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2_ 도쿄 신주쿠의 아침은 밤과 다르다

일상 속 여행/중국 / 일본 2010. 5. 6. 14:26

일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건 시민의식이다.

남을 생각하여 조금의 잘못에도 늘 미안하고 조금한 것에도 늘 감사의 말을 내 뱉는 그들의 사실 이제는 습관이라고 말하고 싶다. 속을 알 수 없는 일본사람 그래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내가 싫은건 다른 사람도 싫을거라며 지키는 질서들로 1억이 넘는 인구 속에서 사회질서가 유지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런 그들은 감성에도 남달랐다
. 상상을 초월하는 감성을 담아낸 “이웃집 토토로”를 보고서 뒤어 밤을 지새우면 본 일본 애니메이션들, 그들의 감성에 이입되어 그들의 표현력에 감탄을 보냈다.

도쿄는 보수와 유행과 감성이 뒤얽혀 발전하거나 또는 타락하는 곳
, 그 중 젊은이들의 유행과 젊음을 만날 수 있다는 신주쿠역에 도착한다.


유행과 젊음을 만날 수 있다는 신주쿠는 너무 이른 오전이라 한산함에 어디로 가야할지 잠시 멈칫한다. 샤터가 내려진 상점들이 대부분이였고, 그나마 열려있는 상점들은 그닥 들어가보고 싶지 않은 곳들이였고, 높은 건물들 사이의 골목이라도 들어가면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앞으로 쉽게 나가기 힘이 든다. 저녁에 올걸 그랬나, 저녁에 올걸 그랬어.
하지만 분명 신주쿠의 밤은 우리나라의 강남역과 흡사하리라는건 척보면 딱이다.




일본 택시 타보고 싶었다. 하지만 하루 식사비를 날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내 튼튼한 두 다리에게 오늘 하루 잘 부탁해보지만, 아직 아침 9시이건만 벌써 후들후들 다리가 떨려와 택시에 자꾸 눈이 가게되지만 다시 한번 힘을 내 출발해본다.




사쿠라도 거의 다 피고 사라진 지금 신주쿠 골목은 참으로 춥다. 아직은 털이 달린 겨울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나만 괜히 추위를 타는건 아니다.
이른 아침 대부분의 상점 셔터가 내려져있는 신주쿠의 골목은 화려한 대형간판들을 보니 밤에는 얼마나 화려한 빛을 내며 신주쿠를 밤의 도시로 만들어줄지 알 수 있다.




일본사람들은 질서를 잘지킨다? 물론 맞는 말이다. 예전 일밤 중 “이경규가 간다”  정지선을 정확하게 지키는 일본사람들을 보고 얼마나 놀랬던가. 하지만, 일본도 많이 변했나보다.
횡단보도에 서서 초록불을 기다리는데 몇몇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는걸 보고 많이 놀랬다. 세월이 사람을 변하게 해서 국민성도 변하게 하나보다.




밤에 화려한 신주쿠는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음식점을 찾기가 힘들다.
다리는 아프고 배는 고프고, 게다가 세차게 부는 바람 때문에 무척이나 추워 눈에 보이는 커다란 간판의 음식점으로 냉큼 들어갔다. 꽤 넓은 음식점안은 담배 연기로 자욱하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웬만한 일반 음식점은 금연인데 일본은 좀 독특했다. 심지어 패스트푸드점인 롯데리아에서 금연층과 흡연층이 나뉘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어쨌든 따스한 국물로 몸을 녹이고자 라멘을 주문한다. 다행히 라멘은 맛이 있었다.




오후가 되어가는 신주쿠는 그래도 사람들이 별로 없다. 토요일인데도 정말 신주쿠는 밤에만 활기를 찾는 곳인가보다. 구름 한점 걸려있지 않은 푸르른 하늘아래 나는 일본 도쿄 그 중 신주쿠에 와 있다는게 조금은 설레인다. 하지만 여전히 바람은 불고 여전히 상점은 열지 않고…. 다른 곳을 이동을 해야할 듯 싶다.




조금씩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복잡한 건물들로 둘러 쌓인 도시에 사람이 없으니 삭막해보여 자꾸 사람들이 모이기를 바래보지만 역시나 그래도 이른 시간, 발길을 돌려야 한다.




꽤 유명한 돈키호테는 다이소와 같은 상점이긴 하지만 조금은 볼품없이 물건을 진열해놓았고 영 살만한 물건들이 없어 실망스럽다. 단지 무척 저렴하긴 하지만 그게 매력이 될 수는 없는 지금은 아마 이름만 유명한 이정표역할을 하는 상점이 아닐까.




고층 건물에서 벗어나는 한적한 주택가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상점들만 문을 열었다면 딱 내가 좋아하는 골목길일텐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무작정 걷는다.
의외로 신주쿠 구석구석은 공사중인 곳이 많았고, 아직 열려면 시간이 꽤 남은 백화점에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일본하면 자전거를 빼 놓을 수 없다. 물론 도쿄에서 이방인이 자전거를 탄다는건 거의 자살행위일지도, 일단 진행방향이 우리나라와 반대이기 때문에 좌우를 살피는거 조차 헛갈릴 수 있다.
태국에서 그랬다. 일본하고 똑 같은 진행방향인 태국에서 길을 건너다 몇번이나 위험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타지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건 무척이나 신이 나고 즐거운 일이다.
이른 아침에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길에 세워진 수많은 자전거들은 주인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다.




택시보다 지하철, 지하철보다 버스 그리고 버스보다 자전거.
바구니에 가방을 넣고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려보고 싶지만 길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는 그저 그림의 떡일뿐이다.




길을 가다 우연히 발견한 유명한 당고집, 오이와케 당고.
당고는 찹쌀을 경단을 꼬치 끼어 넣은 떡꼬치와 비슷한 것, 일본에서는 벚꽃놀이에 녹차와 함께 떡을 꼬치에 곶아서 팥 등 다양한 재료들을 묻혀 맛을 낸 일본 전통의 디저트이다. 오이아케 당고는 신주쿠근처에 자리잡고 있으며 에도 시대부터 당고를 팔아온 전통이 깊은 곳으로 일본에서도 무척이나 유명한 당고가게.




보기만해도 달달함이 입안에 퍼지는 듯한 당고는 사실 직접 먹으면 그저 그냥 그렇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당고보다는 오히려 고구마양갱의 마력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했다. 선물로 가져가면 좋겠지만 유효기간이 짧은 당고는 그저 눈을 담고 입안으로 맛보고 사진으로 담아오는걸 만족해야했다.




그럼 달달한 당고로 불끈 에너지를 얻었으니 그럼 또 다시 힘을 내서 걸어볼까. 일본스러운 길거리 지도를 보고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바라본다. 참으로 아기자기하고 정감 어린 일러스트에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