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강동원 팬 여러분께 고합니다.
여러분, 강동원님 보약 한 첩 해주세요. 아주 멸치처럼 삐쩍 말랐어요 지금...
지난 1월 19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의형제> 첫 시사회가 있었는데요,
그 날 송강호 아저씨와 강동원님도 잠깐 들러 얼굴을 보여주셨습니다.
송씨 아저씨께서(저도 팬ㅋㅋㅋ) 마이크 잡고 하시는 말씀이
“강동원씨 <전우치> 시사회 때는 옷도 잘 입고 오더니 오늘은 이게 뭡니까? 대~충 입고 왔네요?”
그 말에 강동원님을 비롯해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는데요,
“아... 오늘 되게 잘 입고 온 건데... 오늘 옷 네 개나 입었는데... 하하...”
게다가 범접하기 어렵다는 예의 그 ‘빽구두’까지.

그런데 말이죠. 너무 마른 거 있죠...............
앞 좌석에 앉은 저는 <지붕 뚫고 하이킥>의 줄리엔처럼 말하자면, 옷이고 명품 기럭지고 나발이고,
그 얇은 옷 속에서 팔랑거리는 너무도 야윈 몸뚱이만 보이더군요. 뭐... 제가 흑심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몸만 탐하는 여인네도 아니고... 어쨌든 <전우치> 끝나자마자 <의형제> 촬영에 이어
곧 송혜교씨와 찍을 영화도 시작한다니 몸에 살 붙을 날이 없는 것 같아요. 아무튼 팬 여러분께서
신경 한 번 써주세요~

메인포스터에는 송강호님께서 강동원님보다 얼굴이 더 큼지막하게 나왔군요. 기자간담회에서
송강호님은 “요즘 주위에서 내가 동원이랑 얼굴이 닮아간다고 한다.”고 말해 대폭소를 유발했습니다.
뜨는 감독의 더 재미있는 이야기
(시놉시스는 생략할게요,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도 단 몇 줄로 요약해놓으면 흥미가 떨어지니까요.)
혹시 <영화는 영화다> 보셨나요? 신인 감독임에도 소지섭, 강지환이라는 걸출한 배우 두 명을 캐스팅해
훌륭한 연출과 시나리오로 제2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2008)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고,
제46회 대종상 영화제(2009)에서는 장훈 감독을 비롯해 시나리오에 참여한 사람들이 시나리오상을 받았죠.
그것뿐인가요, 소지섭, 강지환 두 배우는 제29회 청룡영화상(2008)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2008),
대한민국 영화대상(2008), 백상예술대상(2009) 등에서 남자연기자상과 남자신인상을 골고루 받아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영화는 영화다>는 무려 15개의 상을 싹쓸이 해버렸습니다.
고져스~ 장훈 감독 정말 대단합니다. 최동훈 감독이 <범죄의 재구성>으로 충무로의 떠오르는 핵으로
떠올라 <타짜>, <전우치> 등 흥행작을 줄줄이 내놓았듯 장훈 감독도 <영화는 영화다>로 단번에
충무로의 떠오른 샛별이 됐네요.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미래가 너무너무 궁금해지는
훈훈한 감독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름도 장’훈’이로구나~

영화 초반부에서 남파공작원 송지원(강동원)은 그의 상관인 ‘그림자’와 접선합니다.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저 얼굴 크기 차이를 보라지ㅠㅠ
개인적으로는 전능하신 소간지님의 팬인지라 <영화는 영화다>에 더 충성도를 높이고 싶지만
대중적으로 봤을 때는 이번 <의형제>가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왜냐고요?
초훈남 강동원과 국민배우 송강호가 만났으니까요. 게다가 암울할 줄만 알았던 내용은 예상 외로
유머와 훈훈함으로 가득해 러닝타임 내내 까칠한 기자들을 웃게 만들었거든요.
한 마디로 이 영화의 힘은 ‘남북대립’이라는 비극적인 현실이 아니라 서로의 운명에 끼어들게 된
두 남자의 진한 우정에 있었습니다.

비장한 분위기를 뿜어내며 어딘가로 가는 송지원. 하지만 사실 그의 가방에는 벽에 붙일 전단지가
들어있습니다. 위장이죠.
앞서 말했듯 <의형제>는 장훈 감독의 전작에 비해 유머 코드가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생각만 해도
빵빵 터지는 장면이 아주 많네요. 힘을 놓아서 훨씬 보기 편했다고 할까요?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영화는 영화다>가 실제 조직폭력배가 영화에 출연한다는 비현실적인 내용으로 남자들간의 진하고
마초적인 우정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남북이라는 문제가 거론되기는 하지만 간첩활동이나
국정원 요원으로서의 삶보다 두 남자의 좀 더 현실적인 삶과 갈등, 감정에 감동적인 코드까지 넣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영화 초반, 남파공작원 송지원은 이메일 한 통을 받습니다. 평범한 광고성 메일로 보이지만, 그곳에
적힌 다양한 숫자들은 암호를 풀기 위한 또 다른 암호입니다. 암호를 풀기 위해 등장하는 것이
톨스토이의 <부활>이라는 책인데, 하필 <부활>을 선택했는지 그 의도가 궁금해지네요.
알다시피 <부활>은 옛 러시아의 부정부패를 고발하며 욕망투성이의 인간이 자신의 과거 죄를 뉘우치며
다시 깨끗한 영혼으로 부활한다는 내용이니까요. 조선인민공화국의 병사로 길러진 송지원과 그의 상사
‘그림자’는 그들이 남에서 펼치는 모든 행동에 숭고함과 당에 대한 충성을 이입시켰기 때문이었을까요?
이유야 어쨌든, 메일에 적힌 숫자를 위도나 경도로 사용해 책 내용에서 전달 사항과 관련된 암호들을
뽑아내는 장면은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림자’와 함께 임무수행을 마친 송지원. 그들이 죽인 대상을 알고 나면 아무리 영화라지만
“허걱”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이만은 살려두자고 지원은 저 애절한 눈빛으로 호소하죠.
‘의리와 의심 사이, 이 놈을 믿어도 될까?’
송지원을 단독으로 잡으려고 출동한 이한규(송강호)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총성이 울리고 살인사건이
나지만 결국 작전 실패, 송지원과 그림자를 놓치고 맙니다. 이 일로 그는 국정원에서 파면을 당하고 말죠.
여기서 주목할 건, 영화 전반부와 후반부에 등장하는 추격씬인데요,
<본 아이덴티티>의 추격씬이 생각날 정도였다는 후문이 떠돌기도 하네요. 실제로 서울 곳곳의
좁은 골목을 이 잡듯 훑어가며 이어지는 시퀀스들은 긴박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6년 후, 어느 외진 공사장에서 다시 만나게 된 송지원과 이한규. 과연 그들은 단번에 서로의 정체를
알아차렸을까요? 이 영화의 이야기는 그들이 다시 만나면서부터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얼떨결에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 두 남자는 때로는 어색하고,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서글프게
그들의 삶을 이어나갑니다. 하지만 서로 신분을 속이는 입장이기에 서로의 삶에 끼어들거나 간섭하지
않죠. 단지 전국을 떠돌며 함께 일을 할 뿐인데, 어쩌면 이것은 버디 무비나 로드 무비의 습성과도
닮았다고 할 수 있네요. 길을 떠나는 두 남자, 그들은 반드시 우정을 쌓게 되니까요.

공사장에서 베트남 노동자들과 단체 싸움을 하는 장면에서 한규와 지원은 처음으로 힘을 합치게 됩니다.

그리고 술 한 잔 기울이며 차츰, 서로 속이는 대상이 아닌 우정에 기대게 되죠. 지원이 한규를 위해
닭백숙을 하던 장면에서는 코믹하지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 지원을 볼 수도 있습니다.
자, 줄거리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더 하면 스포일러가 되겠죠?ㅎㅎㅎ 영화는 반드시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자신의 마음으로 판단해야 봤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이번 영화를 찍으며 배우 강동원님은 연기자로서의 스펙트럼을 조금 더 넓혔다는 평을 받고 있네요.
<전우치> 촬영이 끝나고 1~2주 만에 시나리오를 받고 촬영에 들어가서 처음에는 캐릭터에 몰입하는 게
참 힘들었다고 해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라서 감정 잡기가 힘들었을 것 같네요.
하지만 그의 다크써클 포스와 허름한 옷차림에도 무심하게 드러나버린 명품 기럭지,
꾹꾹 눌러 담은 대사와 연기에 송지원이라는 캐릭터가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명배우 송강호~ 두 말할 필요가 없죠. 지난 번 <박쥐>가 너무 쎄서 그랬나요, 이번 영화는 예의
그 ‘송강호 하면 떠오르는 연기’로 돌아갔네요. 하지만 <살인의 추억>에서의 송강호와
‘놈놈놈’에서의 송강호, <괴물>에서의 송강호, <의형제>에서의 송강호는 저마다 다르고
또 코믹하다는 것이 공통점이며 가슴을 파고든다는 점이 같네요.
아무튼, <전우치>의 장난꾸러기 같은 강동원 대신 음울하지만 간지나는 강동원을 보고 싶은 분과
송강호에 대한 신뢰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후회 없을 선택이 될 거예요~ 꼭 보세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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