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가장 자랑하는, 그리고 사랑하는 예술가가 있다면 '에밀리 카'를 꼽을 수 있습니다. 봉평에 이효석, 통영에 박경리, 제주도의 이중섭, 강원도의 박수근이 있다면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는 에밀리카가 있어요.
캐나다의 '스피릿'을 화폭에 담았다는 에밀리 카. 빅토리아에 발걸음을 했으면 그가 나고 자랐다는 생가를 방문하지 않을 수 없지요. 에밀리카 생가는 빅토리아 관광의 중심인 이너하버에서 걸어서 약 10~15분 정도 걸립니다.

부드러운 커스터드크림색의 벽과 주변의 정원이 잘 어울리는 에밀리 카 생가의 모습. BC주를 대표하는 유산이라고 자랑스레 [BC HERITAGE]라 써진 간판도 보이죠?

정원은 영국식 정원으로 꾸며져있어요~ 아기자기하게 인공적으로 꾸몄다기보다는 꽃들이 자연스레 제 모습들을 뽐내고 있는 식입니다.
에밀리카 생가는 굉장히 일찍 닫아서, 4시면 클로징이에요. 저는 3시 55분에 여기에 도착해서 혹시 못들어가면 어쩌나 되게 조마조마...
하지만 인포에 있던 분이 아주 선뜻 '조금 늦게 클로징할테니 여유롭게 둘러봐도 좋다'고 해서 정말로 여유롭게! 즐기다왔습니다~

생가 내부엔 이렇게- 에밀리카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갤러리도 있습니다. 가지각색의 패브릭까지 그대로 보존해놓은 생가에 에밀리 카의 작품을 곳곳에 배치해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놨어요.

낡은 의자에서 세월이 느껴집니다. 어쩜 다들 이리 예쁜 것만 모아놨는지! 패브릭도 가구도 하나하나 다 예뻤어요. 앞서 방문했던 크레이다로크 성과는 또 다른, 아늑하면서 빈티지한- 소박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크레이다로크 성에서 귀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면 이곳에서는 소박한 보통 사람들의 삶을 알 수 있지요.

인형, 책, 재봉틀 등 생전에 쓰던 소품들 같은 것도 전시해놓고 있어요.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 그리고 빈티지한 앤티크가구와 아기자기한 패브릭들이 행복한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제가 있을 때 일본 관광객들이 몇 명 있었는데 다들 너무 예쁘다고 감탄 찬탄하고 있더라구요. ㅎㅎ 나이 지긋하신 분들인데도 다들 너무 좋아하며 사진도 열심히 찍고 한껏 업되어서 대화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남자분들에겐 어떨지 몰라도 소녀스러운 낭만을 즐기기엔 아주 적당한 장소가 아닌가 싶어요.

에밀리카 생가가 위치해 있는 곳은 이너하버에서 멀지않은 주택가예요. 근처에 빅토리아 최고의 공원! 비컨힐파크도 있구요. 이런 곳에 앉아 정원을 보며 애프터 눈 티 한 잔~ 했을 에밀리 카가 좀 부러워집니다. 예술적 영감이 절로 떠오를 것 같은 기분.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시각적 정보만을 받아들여야하는 전시장처럼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고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며 에밀리 카가 생전에 어땠을까 상상해볼 수 있는 곳이었어요. 한 쪽 방에서는 에밀리 카 관련 다큐멘터리 영상도 틀어줍니다. 그리고 방문객들을 위한 보너스 또 하나- 관람을 마친 후 테라스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짠. 방문자들을 위해 차와 비스킷을 준비해놨어요. 이런 세심함이라니!

차와 비스킷 옆에는 빅토리아 관광 관련 각종 브로슈어 및 유명한 식당의 쿠폰 등이 놓여져있습니다. 테라스에 앉아 빅토리아의 다른 관광지 관련 브로슈어들을 살펴볼 수도 있고, 차와 비스킷을 먹으며 수다를 떨 수도 있지요- 방문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에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이런 곳은 처음 방문해봐서 싱기방기!

에밀리카 생가는 아주 작은 규모라서 10-15분이면 충-분히 다 볼 수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면 '에게게게 겨우 이게 다야?'싶을 수도 있는 작은 규모고, 짧은 시간이지만 저는 이곳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정말로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곳이었습니다.
빅토리아에 후일 방문하신다면 이너하버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까 잠-깐이라도 꼭 들러보셨음 좋겠어요.
아주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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