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행 15 _ 19세기 빅토리아의 무드, 크레이다로크 성을 가다

일상 속 여행/미국 / 캐나다 2010. 8. 3. 09:22


사랑으로 지은 성, 크레이다로크 성은 빅토리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입니다. 크레이다로크 성은 석탄 사업으로 부자가 된 로버트 던스뮤어가 1887-1890년에 지은 저택인데요 자신의 부인을 위해 바친 성이라고 해요. 여보 사랑해, 이 반지를 받아주지 않겠어...? 도 로맨틱하지만 '성'을 준다니... 햐. 스케일이며 위엄이 남다르네요. 

요즘으로 치면 석유 사업으로 부자가 된 중동귀족이 부인에게 '쟈기를 위해 지은 호텔이야. 어때?'하고 버즈 알 아랍 호텔 하나를 뚝딱 지어주는 거랑 비슷할라나요... 뭐가 됐든 부럽다아~ 좋겠다아~




아까 전 까진 회색빛 하늘이더니, 크레이다로크 성에 도착하자마자부터 확- 개인 날씨! :) 아흐. 날씨 정말 좋네요




크레이다로크성은 19세기말 빅토리아시대 분위기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요. 던스뮤어家 사람들이 모여 식사하던 만찬실, 당구실, 딸들의 방, 스모킹룸, 댄스홀, 하인들을 위한 침실 등.. 빅토리아 시대 귀족사회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찬찬히 만끽할 수 있습니다. 방 하나 하나에 놓인 묵직한 의자, 갖가지 책이며 장신구들, 우아한 커튼이며 장식품 등을 구경하다보면 영화 비커밍 제인, 센스 앤 센서빌리티, 오만과 편견 등이 떠오를 거예요.




아주 어린 유아용 의자까지 고대-로 보존되어 있는 식탁 풍경. 아마도 영국에서 공수해왔을 푸른 잔꽃무늬 접시들이 정말 예뻤어요. 센스있게도 센터피스며 빵 등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서 누군가가 사는 집에 놀러온 듯한 기분도 듭니다.




딸의 방과 스모킹룸. 담배를 피우는 공간이 따로있더라구요. 친구들끼리 모여 여기서 담배 피면서 담소도 나누고 하는 공간인가 봅니다. 이 스모킹룸은 홀이나 딸의 방 등과는 복도 자체가 분리되어있고, 좀 구석에 위치해있어서 어딘지 비밀스러운 느낌도 들었어요. 비밀 얘기 하기 딱 좋은 장소인듯~ 

스모킹룸을 보니 애연가인 친구가 생각나서 여기 사진 찍어다 멀티메일로 쏴줬더니 부러워서 발을 동동! 구르더라구요. 야 두고봐 오빠가 돈 많이 벌어서 엉? 스모킹 룸 그까이꺼, 엉? 만든다. 엉? 이러는데 ㅋㅋㅋ 아이고 ㅋㅋㅋ A군이 어서 돈 많-이 벌어서 저런 스모킹룸이 딸린 집을 사기를, 이 자리를 빌어 기원합니다!  (그나저나 로밍 해 가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게 아닌가 싶어요. 실시간으로 염장지르기 ㅋㅋㅋ)




크레이다로크 성 곳곳 마다 벽걸이 거울과 액자 장식이 많았어요. 크기며 모양도 제각각이고 하나하나 예뻐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괜히 셀카도 한 장 찍어보고~ 의자에도 앉아보고~!




방문객들에게 앉아서 천천히 쉬다 가라고 곳곳에 의자도 배치해놨습니다. 몇몇 의자는 앉지못하게 밧줄로 막아놨는데, 이렇게 그냥 풀어놓은 의자에는 앉아서 휴식 취해도 괜찮다고하네요. 저도 앉아서 꼬물꼬물 지도도 보고- 멍하니 창 밖 바라보며 일광욕도 했어요.

얼마간을 그러고 있었더라... 누군가가 구석에 놓여진 피아노에 앉더니 즐겁게 연주하기 시작하더라구요. 덕분에 여유로이 피아노 연주까지 감상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4층에 가면 댄스 홀이 있는데, 거기에 피아노가 놓여져있거든요. 그 피아노는 원하는 이라면 누구든 연주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끝까지' 칠 줄 아는 곡이 없는지라 차마 건드려보지 못했어요. 고수(!)분들이 워어-낙 많더라구요.




아주 화려한 금빛으로 장식된 복도가 있는가하면 소박하면서도 빈티지한 무드가 가득한 방도 있습니다. 하인들이 묵던 방도 있기 때문에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지 짐작해보는 재미가 있어요. 곳곳에 놓인 테이블 램프들은 우아하게 빛나며 은은-한 빛을 더해줍니다.




크레이다로크 성 주변은 주택가예요. 빅토리아 내에서는 꽤 고급주택가라고 합니다. 아주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지나가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한들한들 둘러보기 좋습니다.

버스를 타는 것도 좋지만, 저는 주변 구경 겸 걸어서 가는 것을 더 추천하고 싶어요. 이너하버에서 크레이다로크성까지 도보로 약 30~40분 정도 걸립니다. 가는 길에 밴쿠버 아트갤러리가 있어요.

그 뿐 아니라 주위 주택들이 하나하나 다 예뻐서 그 집들의 정원이며 아기자기한 집 모양 보는 것도 재밌더라구요. 

그리고 독특한 모양의,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클래식카들이 주차된 것도 자주 볼 수 있어요. 와 이런걸 정말 타나?하고 신기해했지요~




참. 이너하버에서 크레이다로크 성까지 가는 도중에 유명한 앤티크 거리가 있으니 앤틱 장식품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가보는 것도 좋죠! 가격은 좀 비싸지만 19세기 물건들이 꽤 많았어요.




그리고 또 하나! 운이 좋다면 요런 보너스도 만날 수 있습니다. 길 가는 중에 요 고양이가 냐옹-냐옹-하면서 절 부르길래 잠시 같이 놀았는데, 어찌나 붙임성이 좋던지... 처음 보는데도 무지 반가워하면서 애교를 사정없이(!) 떨더라구요. 현관문에 고양이 전용 출입구가 있는걸보니 이따금 집 앞 정원에 나와서 노는 고양인가봐요. 신기한 건 절대 저 정원 밖으론 안나가더라는 것.

가는 길 부터 성 내부까지 즐거움과 사랑(!)으로 가득했습니다.  19세기 빅토리아의 무드를 느끼고 싶다면 꼭 가보시길~ :)



크레이다로크 성
 
OPEN : 10:00 ~ 17:00
입장료 : 일반 $12, 학생 $ 8, 6~18세 $ 4
tel. 250-592-5323
www.craigdarrochcast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