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에서 신오쿠보까지는 1정거장으로 걸어도 상관없는 거리이기는 하지만 이는 짐이 없을 경우이고 짐이 있다면 ‘완전’ 상관 있는 일이 된다. 열차로 5분 정도 소요되고 130엔이다. (물론 스이카넥스니까 무료로 이동) 한 정거장에 우리 나라 돈으로 2000원꼴이라니.
이건 말도 안돼! 라고 외치고 싶지만 막상 여행을 하다 보면 또 그렇게 교통비에 소비되는 비용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국인들이 많이 산다는 도쿄의 한인타운 격인 신오쿠보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2주정도 이 곳에서 쭉 묵었고 다인실이었기 때문에 꽤 저렴하게 숙박할 수 있었다. 다인실을 이용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장점이 많은 숙박 구조이다. 특히 혼자 여행을 한다면 더 좋은데 여행 정보를 나눌 수도 있고 숙소로 돌아온 후 저녁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도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주변에 몇몇 분들은 혼자서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며 누군가가 있는 것을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나쁘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상관없다면 저렴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민박형태의 다인실을 이용해보길 권한다.
도쿄에 도착해서 처음 먹은 것. 바로 자판기의 녹차 음료수였다. 처음 먹은 것이 기껏 100엔짜리 음료수라니.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5월 중순의 도쿄는 찌는 듯한 더위로 꼭 우리나라의 한 여름 같은 날씨였다. 여름의 일본여행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런 더위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끈적함을 동반한 뜨거움. 여름에 일본을 여행한다는 것은 굉장한 인내를 요구함이 틀림없었다. 일본의 자판기 문화는 대단하다. 예전 TV에도 나왔듯이 라면 자판기는 기본이고 빵 통조림 자판기부터 해서 별별 자판기가 가득하다.
또 신기한 것은 이 자판기가 동네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 지금 자기의 동네를 떠올려보자. 자판기를 본 적이 있었던가? '...' 신기할 수 밖에 없는 일본의 자판기이다.
더위에 지쳐서인지 계속 자판기 주변만 얼쩡거리다가 때늦은 점심을 먹었다. 일본에서 처음가보는 ‘요시노야’. 젊은이들보다는 어른들, 여자들보다는 남자들이 많이 온다는 이 곳. 그냥 무작정 들어오긴 했는데 정말 이 알 수 없는 분위기.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들이 간단히 식사 하기엔 좋은 곳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다지 추천할만한 식당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시노야, 나카우, 마츠야, 스키야 같은 곳이 모두 이와 비슷비슷한 체인형태의 간편식당이다. 배를 채우고 나니 기분이 좋다. 첫날은 멀리 벗어나지 않고 신주쿠만 살짝 둘러보기로 했다. NS타워와 도쿄도청이 나의 첫 목적지! 무료로 전망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에 솔깃했다.
신오쿠보에서 신주쿠까지 걸어가기로 했는데 첫날이어서 그런지 찾아가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후에 길을 알고 나니 20분 정도면 갈 수 있었다. 너무 더운 날엔 1정거장이라도 열차를 타라고 이야기하겠지만 걸을만하다면 걸어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신주쿠에 도착해 걷다 보니 빌딩들이 우뚝 솟은 곳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위 사진 속 건물은 삼포타워와 코쿤타워라는 곳인데 코쿤타워는 학원 같은 곳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훨훨 펼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통유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가만히 보고 있자면 굉장히 특이한 건물들이 많다. 게다가 무척이나 크고 높다.
일본은 지진 때문에 낮은 건물들만 있는 게 아니었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도쿄는 서울과 비슷해’ 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지만 막상 가보니 다른 점이 훨씬 많았다. 그 중에 하나가 높은 빌딩들 사이로 녹지가 잘 조성되어있다는 점이었다. 또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가 꽤 넓었다. 내 생각엔 한 개가 무너져도 옆 건물에 피해가 크지 않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면 우리나라보다 땅이 넓어서 인가?
건물들의 이름이 헷갈린다던가 할 땐 이렇게 종이에 적어서 배경으로 장소를 두고 사진을 찍어두면 나중에 생각할 때 꽤 편하다.
아무튼, 시선을 낮게 잡아 사진을 찍어보니 정말 빌딩 숲에 와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열심히 걸어 NS타워에 도착했다.
일반 회사건물인데 세계에서 가장 큰 추시계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빌딩에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는데 정말 크기는 했는데 사진으로 잘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아쉽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마련되어있는데 무료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용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이고 사실 전망대라고 하기에도 쑥스러울 정도로 협소한 공간이다. 대부분 좋은 위치는 식당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도쿄도청의 입구 쪽이나 몇몇 부분을 내려다 볼 수 있을 정도의 전망대였다. 하지만 신주쿠에서의 첫 목적지로 손색없을 정도로 색다름을 주었는데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스카이 브릿지’였다.
NS타워의 110m 정도 위치 즉, 약 30층 정도의 아파트 높이의 허공에 다리가 하나 있는데 건너편으로 건너가기 위한 특별한 의미는 없는 다리이다. 그런데 정말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혼자서 저 밑을 보고 ‘무섭다~’라며 떨던 모습이 생생하다. 하하하. 친구와 있었다면 무섭다고 꽥꽥 비명을 질러댔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스카이 브릿지’가 NS빌딩을 심심치 않게 만들어 주는 것임엔 틀림없다고 본다.
도쿄 도청은 신주쿠NS빌딩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묶어서 들리기 좋은 곳이다. 도쿄도청근처로 가면 전망대 표시가 되어있다 게다가 한글로 되어있으니 찾아가는 방법을 너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북, 남 전망대로 나뉘는데 북쪽이 더 늦게까지 전망대를 운영하고 있어서 북 전망대를 이용했다.
올라가기 전에 간단한 짐 검사를 하는데 이게 매우 귀찮았다. 사실 첫날 이후로 몇 번 도쿄도청을 찾았는데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안전을 위한 것이니 협조하는 수 밖에 없다. 올라와 내려다보니 장관이다. 빽빽한 신주쿠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까 지나쳤던 코쿤타워도 보이고 녹지도 보인다. 너무 높아서 높이에 대해 무감각해졌다. NS빌딩과 달리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전망대가 무료라는 것이 마냥 신날 뿐!
하지만 단점이 하나 있는데 밤에 올 경우 안에 있는 기념품가게와 전등에서 나오는 빛이 유리에 비춰져서 야경을 보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코를 유리에 대야 보일 정도로 야경을 감상하기엔 살짝 부족한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무료’로 신주쿠의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게 어딘가!

여행 첫날 조금 정신도 없고 더위에 지쳤는지 몸이 피곤했다. ‘그래, 첫날은 너무 무리하면 안되’라는 생각에 신주쿠를 가볍게 걸으며 숙소로 천천히 돌아가기로 했다. 걸어가는데 인도를 중심으로 심어져 있는 나무들을 무심코 쳐다보게 되었는데 크기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무성한 나무들이 도심을 채우고 있는데 서울에서 이런 곳을 불 수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중에서도 가장 바쁘고 정신 없다는 신주쿠 중앙에서 복잡함보다는
여유로움을 느끼고 있으니 참 신기할 따름이다.
그 외에도 중간중간 휴식공간이나 걸터앉을 수 있는 공간이 여럿 있었다. 문득 서울에도 특히 청계천 쪽에 나무들이 좀 더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딩이 많아 재미없다고들 하는 니시신주쿠도 잘 보면 나름 재미가 있다.
금새 어두워졌다. 일본은 해가 빨리 지는 편이다. 위 사진은 6시 30분 정도였을 때인데 요즘의 우리나라가 해지는 시간과 비교해보면 훨씬 이르다. 수없이 많은 네온사인들이 일본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이제야 느끼게 해주었다.
걷다가 시원한 콜라가 먹고 싶어 들어온 프레쉬니스 버거. 우리나라에도 있지만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었다. 신주쿠에서 신오쿠보로 가는 길가에 있는 곳인데 굉장히 조용하고 여유로워서 종일 머물고 싶게 하는 곳이었다. 시원한 콜라를 꿀꺽꿀꺽 마시면서 내일을 일정을 쭉 생각해봤다.
그냥 마냥 시원함과 편안함을 느끼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나는 지금 도쿄에 있다’는 생각을 곁들이면서. ‘혼자 여행하는 것이 좋구나’라고 느낀 점이 이런 점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은 아무래도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으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혼자 하는 여행은 가고 싶으면 가고 먹기 싫으면 안 먹고 가만히 있고 싶으면 그럴 수 있는 그런 자유가 있어 좋다.
약간의 걱정과 설렘을 갖고 출발했던 도쿄여행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니 벌써 하루가 이렇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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