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선두주자를 만나려면 도쿄로 가라는 솔직하게 말하면 이제 아닌 것 같다.
그들은 우리나라 젊은이들보다 월등히 나은 패션을 보여주지도 않고 오히려 객관적 아니 주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여자가 이쁘고, 우리나라 남자가 멋지고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퀄리티 있는 개성이 돋보이는 패션을 추구하는 것 같다.
하라주쿠에 가면 쇼핑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꺼라 생각했다. 우리나라 이대거리라 불리기도 하고 우리나라 청담동이라 불리기도 하는 옷가게들이 이곳 하라주쿠에 많이 모여있으니까.

토요일 오후가 되자 엄청난 인파의 일본젊은이들이 하라주쿠를 찾는다. 신주쿠역에서 2정거장을 더 가서 내리면 바로 하라주쿠역. 체력만 허락한다면 2정거장쯤은 문제없이 걸어서 올 수 있지만 바닥날 때로 나버린 체력으로는 불가능하였다. 저렴한 옷가게들과 고가의 유명브랜드 상점이 공존하는 패션의 도시 하라주쿠.
홍콩에는 찰리 브라운 카페가 있다면 일본에는 스누피 샵이 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캐릭은 찰리 브라운도 스누피도 아닌 늘 항상 담요를 들고 다니며 손가락을 빨고 있는 라이너스이다. 어릴적 TV에서 찰리 브라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좀 황당한 아이들에게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데, 이렇게 전문적인 샵을 보니 반가움은 2배이상이 된다.
비싼 요금으로 늘 눈으로만 보는 일본택시도 하라주쿠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컬러만 다른 홍콩택시라고나 할까, 어쨌든 일본스러움의 깔끔함은 택시에서도 엿볼 수가 있다. 돈만 허락한다면 이까이것(?)쯤인 택시를 타고 여유롭게 다니고 싶지만 나에게는 튼튼한 두다리로 다녀야만 하는 안타까운 일에 새삼 마음이 짠해진다.
하라주쿠 타케시타 거리(Takeshita Street)

한산하던 신주쿠와는 달리 주말을 맞아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나 친구들끼리 만나서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타케시타 거리(Takeshita Street)는 넘쳐난다. 마치 이대의 옷가게들이 즐비한 골목을 보는 듯하고 역시나 인구가 많은 나라이긴 하구나란 생각이 든다.

일본남자들이 샤프하게 생겼다고 누가 그러던가, 일본 여성들이 옷을 개성넘치게 입는다고 누가 그러던가. 타케시타 거리를 누비면서 나는 뭔가 썸씽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보는 재미라고 있었음 했던 일본남자에 대한 환상이 모두 다 깨져버렸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당연 일본이 이쁘기는 했지만 개인적인 취향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옷가게들의 옷은 우리나라 보세옷들이 훨씬 세련됨이 보였다.

그래도 아기자기한 소품과 액세서리들을 보니 조악스럽지 않고 깔끔해서 가격대비 꽤 괜찮은 것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그 중 거리 중간쯤에 위치한 애견 가게에서 파는 애견 옷들은 그 동안 우리나라 애견샵에서 보아오던것과는 너무나 다르게 이뻐서 하나 구입하려 했지만 역시나 이쁜 옷은 비싸기 마련라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가게를 나와야했다. 아직은 쌀쌀한 봄 날씨에 사람들의 패션은 갈 곳을 잃어버린 하라주쿠 타케시타 스트리트.

주말을 이용하여 쇼핑을 즐기러 나온 일본 젊은이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의외로 수수한 모습이다. 여자들의 패션보다는 오히려 남자들의 센스가 돋보이는 거리이기도 하고 비싸더라도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하나쯤은 구매해보려했지만 역시나 이대 보세가게로 가야겠다는 생각만 굳히게 되어버렸다.
발가락 양말의 캐릭터 그림을 보고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좀이 있는 아저씨들이나 신는거라 생각드는 발가락 양말을 이렇게 컬러별로 다양한 캐릭터 그림을 넣어 진열 해 놓은게 웬지 그냥 재미있어 나도 모르게 길을 가다 웃어버리고 말았다.
하라주쿠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명물이 있으니 바로 크레페(Crepe)

엔젤스 하트 크레페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명한 이유는 바로 서태지가 이곳에 크레페를 먹었다고 하여 유명해졌다고 한다. 파란색 간판의 마리온과 마주 보고 있는 엔젤스 하트는 이 두 가게를 지나고 나서는 모두 커다란 크레페 한 개씩을 한 손에 들고 이동을 한다.
원래는 서태지가 다녀간 곳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핑크 빛에 반하여 엔젤스 하트에서 크레페를 먹어보려했지만 일본 크레페의 원조인 마리온의 크레페를 맛보이고 결정하고 발길을 살짝 옮긴다.

엔젤스하트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마리온 크레페(Marion Crepes)

줄이 꽤 길지만 기다리는 동안 주문대를 지나가는 곳에 설치해둔 모형 메뉴들을 보면서 무엇을 먹을까 결정하면 된다.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면서도 갈등을 때리게 되는 순간이다.

모형이라 이렇게 큰건가 라고 의심을 했지만 사실 정말 아주 큰 사이즈로 나오기 때문에 식사를 마친 사람이라면 디저트로 혼자 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둘이 하나 주문해서 나누어 먹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 이 쯤 되면 무조건 딸기가 들어간 음료수를 찾는 나는 딸기가 들어있는 크레페 중에서 고르기 시작했다. 종류를 선택했으면 번호를 외우고 주문할 때 번호를 이야기하면 된다. 가격은 보통 400엔~ 480엔 사이!
아무리 줄이 길어도 금방 앞으로 나가는 이유는 바로 주문을 하면 대략 15~20초 사이면 주문한 크레페가 뚝딱 내 손에 들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도 오래 크레페 일을 해서 일까 직원들은 아무리 줄이 길어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웃어가며 크레페를 만들고 건내준다.
53번 크라페. 딸기, 치즈케잌, 바닐라 아이스크림 그리고 생크림으로 장식한 살이 포동포동 오르는 소리가 저절로 나는 크라페이지만 딸기의 상큼함과 치즈의 깊은 맛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상큼하고 차가움이 잘 어우러져 그렇게 달지 않고 한번쯤 먹어볼 만한 크레페 맛을 내고 있다.
하도 유명하다고 해서 또 다시 한번 기대치가 높아서여서 그랬을까. 심심풀이로 먹기에는 괜찮지만 그리 썩 훌륭하지는 않았던 하라주쿠의 명물 크레페.
하지만 명물이라고 하는건 직접 확인해보는 센스도 발휘하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안먹었더라면 무진장 후회하고 되돌아왔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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