 지역이 풍기는 특유의 매력은 이곳을 여행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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