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껏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생각나는 곳. 바로 기후 현이야. 복잡한 도시도, 북적거리는 사람도 없어서 그저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푹 쉴 수 있는 곳이지. 청정하고 고요하면서도 정감 있는 일본의 또 다른 모습, 지금부터 소개할게.

기후, 밤의 강 위에 반짝이는 여섯 개의 불빛
나고야 공항에 내려 메이테츠 열차를 탄 지 50분쯤 지나니 기후 시에 도착해 있었어. 나가라 강바람과 만난 것은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기후의 명물인 ‘우카이’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강가에 대어 놓은 배 위에서 저녁식사를 즐기고 있었지.
가마우지라는 새를 길들여 은어를 잡게 하는 우카이는 1,300여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이곳의 전통으로,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라도 나가라 강의 배 위에서 은어구이, 회 등 거나한 저녁식사를 즐기며 우카이를 구경할 수 있어.
강가에 어스름하게 어둠이 깔리면 전통 의상을 입은 마을 사람들이 횃불을 켜고 북을 두드리며 분위기를 돋우기 시작해. 까만 하늘에 터지는 세 발의 폭죽이 우카이의 시작을 알리면 오래 전부터 우카이를 할 때 부르던 전통 민요가 강가에 울려 퍼지고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뱃머리에 큰 횃불을 단 6척의 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다가와.

뱃머리에서 타는 화톳불이 타닥타닥 강 위로 불꽃을 날리며 은어들을 유혹하고 불빛에 현혹되어 몰려든 은어들을 잡느라 가마우지들이 쉼 없이 날갯짓을 해. 관람선 위의 사람들도, 노민도 연신 감탄사를 던지며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어.

게로, 일본의 손꼽히는 3대 온천

강을 중심으로 나즈막하게 자리잡은 아늑한 마을 풍경을 보니 어딘가에 아직도 머물고 있는 약사여래가 이곳으로 와 지친 몸을 쉬어 가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어. 게로 시를 가로지르는 맑은 히다가와 강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자 사람들이 훤히 볼 수 있는 곳에서 거리낌 없이 옷을 벗고 강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보여. 깜짝이야!

‘훈센치’라 불리는 이 온천은 탈의실도 없는 그야말로 노천탕이지만, 게로 온천의 원천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랑 받는 곳이야. 이방인이야 난감해하거나 말거나 온천에 들어앉은 이의 표정만은 깊디 깊은 심산유곡에서 표표히 홀로 즐기는 듯 얼굴에 ‘나 무지 만족스러움’이라고 써있는 것 같았어.

게로에는 또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족욕탕도 곳곳에 개방되어 있어. 한 족욕탕에서는 바로 옆에서 온센타마고(온천물에 삶은 달걀)를 팔고 있었는데, 이 온센타마고를 얹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바로 게로의 명물! 부드러운 달걀과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입 안에서 기분 좋게 어울리는 그 맛! 뜨거운 온천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그야말로 ‘행복’하더라고. *U_U*

게로는 온천마을답게 거의 모든 료칸과 호텔 등의 숙소에 다양한 온천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니 꼭 따로 온천지를 찾아가지 않아도 충분해. 하지만 온타케 산의 1,800미터 고지 위에 자리한 니고리고 온천이나 시냇물과 산골짜기 숲을 흐르는 히다카나야마 온천, 마실 수 있는 탄산 온천인 유야 온천 등은 빠뜨리기 아까우니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허락한다면 꼭 들러보길!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온천에 여행의 피로가 쌓인 몸을 담그고 얼굴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에 눈을 감고 있으니 떠날 때 있던 마음의 짐들이 잠시나마 다 사라진 듯, 도시에서 했던 고민들이 별 것 아닌 일처럼 느껴졌어. 이제 이 평화로운 시간을 뒤로하고 또 다른 기후현의 모습을 만나러 갈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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