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뜨는 순간까지 왜 하필 홍콩을 택했을까 의문이 들었어. 쇼핑도 싫고, 도심 나들이도 슬슬 지긋지긋해지려던 참이었거든(헉, 과연 그럴까?).
하지만 디즈니랜드의 문을 들어서는 순간, 진짜 그간의 회의가 단번에 사라지더라. 홍콩 디즈니랜드에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유년시절로 돌려보내는 아주 특별한 힘이 있는 듯!

홍콩식 테마 파크의 남다른 묘미
지구상에는 모두 다섯 개의 디즈니랜드가 있어. 1992년 프랑스의 ‘디즈니랜드 파리’ 개장 이후 13년 만에 문을 연 홍콩 디즈니랜드가 바로 그 다섯 번째 주인공이지. 1983년 문을 연 ‘도쿄 디즈니 리조트’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생긴 디즈니랜드이기도 해.
홍콩 디즈니랜드는 홍콩 최대의 섬인 란타우 섬 북부 페니 만에 위치하고 있는데, 근처에만 가도 교통 표지판을 비롯, 지하철 손잡이 하나까지 디즈니랜드로 향하고 있음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느낌이야. 시선이 멈추는 곳곳에 미키마우스를 연상시키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번득이고 있는데,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달음에 디즈니랜드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인다구(꺄~).

미국의 천재 만화가 월트 디즈니의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낸 공간을 디즈니랜드라고 한다면, 홍콩 디즈니랜드는 거기에 홍콩 특유의 분위기를 덧씌운 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홍콩 디즈니랜드는 중국식 테마 파크답게 풍수를 고려해서 완성했으며, 개장일인 2005년 9월 12일은 유명 풍수전문가가 세심하게 골라준 길일(吉日)이기도 했대.
배산임수를 고려해 산이 두 개로 갈라지는 좌청룡 우백호의 터를 일부러 골랐고, 연못이나 바위는 물론 놀이기구를 타는 입구 방향까지 철저하게 음양오행에 맞췄다고 하네. 유럽 문화를 고려하지 않는 바람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디즈니랜드 파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지. 비록 길일이라던 개장일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지만(ㅋㅋ), 홍콩 스타일을 적절히 반영한 덕분에 홍콩 디즈니랜드는 현재 중화권 관광객들의 호응이 특히 높다고 해.

어른도 아이도 들뜨게 하는 곳
부푼 기대와는 달리 홍콩 디즈니랜드에 들어서면 살짝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 수도 있어. 다른 디즈니랜드와 비교하면 그 규모가 현저히 작거든. 우리나라의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와 비교해도 규모가 작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을 정도(--;).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이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구. 원래 디즈니랜드는 하루 일정으로는 도저히 둘러볼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인 것이 특징인데, 홍콩 디즈니랜드는 아침 일찍 서두르면 웬만한 공연과 놀이기구를 대부분 경험해볼 수 있어서 그래.
또 스릴은 넘치되 다소 위험한 놀이기구보다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살린 놀이기구가 많기 때문에 무서운 거 못 타는 사람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들에게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거지.
단, 규모가 작기 때문에 주말에는 줄 서는 것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흠(^^;). 실제로 인기 있는 놀이기구는 3시간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어. 그래서 도착 후, 철저한 코스 계획을 세우고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 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아.
꼭 경험하고 싶은 공연이나 기구는 미리 위치나 시간을 파악해두는 센스도 발휘해야만 해. 줄 서는 것이 싫다면 ‘우선예약권(fastpass)’ 시스템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도 방법인데, 한 번에 한 곳은 우선예약권으로 예약한 뒤 시간에 맞춰 오면 기다릴 필요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구. 다만 우선 예약한 사람이 너무 많으면 이 역시도 기다려야 하고, 우선예약을 오후로 미루다 보면 폐장 시간까지 예약이 다 차버릴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자.

거리에서 벌어지는 퍼레이드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놀이기구 대신 좌석이 많아서 시간만 잘 맞추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연과 거리 퍼레이드를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야. 특히 3D 입체만화영화 <미키의 필하매직>은 놓치기 아까울 정도라고.
<미키의 필하매직>은 디즈니의 대표 캐릭터인 도널드 덕이 잃어버린 모자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줄거리로, 도널드 덕이 물 속에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얼굴에 물이 튀고, 꽃밭 장면에서는 꽃 향기가,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날 때면 바람이 불어오는 등 마치 관객이 직접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유쾌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

탈 것으로는 투모로랜드에 있는 ‘스페이스 마운틴’과 어드벤처랜드에 있는 ‘정글 리버 크루즈’가 단연 인기야. 스페이스 마운틴은 홍콩 디즈니랜드의 유일한 롤러코스터로 깜깜한 우주 속을 음악과 함께 질주하는데, 급발진을 하거나 트위스트를 하는 구간이 있어 스릴에 목마른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딱인 거지.
가이드와 함께 보트를 타고 정글 여행을 하는 정글 리버 크루즈는 홍콩의 무더위를 식힐 수 있는 기특한 놀이기구. 코끼리가 갑자기 보트에 물을 뿌리는가 하면 하마가 바로 옆에서 하품을 하기도 하는 등 아기자기한 재미가 쏠쏠해. 이 기구의 압권은 식인종 마을을 지나는 순간. 물 속에서 불길이 치솟으면 커다란 파도가 일어 불을 끄는 놀라운 장면을 감상할 수도 있다구.
철저한 가족 중심 여행지
세계 디즈니랜드 중에서도 홍콩 디즈니랜드는 특히 가족 여행객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것이 특징이야. 이는 아이들이 이용하기 좋은 놀이기구 구성이나 가족 여행객을 배려한 식당들을 보면 알 수 있어. 홍콩 디즈니랜드 내 식당은 대부분 카페테리아로 셀프서비스 방식인데 공간이 넉넉하고 가격이 저렴하지.
메인 스트리트에는 레스토랑도 있지만, 모두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는 공간이라 어린아이가 있어도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도 다양하게 갖췄는데, 아기자기한 딤섬을 시작으로 일본식 초밥과 캘리포니아롤, 인도식 카레, 햄버거 등이 주 메뉴야. 맛도 훌륭한 편이지.
어린이를 유혹하는 다채로운 쇼핑 공간 역시 인상적이야. 공연장 및 놀이시설 주변과 메인 스트리트에 위치한 상점에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상품들이 가득해. 디즈니의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십분 활용한 의류, 가방, 목걸이, 초콜릿 등은 아이는 물론 어른들까지 환호하는 아이템으로 기분 좋은 추억을 선사하기에 손색이 없다구.
디즈니랜드 옆에 자리한 두 개의 드라마틱한 테마 호텔, 홍콩 디즈니랜드호텔과 디즈니 할리우드호텔
역시 가족 여행객을 배려한 호텔이야. 웅장한 느낌의 호텔 내부에는 피아노 모양의 재미있는 수영장과 할리우드의 축소판 모양인 정원, 스파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어. 두 호텔 모두 객실에서는 남중국해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어 더욱 인기지.

원래 홍콩은 쇼핑명소라는 개념이 강해서 가족 여행에 적합한 여행지는 아니었어. 하지만 홍콩 디즈니랜드가 문을 연 2005년을 기점으로 새롭게 가족 중심 여행지로 떠오르기 시작했지. 홍콩 특유의 편리함에다 가족을 배려한 다양한 여행지들이 속속 들어찼거든.
장장 5.7킬로미터 길이의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독특한 민속마을 옹핑 360이나 쿵후를 직접 배워볼 수 있는 샤오린 우슈문화센터, 빅토리아 피크에 마련된 마담 투소 밀랍인형 전시관, 동양 최대의 테마형 놀이공원이라는 오션 파크 등은 가족 여행객이라면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여행지들이야. 귀여운 팬더와 돌고래, 다양한 심해어를 구경할 수 있는 오션 파크는 이미 홍콩 여행의 필수 코스로도 정평이 나 있고, 홍콩의 생태 환경을 위해 설립했다는 홍콩 습지공원 역시 아이들에게는 좋은 공부가 되는 볼거리로 손꼽힌다구.

월트 디즈니가 1955년 최초의 디즈니랜드를 만들었을 때, ‘디즈니랜드는 가족이 함께 즐기는 곳’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고 해. 저녁 8시, 홍콩 디즈니랜드에 있어본 사람이라면 그 의미를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잠자는 공주의 성’ 위로 아름다운 불꽃놀이가 시작되면 아이든 어른이든 나이에 상관없이 신비로운 분위기에 압도된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말이지.

현실에 찌든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던 판타지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자신이 ‘왕자 혹은 공주’처럼 특별한 존재라는 깨달음을 준다구.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도 물론 좋겠지만, 온 가족이 하나의 풍경을 바라보고 그 기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홍콩으로의 가족 여행이 더욱 특별한 이유가 아닐까나?

'일상 속 여행 > 중국 / 일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콩 여행 3] 홍콩은 고래도 쇼핑하게 한다. (2) | 2010.06.16 |
---|---|
[홍콩 여행 2] 변화무쌍한 두 가지 얼굴, 홍콩. (2) | 2010.06.15 |
도쿄 여행 2 _ 신주쿠 NS빌딩과 도쿄도청, 니시신주쿠 살짝 맛보기. (2) | 2010.06.10 |
도쿄 여행 1 _ 출발에서 스이카넥스 까지 (1) | 2010.06.04 |
일본 여행 8_ 도쿄의 인공섬 오다이바(Odaiba)에서 만나는 환상적인 야경 (0) | 2010.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