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로밍]쿠바의 수도, 하바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요새 – 포르딸레사 산 까를로스

쿠바라는 약간은 낯선 여행지~ 그곳에서 만나는 새로운 풍경은 어떨까요?
캐리비안 시대의 중요 거점이었던 하바나에서 침입자들을 막기 위해 세워진 요새는 하바나를 지키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군사 감옥으로도 사용되었다가, 추후 체 게바라(Che Guevara)가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와 하바나를 점령한 이후에 그의 집무지로 이곳을 이용하기도 했다는데요. 쿠바의 수도 하바나가 내려다보이는 포르딸레사 산 까를로스에 김치군님과 함께 떠나 볼까요? 

 글/사진: 김치군[김치군의 내 여행은 여전히  ~ing]

포르탈레싸 산 까를로스 데 라 까바냐(Fortaleza San Carlos de la Cabaña)는 쿠바에서 가장 큰 요새이자,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요새입니다.

캐리비안의 가장 큰 요새였던 만큼 입구에서부터 설치되어 있는 포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포르딸레싸(요새)의 대부분의 포는 하바나로 접근하는 바다와 하바나 시내를 향하고 있지만, 일부는 이렇게 전시용으로 성 앞에 위치하고 있지요.

요새의 입구

하바나에서 가장 멋진 요새이자 관광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보다 작은 규모인 엘 모로(El Morro)를 주로 방문합니다. 쿠바 최대의 휴양지인 바라데로(Varadero)로 가는 길에 들려서 갈 수 있기 때문인데, 덕분에 포르딸레사 산 까를로스는 상대적으로 한가하거든요!

한국과의 교류는 극미하기는 하지만, 당시에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외부에는 태극기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미국 국기는 절대 찾아볼 수 없었구요! 아시아는 한국과 인도 정도였고, 대부분 유럽 국가의 국기들이 걸려 있습니다.

캐리비안 시대의 복장을 하고 있던 사람

성벽과 아래로 보이는 행사용 천막들, 그리고 복장 덕분에 꼭 과거로 돌아가서 사진을 찍은 것 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다를 통해서 접근하는 적이 없어진 지 오래 된 지금 포르딸레싸는 박물관과 전시, 그리고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는 곳으로 변모되었습니다. 바로 앞에 하바나에서 출발하는 시티투어버스의 정류장이 있기도 하고, 로컬버스도 이곳을 거쳐가는 곳이 많기 때문에 행사가 있는 날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찾습니다. 그리고, 밤 9시마다 진행하는 대포 발포는 많은 여행자들이 놓치지만, 말레꼰에 앉아있는 쿠바 현지인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행사입니다.

포르딸레사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지만,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전망대(Mirador)입니다. 하바나를 지켜야 했던 요새인 만큼, 하바나를 가장 잘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요새에서 바라본 올드 하바나의 모습. 중앙에 우뚝 서 있는 까삐똘리오에서부터 하바나의 중요 건물들이 모두 한 눈에 들어옵니다.

관광지로서의 의미를 유지하기 위해서였을까, 전망대의 옆에는 아직도 잘 관리하고 있는 듯 한 포들이 하바나 시내를 겨누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 포들이겠지만, 잘 관리된 탓일까.. 지금이라도 불을 붙이고 발포하면 잘 날아갈 것만 같아 보였어요.

요새와 하바나 시내의 사이에는 하바나 베이가 있습니다. 시내가 멀리 보이는 거리만큼 그 거리도 가깝지만은 않아요. 더군다나 요새가 도시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아래를 내려다보면 적들이 쉽게 올라오지 못할 만큼 절벽이 이어집니다. 이런 지리적인 특징 덕분에 요새가 지어진 것이기는 하겠지만요.

쿠바 사람들이 여행을 하거나 돌아다니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수도에서는 연인이나 현지인들이 곳곳에서 관광을 즐기는 모습도 꽤 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한 곳에 쉬면서 옆에 앉아있는 쿠바 사람에게 말이라도 걸면, 화들짝 놀랍니다. 동양인이 스페인어 하는 것을 처음 봤다나..? 에이 거짓말. 하바나에 사는 중국 사람 인구가 얼만데... 나중에 알았지만, 그네들이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을 때의 반응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칭찬하기!

그러고 보니 쿠바를 여행하면서 들었던 이야기가 한국의 야구이야기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쿠바 사람들은 아직도 WBC경기와 올림픽을 잊지 못하는 듯 싶었습니다. 월드컵보다 야구가 더 인기 있는 나라 쿠바.


전망대에서 올드 하바나를 내려다보고, 이제는 요새의 곳곳을 돌아다녀보기 위해서 성벽을 따라 걸었습니다. 이동을 위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은 표시 되어있었지만, 사람들이 무난하게 갈 수 있는 곳들은 다 갈 수 있는 듯 합니다. 곳곳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전망대는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요새의 얼굴이어서 그랬는지 깔끔했지만, 요새의 뒤쪽으로 오자 바닥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포들과 곳곳에 자라고 있는 풀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오래 된 요새이니만큼 이런 모습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어요. 뭐랄까, 더 이상의 용도가 없어진 곳이긴 하지만.. 세월이 흐르는 흔적이 느껴진달까?

포르딸레싸 산 까를로스 데 라 까바냐는 상대적으로 잘 보존되어 있는 유적지 중 한곳이라서 보수를 할 곳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덕분이었을까, 요새를 둘러보면서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을지언정, 크게 훼손되었다고 보이는 곳은 거의 발견하지 못했죠.

특별한 행사가 진행되었나 싶은 조형물도 보였습니다. 여러 가지 단어들이 써 있는 이 조형물은 뭐랄까 요새와는 잘 안 어울리는 느낌? 주변에서 행사 진행요원들이 열심히 무언가를 정리하고 있었거든요 ^^

요새의 반대편에서 바라본 하바나의 모습

빼곡히 들어서 있는 오래된 느낌들의 하바나 건물들과 그 방향을 향하고 있는 포들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포 아래로는 포탄들이 꼭 탑처럼 쌓여있었는데, 피라미드같이 쌓아놓은 센스라니;;

요새의 가장 오른쪽 지역

멀리 해안선으로 비쭉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곳이 바로 인기 있는 관광지 엘 모로(El Morro). 확실히 규모가 작아 보이기는 하지만, 잠깐 들렸다 가는 사람들에게는 하바나 시내도 멀리서 조망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을 듯 싶어요!

올드 하바나와 바다가 함께 보이는 요새의 전망대는 오후 늦은 시간이 되면 부드러운 빛 때문에 더 낭만적입니다. 쿠바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는 여행지여서 그런지,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도 많았습니다. 마침 하바나 시내를 배경으로 포즈를 잡고 있는 커플들이 있어 사진을 찍은 다음에, 너무 아름다워서 찍었다고 말하고 이메일을 보내준다고 했어요~ 그들도 사진을 보더니 좋아하기는 했는데.. 이메일이 없다네요..ㅋㅋ 결국 주소를 받고,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한참 뒤에야 사진을 보내줬는데.. 과연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음.. 이 사진은 지금 보니 아저씨의 머리가 포로 변해있네요.;;

요새 안에는 의자들이 많이 놓여있어서 쉬기에도 좋습니다. 햇빛을 가려주는 무언가가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커다란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지치기 마련. 그러고 보니 쿠바의 다른 관광지보다 이래저래 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크게 드는 곳이었어요!

사진 촬영 금지이기는 했지만, ^^;;;;  포르딸레싸 내부의 건물들은 다양한 전시관으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식민지 시절에 사용되었던 물건이었지만, 몇몇 건물에서는 현대적인 느낌의 전시물도 있었어요!

포르딸레싸에서 2시간 정도 돌아다녔을까, 어느덧 하늘에서는 빛내림이 내려오고 있었고, 슬슬 오후시간도 마무리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쿠바의 하바나가 내려다 보이는 포르탈레싸 산 까를로스 데 라 까바냐(Fortaleza San Carlos de la Cabaña)를 떠나 이제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