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여행 2] 일상에 작은 쉼표를 하나 넣고 싶다면

일상 속 여행/중국 / 일본 2010. 7. 7. 11:48


다카야마, 에도 시대 상인의 거리를 걷다

인력거 옆으로는 기모노를 입은 한 무리가 스쳐 지나가고, 스르륵 지나는 그들의 뒤로 400년 전의 목조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가 펼쳐지는, 마치 시간이 되돌아간 것 같은 이곳, 바로 다카야마야.


기후 현 북쪽 산 속 깊이 자리한 다카야마는
‘작은 교토’라 불릴 정도로 에도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야. 카미산노마치 거리 입구에 들어서자 머리에 띠를 두르고 전통 의상을 차려 입은 인력거꾼이 보여. 아저씨! 저도 한 번만 태워 주시면 안 되나요!




전통 가옥과 상점, 음식점들이 길 양쪽으로 줄지어 선 카미산노마치는 에도 시절, 상인들의 거리였대. 이곳의 집들은 대부분 2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에 비해 2층의 높이가 낮아.  에도 시절, 왕이 이 근처의 타카야마 성을 방문할 때면 카미산노마치 거리를 지났는데, 왕은 집들조차 자신에게 절하기를 바라였기 때문에 높이 지을 수가 없었대. 장사를 통해 부유해진 상인들 또한 좋은 목재로 집을 지었다는 것을 왕에게 숨기기 위해 어둡고 낡게 보이도록 덧칠을 하기도 했다고.




400미터에 이르는 카미산노마치에는 길 양쪽으로 이곳의 특산품인 목조각이나 골동품 가게들이 가득해. 맛있는 전병들이 종류별로 진열되어 있는 센베이 가게부터 일본식 된장인 미소를 만드는 가게, 독특한 옛 물건이나 기념품들을 파는 가게,물 좋기로 유명한 이곳의 미야 강을 이용해 사케를 만드는 양조장도 있어. 진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거리지?




시라카와고, 거대한 지붕이 가득한 마을

시라카와고로 향하는 길. 600여 명의 사람들이 현재까지도 살고 있는 고대 마을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어. 1995년,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말에 눈이 3배는 커졌지. 1935년 독일의 건축가 브루먼 타우트가 처음 시라카와고를 본 뒤 그 독특한 건축 형태를 자신의 책에 소개했고, 이것이 유명해져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대.

 

‘손으로 합장하는 모양의 지붕’이라는 뜻의 갓쇼즈쿠리라 불리는 삼각형 지붕은 눈이 많이 내리는 이 지역의 특성상 급경사를 이용하여 눈이 쌓이는 것을 방지했다고 해. 억새를 두텁게 이어 지붕을 얹은 이 가옥은 못, 나사 등 금속으로 된 이음새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눈의 무게에도 유연성을 발휘해 무너지거나 부서지는 일이 없다고. 대신 지붕은 30~40년마다 한 번씩 꼭 손봐야 하는데, 무려 200여 명이 이틀 동안 꼬박 지붕에 매달려야 완성할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일이래.




밖에서 볼 때만큼이나 집 내부도 거대했는데 보통 3, 4층으로 이루어져 수십 명에 이르는 대가족이 한 집에서 생활했대. 마루 한가운데에는 불을 피우는 화로 자리가 있는데 여기서피어 오른 연기가 지붕 속으로 퍼져 벌레나 해충을 죽이고 습기를 제거해 지붕을 탄탄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고.

 

그래서 지금까지 불을 피우며 사용 중인 집의 지붕은 이엉이 흑색이지만 더 이상 불을 피우지 않는 관람용 집의 지붕은 파랗게 싹이 나고 있었어. 푸른빛이 고와 보여 감탄했더니 관계자는 저런 지붕은 오히려 얼른 손봐야 하는 지붕이라더라.




갓쇼즈쿠리 생활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민박도 운영되고 있어. 전통 음식점이나 기념품 가게 등도 자리하고 있어 마을 곳곳을 걸어 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면 한나절이 금방 지나는 곳이야.

 

세상과 분리되어 시간을 멈춘 듯한 이 조용한 산골 마을의 매력은 겨울이면 그 절정에 달한대. 마을 전체에 소복이 쌓인 눈 사이로 집집마다 환하게 불을 켠 이곳의 풍경은 그야말로 세계문화유산 급의 감동을 준다고 하니 오는 겨울에는 한 번 더 들러봐야겠어.


화려한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후 현을 여행하는 일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 하지만 잠시라도 일상의 짐과 부담을 내려놓고 싶은 사람이라면 기후현을 꼭 여행해 보길. 아마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문득 생각나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 하나를 얻어갈 수 있을 거야.




여행 TIP


교통

나고야 센트럴 공항에서 메이테츠 선을 타면 기후 시까지 50분 정도 걸린다. 기후 시에서 게로 시까지는
JR로 1시간 정도, 게로 시에서 타캬야먀 시 까지는 JR로 40분 정도 소요된다.
다카야마에서 시라카와고까지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2시간 정도 걸린다.


주요 연락처

기후 현: www.kankou-gifu.or.jp, www.pref.gifu.jp 
기후 시 관광안내소: 81-58-262-4415 
기후 관광 컨벤션 협회: 81-58-263-7291

히다 - 다카야마 관광안내소: 81-577-32-5328 

게로 시 종합 관광안내소: 81 - 576-25-4711

시라카와고 사무소: 81-5769-6-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