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사이드 영화보다, 동화보다, 아름다운 실화

일상 속 여행 2010. 4. 9. 17:50

슬프고 절망적인 소식이 너무 많은 요즘입니다. TV를 켜고 뉴스를 보는 게 무서울 정도로요.
가혹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거짓말이라도 좋을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를 찾고 싶어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보다 더 아름다운 실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기꺼이 그 이야기를 믿고 싶어지는 것은
물론,
우리에게 다시 한번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현재 볼티모어 레이븐스에서 활약 중인 26살의 프로 미식축구 선수 마이클 오어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특별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이에요.




몸무게가 155킬로나 나가는 거구의 18살 소년 마이클 오어는 아버지가 살해당한 후 마약 중독자인 어머니로부터
격리돼 양부모 집을 전전하다... 결국 오갈 곳 없는 노숙자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를 간신히 살아갑니다.

어느 날 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반팔 티셔츠를 입고 걸어가는 마이클의 모습을 본 부유한 백인 부부 레이 앤
(산드라 블록)과 숀은, 아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며 안면이 있는 그를 하루 재워주기 위해 집으로 데려옵니다.

낯선 아이를 집으로 불러들인 게 잘한 결정일까, 밤새 무엇을 훔쳐가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잠들었던 레이 앤은
다음 날 아침, 마이클이 잠들었던 소파 위에 곱게 개켜진 이불을 봅니다. 어쩌면 이 아침, 모든 것이 결정됩니다.




레이 앤은 기꺼이 마이클의 보호자가 되기를 자청하고, 조금씩 그의 마음을 열어갑니다.
자신을 멀리 하거나 무시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 틈에서, 가족도 집도 변변찮은 옷가지도 없이 떠돌던 마이클이
세상으로부터 마음을 닫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몰라요. 하지만 그 마음 속에 살고 있는 따뜻하고 순한 아이를
본 레이 앤은 포기하지 않고, 진짜 자기 자식처럼 마이클을 보듬어 줍니다.


마이클의 법적 보호자가 되기 위해, 해당 사무실을 찾은 리엔. 줄은 길고, 업무 처리는 더디고, 기다리다 못해
사람들이 한 시간 넘게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직원들은 커피 마시고 잡담이나 나누고 있냐고 따집니다.
그리고 쐐기를 박는 한 마디. "누가 책임자죠?" 능청스러운 여직원은 말없이 손가락으로 왼쪽 벽의 액자를
가리킵니다. 보이시나요? 사진 속 여직원의 코 언저리에 있는 액자. 바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죠. ㅋㅋㅋ




18달러짜리 샐러드를 먹으며 남들 험담하는 게 교양인 줄 아는 '사모님'들이 묻습니다.

"리엔, 정말 대단한 일을 하는 거예요. 그 아이의 인생을 변화시키잖아요..."
그녀는 대답합니다.
"아뇨, 그 아이가 내 인생을 변화시켜요." 

언뜻 보면, 백인이자 부유층인 그녀가 흑인이자 빈민층인 마이클을 일방적으로 돕는 것처럼 보입니다.
집을 제공하고, 먹을 것을 주고, 옷을 사주고, 학교를 다니며 운동을 하게 해주고...
사람들은 그녀를 '수혜자'라는 세상의 문법으로 읽으려 하지만,
그녀는 말합니다. 자신이 아니라 바로 그 아이가, 내 인생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정식입양을 마친 뒤 리엔과 숀 부부는 건장한 체격과 남다른 운동 신경을 지닌 마이클에게서 미식 축구 선수로서의
재능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게 됩니다. 마이클은 진짜 가족을 가지게 되고, 가족과 자기 자신을 위해
운동을 하게 된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이클은 미국 최고의 미식축구 고교선수중 한 명으로 성장해요.




마이클 형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SJ. 요 귀여운 꼬마 동생은 자신보다 덩치가 몇 배나 덩치가 큰 형을 호령하며 트레이닝을 시켜요. ㅋㅋㅋ



 
"럭비 티셔츠 좀 그만 입어! 거대한 범블비 같단 말야!" .......빵 터졌던 장면 ㅠ_ㅠ ♡




엔딩 크레딧이 오르는 동안, 잔잔한 배경음악을 바탕으로 실제 인물인 마이클 오어와 그 가족들의 사진이 스틸샷으로 한 장씩 펼쳐질 때, 가슴 속에 따뜻한 물이 찰랑찰랑 차오르는 기분이었어요.

마이클 오어는 2009년 프로미식 축구 리그 NFL 1차 드래프트에서 지명, 5년 동안 1,380만 달러 (약 157억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 체결해 화제를 모았다고 해요. 짐작도 가지 않는 저 어마어마한 돈보다 금액으로 환산될 수 없는
가족들의 사랑이 여전히 그를 따뜻하게 지켜주고 있는 것 같아, 미식축구엔 문외한인 노민으로서도 기분 좋은
소식이었답니다. ^-^


<블라인드 사이드는>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산드라 블록에게 생애 첫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이기도
하죠. 수상에 힘입어 직배사인 워너브러더스코리아를 통해 국내에서도 뒤늦게 개봉하게 됐답니다.
4월 15일 개봉이니 따뜻한 봄, 그보다 더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만나러 가는 것도 좋을 듯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