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비싸도 아이스크림이 있어서 다행
사실 우리나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봄보다 가을이 훨씬 좋아요. 요즘 같을 땐 시간이 너무 아깝다 싶을 정도로 막 나돌아다니고 싶고 날씨가 좋아서 미칠 것 같아요. 근데 프랑스는 완전 반대! 너무 아름다운 봄과는 달리 가을이 되면 처연할 정도로 날씨가 안 좋아요. 우울증 걸리기 딱 좋은 날씨! 당연히 온돌 난방도 아니고 돌로 지어진 건물이 많아 그런지 뼈가 시릴 만큼 추워요. 거리는 회색 빛으로 변하고요.
엄마는 “잘사는 나라면 뭐해, 인터넷도 지독스럽게 느리고 건물들은 겉으론 멋지지만 100년도 넘어서 아무리 고쳐도 곰팡내 나고 난방도 잘 안되고. TV 프로그램들도 하나같이 왜이리 촌스러워?”하시며 한국이 훨씬 선진국이라고 일장 연설을 하십니다.
게다가 이번 파리 행은 너무 놀랍도록 올라버린 유로 환율과 프랑스 물가 상승으로 더 추웠어요. 결국엔 파리 일정을 좀 줄였지요. 그래도 파리에 있었던 일중 제일 사랑스러운 일정 중 하루! 바로 10월 17일 우리의 여신 연아양의 경기였어요. 끙끙거리며 몇 주전에 예약한 ISU 그랑프리 1차전 에릭 봉파르!
그 전날 쇼트 경기의 결과를 들었는데 완전 클린 프로그램이었다고 하니 못 본 언니의 마음 찢어집니다.
일단 이모네서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베르티용 아이스 크림을 먹으러 갑니다.
처음에 먹었을 때도 그리 싸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허걱!
이번에 본 베르티용은 정말 눈 돌아갈 만큼 비싸졌습니다. 저번엔 분명히 더블콘이 5천 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9유로! 그니까 한국 돈으로 16,000원도 넘는다는!
엄만 뭐 이런 코딱지만한 아이스크림을 이 돈 주고 먹냐고 투덜투덜. 근데 한번 드셔보시곤 엄마도 띠용~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아이스크림은 처음 드셔보셨다고 하십니다. 어느새 9유로는 머리 속에서 저 멀리 사라졌어요. 하겐다즈 같은 미국식 아이스크림은 맛있긴 하나 느끼하고 이태리 젤라또는 좀 가벼운 느낌인데 이건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농축된 풍부한 맛이 정말 C'est bon!
T로밍으로 생생하게 들려준
아이스크림 먹고 드디어 도착한 경기장!
근데 제가 너무 빨리 예약했나 봐요. 어찌나 자리가 좋은지. 엄마랑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봐야 한다고 화면에 잡히게 난리 쳐보자고. 자리는 중계석과 심판석 바로 옆! 바로 옆에 SBS부스가 있고, 실제로 제 옆에 일본 기자며 우리 나라 스포츠 신문 기자며, 프레스 명찰 달고 수박만한 카메라 들고 있었어요.
우리 연아양은 피겨를 위해 태어난 아이인지 한국 사람으로선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신체비율입니다! 다리가 어찌나 길고 곧은지, 다 아시니 말할 필요도 없죠. 사람들은 TV로 피겨 경기를 보고 다들 비슷해 보이는데 연아양한테 왜 그렇게 점수를 후하게 주는지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아, 진짜 실제로 안보셨음 말을 마세요! 그 스피드라는 게 정말 다르답니다.
옆에 있는 미국 아저씨가 그러더군요. 연아 팬이라고 하시면서, “사실 남자 경기 보다가 여자 경기 보면 시시하게 느껴지거든요. 물론 여자 싱글이 아름답고 우아하긴 하지만 점프의 높이나 스피드가 남자와 차원이 달라요. 하지만 유일하게 그런 면에서(테크니컬) 차이점을 거의 못 느끼는 선수가
저도 보면서 정말 너무 수준차이가 나서… 우리 나라 사람들 눈을 연아가 다 높여놨다고 하잖아요.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정말 실제로 한번 봐보세요. 얼마나 다른지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보통 선수들이 링크 끝까지 3초에 질주한다면 연아는 2초 정도. 연아양의 시상식 때 엄마와 전 어찌나 감동했던지 눈물이 주룩주룩...
그때 온 남자친구의 전화. 한국은 벌써
"제가 생중계 해주면서 울먹거리며 연아의 시상식을 다 봤답니다. 너무 즐거웠어요.!!!!!
남자친구도 같이 본 것 같다며 너무 좋아하고!
옆에 프랑스 아저씨, 미국 아저씨, 일본 아줌마한테도 축하한다 들었어요.
다시 한번 감동의 순간의 함께 해줬던 SKT로밍! 남자친구와 함께 감사드려요!"
TIP 1 1954년 레이몬드 베르티용에 의해 설립된 아이스크림 집, 생 루이 섬에 문을 열어 지금도 그 후손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최고의 유기농 재료로 심플하지만 중독성 강한 맛을 지닌 베르티용 아이스크림은 칼로리도 낮아 젊은 여성들이 오랜 시간 줄을 서서 사 먹을 정도이다.
TIP 2 프랑스산 화장품은 원래 파리가 제일 싸지만 유로가 올라 한국 면세점이 더 싸다. 특히 한국 면세점은 VIP 할인, 각종 이벤트와 쿠폰 할인을 받으면 유럽보다 20% 정도 더 저렴하다. 그러나 아기용 유기농 화장품은 파리가 싸다.
TIP 3 슈가링의 로밍플러스
(2010년 1월 현재 T로밍 서비스와는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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