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3_한국 만큼 익숙한 신주쿠, 일본스러움은 어디로?

일상 속 여행/중국 / 일본 2010. 5. 7. 09:51


명동과도 흡사하고 압구정동과도 비슷하고 강남역하고도 똑같은 일본 도쿄는 일본스러움이
보이지 않음에 흥미를 일으키며 다니기에는 뭔가 참 많이 부족하다
.

아마도 내가 너무 잘 알려진 곳만
가서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지만 일본사람들도 우리나라에 오면 똑 같은 느낌을 받겠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씁쓸해진다. 하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걸으면서 만나는 도쿄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담아본다. 걷고 또 걷고 걷다보니 어느새 알 수 없는 곳을 와버렸다.


Takashimaya 백화점을 통해 올라간 다리는 요즈음 도쿄의 Hot place로 떠오른 서든 테라스로 가는
통로였다. 사실 시부야를 걸어서 가리라 생각했지만 또 도쿄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시부야는 아니지만 유명한 곳을 우연치 않게 오게 된 것에 고마워하기로 한다.


못지도 모를 유명 브랜드만 있어 참 많이도 한산한 타카시마야 백화점과 연결되어 있는 다리를 건너면 겨울 일루미네이션이 화려하기로 유명한 도쿄에서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서든 테라스를 만날 수 있다.

일루미네이션 [illumination] 전구나 네온관 등으로 직접 문자나 그림을 나타내는 장식이나 광고.




신주쿠의 남쪽 출구를 나오자마자 보이기도 하는 서던 테라스는 유럽의 거리를 재현했다고 하는데 스타벅스 크리스피 크림도넛 그리고 몇 개의 카페와 이탈리안 식당이 전부인 아주 짧은 거리일 뿐이였다. 서던 테라스 역시 밤에 와야 화려함이 느껴진다고 하지만 그래도 거닐기에는 한적하고 깔끔한 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거리다.




신주쿠 지역을 두 지역으로 나누어 말하기도 하는데 샐러리맨들이 많이 다니는 동쪽 유흥지구는 아저씨 구역, 쇼핑과 레스토랑과 커피숍이 가득이 있는 남쪽 지역은 젊은 아가씨들을 위한 구역이다. 그중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남쪽에 해당하는 서든 테라스는 오다큐 백화점까지 이어지는 350m 길이의 보행자 거리로 최고 번화가로 꼽힌다.




이른 시간이라서일까 번화가로 뽑힌다는 서든 테라스는 아주 한가롭기 짝이없고, 드높은 푸르른 하늘만이 아름다워보일 뿐이였다. 사실, 분당 정자동 카페거리를 생각하기도 했고, 신사동 가로수길을 연상하기도 했지만 거리자체가 너무 조악스러워 조금 많이 실망은 했지만, 그래도 뭔가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기에는 그만인 장소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배가 고팠더라면 저 여자들을 따라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갔겠지만 새벽 비행기로 잠을 꼴딱 새고 도쿄에 도착한 나에게는 따사한 햇살이 오히려 쥐약이 되어서 눈꺼플이 자꾸 감기는 것을 역지로 참고 또 참아서 어디든 누워 잠을 자고 싶었으나 시간적으로 여유롭지 못하여 버틸때까지 버텨보기로 다시 한번 마음 먹어본다.




야외 테이블이 있는 스타벅스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의 도심에 있는 스타벅스들은 건물안에 들어가서 뭔가 답답한 느낌이 나는데 도심 한복판에 통유리로 단층건물에 자리잡은 스타벅스에서 주말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커피 한잔으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 참 많이도 달라보이고 나도 일정만 빡빡하지 않다면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해가 안되었다. 번화가라는 서든 테라스 거리는 한산하기 짝이 없었는데, 조금 안쪽에 위치한 크리스피 도넛 건물에는 이른 시간부터 엄청난 줄을 서고는 모두 2박스의 도넛을 사가지고 나간다.


1+1 행사라도 하는걸까?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한다. 그저 유행처럼 붐이 일으난 크리스피 도넛을 맛보기 위해 주말 오전부터 사람들이 몰려서 2박스 이상씩 사들고 양손가득 들고 가는 것이라지만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유행이라지만….나로써는 좀….하여간….그랬다.




서든 테라스와 같이 왜 이런 짧은 거리를 굳이 꼭 거리 이름을 따로 붙여야 했나란 의구심이 들었던 신주쿠 모자이크 스트리트로 향했다.
서든 테라스와 함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일루미네이션으로 유명한 곳으로 작고 소소한 골목으로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거리에 액세서리 가게, 가방, 분위기 있는 카페 등 아기자기함을 좋아하는 여성들에게는 구경거리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백화점 사이의 좁은 계단식 골목으로 되어 있는 곳까지 거리 이름을 붙여주어 차별화를 만든 센스에 어쨌든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일본식 우산을 하나 사려고 가게를 몇 군데 기웃거렸으나 가격이 너무 만만치 않아서 눈으로 보는걸로 만족하고 나왔다.




신주쿠에서 벗어나 이제 다시 JR노선을 타고 하라주쿠역으로 고고씽! 

신주쿠를 구석구석 볼려는 생각은 아니였으나 길치이고 방향치인 나는 요기로 가니 저기가 나오고 저기를 가니 요기가 나오고 해서 얼떨결에 신주쿠를 한 바퀴 돌고 말았고 결국 힘을 너무 낭비해서 피곤함이 밀려왔지만 그래도 봐야한다 걸어야한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이동했다
.

신주쿠에서는 이상하게 일본이란 낯선 곳에 와 있다는 생각이 어디서든 들지 못했다. 여기저기 보이는 한국간판, 똑 같은 빌딩, 똑 같은 사람들은, 똑 같은 브랜드 체인점 등………..
다시 한번 여유가 있다면 소도시를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하라주쿠에 대한 작은 기대도 잊지않고 가져본다.




이제 정말 신주쿠하고는 안녕! 동경의 지하철역이 좋은 건…..
복잡한 도심속에서도 아직도 뭔가 옛날의 향수에 빠져들 수 있게 하는 낡은 오래됨이 함께 공존한다는 것이다.
테크놀러지와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이상적인 장소가 일본의 지하철역 플랫폼이라는게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여하튼 좋은 건 좋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