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세부라고 하면 필리핀의 휴양지 중 하나라는 느낌 정도?
도시라기 보단 가보면 뭔가 해변이 좌르륵 펼쳐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이잖아.
하지만 이 곳은 엄연한 거대도시라는 것!
세부하면 여행사 광고에 자주 나오는 3박 4일 패키지 여행의 대명사로 인식되곤
하지만 에헴 나름 세미 프로 여행가라고 자부하는 나 노민은 여행사 버스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스케줄을 스스로 하나하나 짜서 세부를 여행하기로 했어.
그렇게 바라 본 세부를 지금부터 소개할게.
빠르게 뛰는 세부의 심장, 세부 시티
포함되어 있더라도 도시를 살펴보는 시간은 고작 30분 정도?
하지만 세부 섬의 중심 도시이자 수도 마닐라에 이어 필리핀 제2의 도시인 이곳을 그렇게 보내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고 생각해.
세부 시티에서 감탄하게 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도시의 색상, 모양과 색상이 저마다
다른 지프니를 말하는 거야. 지프니는 그 어느 예술품보다 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 같아.
바르셀로나에 성가족 성당이 있다면 필리핀엔 지프니가 있는 셈이지.

지프니는 겉모습 뿐 아니라 탑승방법도 필리핀 적이야. 현란한 그림 사이로 자그맣게 적힌 글자가 행선지를 표시하는 전부고, 정해진 노선은 있지만 딱히 정류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누구 하나 불만을 표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
그것이 필리핀 사람들의 낙천주의가 아니겠어!
세부 시티는 필리핀에서 가장 처음으로 스페인 군대가 상륙한 도시로,
300년 동안의 스페인 통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대.

그 중 마젤란 십자가와 산토 니뇨 성당, 그리고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요새인 산 페드로 요새가
대표 유적. 주민의 90퍼센트 이상이 가톨릭교도인지라 이들 유적지는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 아닌 현지 시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곳이라고 해.
호흡을 가다듬는 세부의 쉼표, 막탄 섬
일반 사람들이 떠올리는 세부의 풍경은 바로 막탄 섬, 아니 막탄 섬의 리조트라고 보면 되겠지.

세부 시티에서 10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막탄 섬은 남동쪽 해안을 따라 고급 리조트가 모여 있는
특급 휴가지야. 자연 속에서 눈을 뜨고 해변을 거닐거나 야외 수영장에서 게으르게 시간을 보내며, 풀사이드 바에서 칵테일을 즐기고 최고급 스파로 피로를 푸는 하루.
아, 누구나 오매불망 그리는 그 휴가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바로 그 곳.

느리지만 활기찬 세부의 자연 속으로
복잡한 세부 시티나 인공적으로 조성한 리조트에서가 아닌, 진짜 세부아노의 삶을 만나고자 한다면,
시외버스를 타고 모알보알 비치로 향하면 돼.

세부 남부 버스 터미널에서 모알보알로 가는 버스를 타면 꼬불꼬불 산길을 지나는
3시간 동안 12개 가량의 작은 마을을 지나가게 돼. 시간 여유가 있다면 이 중 한 곳에 멈춰
마을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작은 마을에서 5일마다 열리는 노천 시장을 방문하거나 현지식을 맛보고,
유적처럼 남아 있는 스페인풍 성당을 구경하는 등 깊숙이 숨겨져 있는 세부의 속살을 살피고
만져볼 수 있을 거야.

모알보알 비치와 화이트 비치는 해변을 따라 발달한 작은 마을로 좁은 골목길 양편으로
오밀조밀하게 다이브 숍, 식당, 카페, 선물 가게들이 늘어서 있어.
워낙 작은 해변이라 누가 찾아왔는지 누가 떠나는지를 동네 사람들이 다 알 정도야. ㅎㅎ
리조트 밀집 지역에 비해 바다 소리가 훨씬 크게 들릴 만큼 조용한 것은 기본이고 물가도 저렴하며,
주말에는 종종 세부아노가 해변 파티를 열기도 하니 근처에서 놀다가 초대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세부의 자연은 바다만 있는 것이 아니야.

모알보알에서 20분 거리에는 울창한 원시림 가운데 시원한 폭포와 계곡을 즐길 수 있는 카와산 폭포!!
폭포 주변으로는 독특한 에메랄드 빛을 띤 작은 호수가 있어,
새와 야생동물의 시선을 받으며 고요한 자연 속에서 수영을 즐길 수도 있어.
패키지여행의 편리함을 거부하고 대중교통과 두 발을 이용해 둘러본 세부는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어. 빠르지만 급하지 않게 변하고 있는 도시와 느리지만 활력으로 가득한 자연, 그리고 휴식이 있는 리조트가 어우러진 섬,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즐거움.
여러분 물 좋고 사람 좋은 세부로 어서 오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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