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엄마를 부탁해_엄마, 앞으로도 잘 부탁해

일상 속 여행 2010. 1. 31. 09:00

엄마, 라는 단어는 그 단어부터 어쩐지 울림이 다르다.
따뜻하지만 어딘지 쓸쓸한, 포근하지만 조금은 슬픈 복잡한 감정이 듬뿍 담긴 단어.
그래서 '엄마' 라는 단어가 들어간 작품들은 어쩐지 다 슬프다.
지난 주,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원작으로 한 연극 <엄마를 부탁해>를 보고 왔다.



원작자 신경숙이 주는 신뢰에 무게있는 작품들을 연출해왔던 연출가 고석만,TV에서도 호연을 보여주었던 배우 정혜선, 길용우, 심양홍 뿐 아니라 연극계의 실력파 배우 서이숙까지, 표면적으로 보여진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작품.
그리고 기대한만큼 내용도 충실했다.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
연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극장 안으로 들어가면 지하철 역내 안(아마도 서울역일)을 보여주는 영상이 흐르고 있다.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엄마가 실종된 장소인 것.
엄마를 잃어버린 것에 당황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도 하고 안타까움과 무력함에 힘들어하는 가족들의 이야기와 염원의 위로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그리고 엄마를 찾는 과정 중간중간 모두가 무심코, 혹은 알면서도 그냥 지나쳐버린 엄마의 인생이 펼쳐진다.
엄마도 엄마가 되기 전에는 소녀였고, 엄마가 되고 나서도 엄마이기만 한건 아닌데
이야기 속의 아들, 딸, 남편만이 아니라 이야기 밖에 있는 우리도 그 사실을 지나쳐버린다.
(그래서 엄마,라는 단어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뒤섞이는거겠지)




미리 읽어본 연출자나 작가, 배우들의 인터뷰 내용이나 기사의 내용들을 보면
지금까지 있어왔던 최루성 엄마 이야기와는 다르다고 해서 그렇게 많이 울진 않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왠걸, 무지하게 울어버렸다.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_=;

그리고 연극을 보고 나와 제일 먼저 한 일은 엄마한테 전화.
"엄마, 나 지금 집에 가."
그러고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주절주절 떠들어대버렸다.

이 연극, 엄마랑 같이 보러 갔으면 좋았을까?
아니, 엄마랑 같이 봤으면 미안한 마음이 점점 더 커져서 괜히 더 힘들어졌을거다.
극중 이야기처럼 엄마를 잃어버리진 않았지만, 엄마가 나 때문에 잃어버린 엄마 자신이 수두룩 할테니까.

하지만 앞으로 엄마랑 많이 다녀야지. 영화도 많이 보고, 연극도 같이 보고, 산책도 다니고. 
그래서 엄마가 '엄마로서의 인생'을 뿌듯해할 수 있도록 행복하게 잘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