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 3 _ 우에노 공원에서 맛보는 오니기리

일상 속 여행/중국 / 일본 2010. 6. 21. 15:25


숙소에서 만난 언니들은 모두 유쾌한 분들이었다. 사실 누구와 한방을 쓰게 될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됐는데 다행히도 방에서 내가 막내라고 예뻐해 주시고 맛있는 것도 챙겨주시고 혼자 떠나온 날 기특해 해주셨다.

사실 여행을 하면서 한국말을 하는 순간은 집에 전화한번 할 때와 숙소에서뿐이었다. 전화이야기가 나와서 그러니 해외로밍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이 이야기는 다음번으로 살짝 미루고 둘째 날의 이야기를 이어가볼까 한다.

2주간의 도쿄여행은 꽤 여유롭게 보냈었는데 새벽같이 나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직 둘째 날이라 심히 들떴을 텐데도 잠도 잘 자고 여유롭게 일정을 시작했다. 둘째 날의 일정을 소개해보자면 ‘우에노 공원’으로 갔다가 옆으로 이어지는 ‘아메요코 시장’으로 간 후에도쿄역 근처에 있는 마루빌, 신마루빌, 도쿄국제포럼까지 보는 것이 원래의 일정이었다. 그런데 좀 더 투자해서 긴자와 롯뽄기까지 다녀오게 되었다. 이렇게 쭉 나열하고 보니 엄청 바쁘게 다닌 것 같은 여행 이틀째이니 더 추가했다고 해도 힘든 건 몰랐을거라 생각된다.

신오쿠보역에서 우에노역으로 이동했다. JR 야마노테센으로 한 번에 갈 수 있고 약30분정도 소요된다. 요금은 190엔. ( 전날 구매했었던 1500엔이 충전되어있는 ‘스이카’를 이용하는 순간! )




작은 옆 가방에 뭘 그렇게 많이 넣었는지 터지려고 하는 가방... 작은 수첩에는 일정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고 더위에 지친 나를 위한 생명수 그리고 손수건. 이 가방은 뭔가 꺼내기 손  쉽게 하려고 메고 다녔는데 나중엔 이것도 귀찮아서 버리고 다녔다. 더위엔 장사가 없다.




일본여행을 수월하게 도와주는 것들 중 하나는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한글’이다. 읽을 수 없는 일본어나 역시 알 수 없는 한자로 쓰여 있는 표지판을 보면 순간 헉! 하고 숨이 막히지만 웬만한 곳엔 한글이 딸려 소개되어있다. 같은 한자권이기 때문에 대충 어느 정도 맞춰볼 수 있다는 것도 영어권 여행지보다 조금은 편하다는 점이 좋다.




우에노 역에 도착했다. 역 내부가 꽤 커서 놀랐다. 이 근처는 ‘문화’와 관련된 곳이 많은데 공원을 비롯해서 미술관도 있고 박물관도 있다. 또 우에노는 나리타공항으로 들어가는 전철을 타는 역이 있어서 한국인 여행자들이 마지막 일정으로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역이 너무 넓어서 한번 살짝 구경해보기로 했다. 음식점, 서점들도 있었는데 그 중에서 나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오니기리였다. 사실 출발 전부터 우에노 공원에서 ‘오니기리’같은걸 먹어볼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눈앞에 나타나주니 안 살수가 없다. 우리나라에 오니기리를 본 따서 삼각 김밥이 만들어질 때 회사 직원들은 분명히 망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역시 사실 삼각 김밥의 등장에는 ‘이게 뭐야’라는 생각들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편의점 내에서 김밥보다도 잘 팔린다고 하니 음식 문화는 세계를 돌고 도는 것 같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오니기리를 사서 역을 빠져나왔다.




우에노 공원은 역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찾기 쉽다. 공원은 굉장히 넓은데 이런 곳에 오면 먼저 지도를 한번 봐주는게 좋다. 현 위치가 어디고 어떻게 돌아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좀 해두면 더 알차게 움직일 수 있다. 공원은 그야말로 울창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공원을 가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기껏해야 인천에 있는 자유공원이나 서울 숲 정도랄까. 산에 와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나무들이 하늘을 덮고 있다.




일본에는 ‘신사’가 없는 곳이 없다. 우에노 공원에도 신사가 있는데‘오미쿠지’라고 하는 운세뽑기 같은 것을 해서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이렇게 걸어놓고 간다고 한다. 나쁜 운이 날아가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정말 모두 안 좋은 결과들일지 괜히 펴보고 싶은 마음이..일본의 풍경 중에서 이 ‘오미쿠지’는 빠지지 않는다.




저 멀리로 보이는 당은 ‘벤텐’이라는 곳인데 저기서 모시는 신이 여자라고 한다. 그래서 커플들이 가면 헤어지게 만든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있다고. 오우.형형색색의 오리배. 일본에서도 호수가 있는 공원엔 이런 배가 있나보다. 커플들이 타면 남자들만 열심히 페달을 밟아야 해서 남자들이 싫어하는 놀이기구 중에 하나라고 한다. 하하하.




여유로워 보이는 우에노 공원의 풍경.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일본은 ‘혼자 즐기기’에 익숙해보였다. 사실 나도 혼자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하는 것에 그다지 부담감이나 어색함을 느끼는 편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혼자 무엇인가를 할 때 어색해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여기서 혼자 밥 먹는다고 해서 친구가 없는 걸로 보는 게 아닐까?’, ‘빨리 먹고 가야겠다.’ 등의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나할까. ( 물론 아닌 사람도 굉장히 많겠지만)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워보였다. 나도 빈 벤치에 앉아 아까 샀던 오니기리를 꺼내 살랑살랑 바람을 느끼며 맛있게 먹었다.




주먹만 한 크기 1개에 150엔 정도로 한 끼 식사로도 충분했고 무엇보다 간편했다. 종류는 엄청나게 많으니 일본에 갔다면 오니기리는 꼭 한번 드셔보시길 바란다. 이런 간단한 음식이 어찌 이리도 맛있을까.




‘우에노 공원’은 큰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도쿄여행을 왔다면 한번 들려볼만한 곳이다. 시간이 좀 부족한 여행자라면 나리타공항으로 돌아가기 전에 우에노에 들려서 공원에서 일정을 마무리해도 좋을 것 이다. 공원 내에서는 마술이나 콩트, 노래 공연 같은 것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소소한 재미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