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남프랑스 여행 22_아비뇽 유수 시대의 흔적

일상 속 여행/유럽 2009. 12. 29. 12:23

니스를 떠나 아비뇽에 도착해 제일 먼저 간 곳은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에 하나인 교황청이다.
사실 처음엔 작정하고 간 것은 아니고, 호텔에 짐을 풀고 나와 동네를 어슬렁 대다 우연히 찾아가게 되었다.
중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들어 귀에 익숙하지만, 그 자세한 내막은 도통 기억나지 않는 역사 유적지.
국내든 국외든 여행을 할 때마다 역사나 세계사 공부를 게을리 한게 늘 아쉽다. 

아비뇽 유수 (幽囚)
14세기에 프랑스 왕과 교황간의 싸움으로 프랑스의 세력이 커지자 다음에 선출된
교황 클레멘스 5세는 프랑스왕의 간섭을 받으며 로마로 들어가지 못하고 이 곳, 아비뇽에 머물게 되는데,
교황이 아비뇽에 머무르는 것은 그 이후로 7대의 교황이 바뀌는 70년간이나 계속 되었다.




커다란 역사적 사건을 간직한 교황청은 지금은 껍데기만 웅장한 채로 (내부는 텅 비어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아비뇽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웅장한 성당과 어울리는 넓은 광장.
내가 처음 올라간 시각엔 이 넓은 광장이 텅 빈 듯해서 작은 소리도 크게 울렸는데,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엔 노천카페 테이블도 늘고 사람들로 가득해 진다. 

지역상으로는 중심이 아니지만, 아비뇽 일주를 하는 쁘띠트랭의 출발지이기도 한
이 곳은 모든 길과 맞닿아 있는 아비뇽 여행의 시작점 같은 느낌이었다.



문 닫을 시간이어서 성당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대신 성당 옆쪽 길로 올라가면 있는 공원에 갔는데,  그 곳에서 아비뇽 시가지와 론강을 조망할 수 있다.
길목에서 만난 연인들은 노을을 기다리나 보다.



세월의 흔적일까? 아비뇽은 도시의 모든 건물이 같은 컬러를 갖고 있다.
벽돌색 지붕, 아이보리색 벽면.
그 컬러와 함께 마음이 잔잔해 진다.



론(Rhone) 강은 스위스의 이탈리아 국경에 가까운 알프스 산중의 론빙하에서 발원하여,
프랑스 남동부를 지나 지중해로 흘러드는 강이라고 한다. 

알프스의 맑은 기운을 닮아 그런지 물빛이 아름다운 론강은 아를에서도 만날 수 있는데,
고흐가 아를 강변에 앉아 이 론강을 바라보며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비뇽의 다리로 더 유명한 생베네제교 (Pont Saint Benezet) 가 있다.
12세기 경 양치기 소년 베네제가 다리를 지으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혼자서 돌을 쌓아 다리를 지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아비뇽과 건너편 도시, 빌뇌브 데 자비뇽 (Villeneuve des Avignon) 을 연결해 주었을 이 다리는
계속 되는 홍수로 인해 붕괴와 수리를 거듭하다 17세기 말 이후로 복원이 중단되어 절반만 남은 채로 존재한다. 

편리함만 따진다면 다리를 복원하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반쪽자리 다리 상태를 그대로 보존해 놓은 것은 안타까운 역사의 흔적을 남기기 위함인지
아니면 반쪽이라 더 유명해진 다리를 보기 위해 찾아 온 관광객 때문인지 궁금해 졌다. 

어떤 쪽이든 아비뇽 다리가 더 궁금해 졌으니 둘 다 성공한 샘.

  

@ Palais des papes, Avign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