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도 다 가고… 올 한 해 내 인생의 이슈는 뭐였더라.
뭔가 인상적인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나마 여름 휴가가 한 해의 가장 큰 행사인데. 올 여름에 내가 어디로 여행을 갔더라?
갔더라… 갔…. 안 갔네… 이대로 여름 휴가를 날려야 하는 건가.
어떤 여행을 할 것인가가 여행지 선정할 때 가장 고민되는 문제인데...
오랜만에 갖는 휴식 시간이니까 소음 제로의 조용한 곳에서 보내고 싶기도 한데.
하지만 그것도 이틀만 지나면 심심할 거야. 휴양이냐 모험이냐, 바다냐 산이냐. 갈등이로다.

아… 몇 년 전에 갔던 코나키나발루 어떨까. 그때 참 좋았는데 말이야.
손 하나 까딱 않고 리조트에서 자연에 들어간 기분도 느끼고 노을도 실컷 보고 수영도 하고.
간 지 꽤 됐는데 다시 한 번 코타키나발루 도전?
리조트에서 누리는 천국 같은 휴식
코타키나발루는 보르네오 섬 북쪽에 있는 항구도시야.
별칭이 ‘바람 아래 고요한 땅’이래. 태풍 궤도 바로 아래쪽에 있어서 자연재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이라나. 원시부터 계속 보존돼 왔을 것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에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 곳곳에 들어서 있지.
아….. 생각난다! 열대 나무 사이를 어슬렁거리고, 수영장에 들어갔다가 바다에도 들어가고
나무에 맨 선 베드에서 낮잠도 자고 책도 읽고. 코타키나발루에서는 흔한 풍경이지.
아이들은 난생처음 보는 꽃과 물고기에 신나서 재잘거리고,
미식가들은 신기한 이국 음식에 입맛을 다시고. 바로 리조트 안에서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고!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 ‘리조트’라는 마을의 풍경이야.
코타키나발루에는 개성이 뚜렷한 특급 리조트가 많지. 코타키나발루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수트라하버 리조트, 말레이시아의 전통과 자연을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로 코타키나발루만의
향취가 느껴지는 넥서스 리조트 카람부나이, 현대적인 시설과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갖춘 샹그릴라의
라사리아 리조트와 탄중아루 리조트까지! 와, 돈 많으면 여기 다 가고 싶다!

수트라하버 리조트는 요트 경기장에 골프 코스,
각종 해양 스포츠와 레저를 즐길 수 있는 클럽 하우스까지 있는 곳이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지만 그만큼 규모도 크고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다양해서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게 큰 장점이지.
특히 필드 너머로 파도가 일렁이는 27홀의 골프 코스는 세계 최고 수준! 물론 난 골프 칠 줄 모른다.

넥서스 리조트는 좀 더 속세에서 벗어나서 자연과 친밀해질 수 있는 곳이야.
입구에서 자동차를 타고 10여 분 정도 가야 로비에 도착할 정도로 자연 속에 은밀하게 숨어 있어.
이곳에서 꼭 즐겨야 할 건, 바로 간단한 검사와 상담을 통해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아로마와 치유법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스파! 보르네오 스파라고 하는데,
빛과 향기가 모두 은은한 공간에서 오직 나만을 위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모든 피로가 말끔하게 풀리거든.
샹그릴라 탄중아루 리조트는 석양으로 유명한 탄중아루 해변과 맞닿아 있어.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는데, 객실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키즈 클럽이 잘 갖춰져 있어서 가족 단위 여행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대.
정복하거나 즐기거나, 거대한 밀림
이틀 동안 리조트와 해변에서 늘어지게 누워 있었더니 좀 심심해서 트레킹도 해봤어.
모험가에게 키나발루 산 트레킹은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신나는 경험이지.
키나발루 산은 해발 고도 4,101미터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데, 희귀한 동식물이 많아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대. 멀리서 보면 구름과 안개에 가려서 신이 사는 곳 같아.
말레이시아인들은 죽은 이의 영혼이 쉬는 곳이라고 믿고 있대.

키나발루 산에는 5,000여 종이 넘는 다양한 식물군이 산대. 제비 서식지와 동굴,
폭포가 많아서 산 구석구석을 다 둘러보려면 산장에서 이틀에서 사흘 정도 쉬면서 등산해야 한다고 해.
고대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국립공원도 있어.
키나발루 국립공원에는 원주민인 ‘두순족’이 사는 곳과 자연 식물원인 마운틴 가든,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노천온천 등 다양한 장소가 있어.

특히 숲 속 한가운데를 걸어서 가로지르는 캐노피 워크가 완전 인상적이야.
지상 40미터, 길이 157미터의 흔들다리 캐노피 위에 서면 발 밑으로 무성한 나무가 펼쳐지고
열대 바람에 다리가 흔들흔들~
바다에 펼쳐진 석양의 왈츠
코타키나발루 앞바다에는 5개의 아름다운 섬이 있어.
이 섬들을 통틀어 툰구 압둘라만 해상공원이라고 하는데, 모두 스쿠버다이빙이나 워터스키,
바나나보트, 카약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 좋은 장소야.
특히 마누칸 섬은 얕은 바다와 아름다운 해안이 길게 뻗어 있어서 나처럼 수영을 못하는 사람에게도
낙원 같은 곳이지.

코타키나발루에서 국내선 여객기로 40분 정도 떨어진 사바 주의 동쪽에는
전 세계 다이버들을 설레게 하는 해양 생태계가 펼쳐져 있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다이빙 스폿인
시파단 섬에서는 거북이와 나폴레옹 피시 같은 희귀 어종과 함께 다이빙을 할 수 있거든.

거기서 배를 타고 멀리 나가면 바다 가운데 떠 있는 호텔 카팔라이가 나와.
그곳에서 보는 석양은 그야말로 그림… 낮 동안 이글대던 태양이 바다로 떨어질 때 코타키나발루의
자연이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아. 하늘이 금빛에서 붉은색으로, 보라에서 남색으로,
그러다 어느새 까맣게 타버리지. 그 석양 아래는 원시의 자연과 아름다운 리조트가… 아, 좀이 쑤신다,
생각만해도. 못 간 여름 휴가는 코타키나발루에서 겨울 휴가로 대신 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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