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가 어스름히 깔린 아침의 빅토리아. 깜깜한 밤에는 꼭 놀이동산같더니 아침의 얼굴은 또 전혀 다릅니다. 시시각각 바뀌는 얼굴이 여행자들에게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도시예요.

안개 너머로 보이는 페어몬트 호텔과 이너하버 풍경- 런던의 그 음습한 안개의 느낌도 사알짝 납니다.
게다가 거리에 이런 버스(↓)까지 다니니 런던에 온 느낌이 더 강하게 날 수 밖에요.

'브리티시'콜롬비아답게 브리티시 느낌 물씬! 저 버스는 시티 투어 버스예요. 꽃마차로는 운치있게, 시티투어버스로는 편리하고 편안-하게 빅토리아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휴대폰으로 저 버스가 나오도록 사진 찍어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포토메일 보냈더니 다들 ‘뭐야, 캐나다 간다더니 영국 갔음?’이란 반응이었어요. 빅토리아라고 했더니 이름도 영국같다고 다들 싱기방기~ 혹자는 빅토리아를 두고 영국보다 더 영국적인 도시라 말하던데 그 말을 조금 알 것도 같았습니다.

오전 10시가 넘어가자 이너하버 주위에 슬슬 자리 펴기 시작하는 노점상들. 파는 건 대개가 악세서리나 공예품들입니다. 매일 열리는 건지, 주말에만 열리는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개점시간 즈음이라 아직은 단촐한 풍경. 이누잇족의 공예품이거나 포푸리 등이 담긴 향낭, 악세서리 등이 대부분이었어요. 아무도 안지나 가자 심심해서인지 사람을 모을 요량인지 피리같은 악기를 꺼내 연주하는 분도 있었구요.
오전에 계속 해가 안나고 안개가 자욱해서 아무래도 비가 오려나보다. 아 좀 춥네... 했는데, 11시가 좀 넘어가자 갑자기 분위기가 급변합니다.

요로케!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해요~ 하늘이 푸르게 물들자 또 다른 모습을 한 빅토리아. 아으 날씨가 갑-자기 쨍!해지니까 제 기분이 다 활짝 피더라구요. 이너하버 주위를 한참동안 어슬렁 거리다가 비지터센터에 들러 지도를 얻고 빅토리아 도보 관광을 시작했습니다.
빅토리아는 도시가 작은편이라서 도보관광하기 좋아요. 별다른 교통수단 필요 없이 도보로만 여행하는 워킹투어는 BC주 관광청에서 미는 테마 중 하나이기도 해요. 비지터센터를 가면 도보를 이용해 다니기 좋은 코스와 소요시간 등을 알려주는 지도들이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http://www.2hellobc.co.kr/walking/
한국에서는 이 주소로 들어가면 BC주의 워킹투어 가상 체험을 해볼 수도 있어요. 그저 걷기만해도 하루 안에 빅토리아의 주요 명소는 다 둘러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빅토리아 최고의 정원이라 불리우는 부차트가든은 좀 멀다는 거~ 참고하시길. :)

거번먼트 거리(Government St.)와 포트 거리(Fort St.), 더글라스 거리(Douglas St.), 고든 거리(Gordon St.)등엔 예쁜 가게가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귀여운 책방도 있고, 유혹적인 냄새를 풍기는 머핀가게와 아기자기한 컵케이커리 등이 있어요.
저 핑크빛 가득한 컵케이크 가게는 Fort St에 있었는데요 모양이 특출나게 예쁘진 않지만 아주 맛있는 컵케이크를 파는 가게예요! 다른 컵케이크 가게에 비하면 모양은 다소 단순한데 너무 달거나 느끼하지 않고
따악 좋은 정도의 맛을 내더라구요. 가게 이름은 Pink Sugar cupcakery구요 773 Fort St.에 위치합니다~ 전 여기 컵케이크 먹어보고 컵케이크가 실은 꽤 맛있는 거였구나...를 깨달았지요.
컵케이커리 사진 위에 있는 Munro's Books는 빅토리아 최고의 서점이라 합니다. 책에 둘러싸인 분위기가 좋아서 스을쩍 둘러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곳이었어요. 이따금 외국 서점에 가보면 한국에선 절판되거나 해서 구할 수 없는 책을 손쉽게 찾게 되는 경우가 있어 종종 가곤하는데요 안타깝게도 이 날 수확은 '헛물 켜기'. 전혀 엉-뚱한 책을 사와버렸거든요. 그저 표지가 예쁘단 이유로! ㅠㅠ

이렇게 예쁜 모자가게도 있습니다. 제가 모자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그저 구경 하는데도 한-참 걸렸어요. 사진촬영이 안된다 해서 밖에서만 찰칵.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클래식한 디자인의 모자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여기선 침만 꼬올깍 삼키다가, 휘슬러에선 결국 모자를 하나 샀지요. 그 모자가 뭔지는 추후에! 진짜로 영화에 나올법한 모자예요. 앨리스에 나오는 매드해터가 쓸 법한 그런 모자~ 그런걸 다 팔더라구요? 어멋 이건 사야해!! 하며 당장 집었습니다.

길가다 발견한 고흐의자! 전 이렇게 생긴 의자를 모두 묶어 '고흐의자'라 불러요. 물론 고흐의 의자엔 저런 웨이브가 없지만...

그래도 좀 닮았죠?

색색깔의 배치가 예뻤던 뉴스 스탠드들

지역지 별로 뉴스스탠드 모양이며 색이 달라서 멀리서도 어디에 뭐가 놓여있는지 알 수 있게 해놓은 점이 포인트~모양이며 색이 각양각색인게 늠늠 귀여워요.

곳곳에 카페며 레스토랑도 많습니다. 제가 지나갈 땐 개점한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아직 썰렁했어요.

간판이며 표지판도 이렇게나 예쁩니다. 빅토리아의 별명으로 '정원의 도시'가 있는데요. 부차트 가든이나 비컨힐파크 같은 정원/공원도 아름답지만 도시 자체에 녹지가 워낙 많아서 낮은 건물들과 평화롭게 잘 어우러져있어요. 확 오는 한 방은 없어도 도시 자체가 숨은 매력으로 가득-합니다. 이렇게 예쁜 길들을 지나 제가 도착한 곳은 여기.

빅토리아 아트 갤러리예요. 내부 촬영은 금지라서 겉만 한 컷 찍었습니다. 내부에는 BC주를 대표하는 예술가인 에밀리카의 작품 및 다종다양한 현대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에밀리카의 작품 중 비교적 초기 작 및 스케치 등을 만날 수 있는 곳. 그 외에도 일본식으로 꾸민 정원 등이 있어 휴식취하기에도 좋아요.
겉으로 보기엔 별로 안 커보이는데 내부는 의외로 넓어요~ 오전에 가면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한산-해서 혼자 전세낸 기분으로 만끽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술에 별 취미가 없다면 그리 추천하고 싶진 않아요. 저는 에밀리카가 하도 유명해서 그의 그림을 보고 싶은 맘에 갔지만, 카의 그림이 그리 많지는 않고 대개가 소품이거나 2호 사이즈 정도라서 그냥 소소한 전시 수준입니다. 많은 기대를 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는 장소예요.
저는 한량마냥 한들-한들 다니는 것이 취미이자 라이프스타일인지라 적당히 즐기고 나왔지만, 유럽의 오랑제리나 오르세 수준을 기대하셨다면 좀 실망하실지도 몰라요. 에밀리 카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호옥-시나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라는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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