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관문이야. 독일에서 제일 큰 국제공항을 빠져 나와서 시내로 가면
무수한 빌딩숲이 훅 하니 달려들지. 프랑크푸르트를 흔히 금융과 상업, 박람회의 도시라잖아.
빌딩숲을 보면 그 명성이 이해가 될 거야.
특이한 건, 현대적인 고층빌딩과 중세의 향기가 느껴지는 고풍스러운 집들이 마인 강변을 따라
여유롭게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거야. 거기에 크고 작은 박물관들과 도시 전체에 은은하고 퍼지는
사과주의 향기가 이 도시를 독특한 분위기로 만들고 있어.
자연과 문화, 산업이 어우러진 풍경이 바로 그거야.
투박하지만 속 깊은 도시

사실 프랑크푸르트는 여행하러 오는 사람보다 비즈니스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들르는 이들이 많은 곳이야. 어떤 사람들은 프랑크푸르트에는 볼거리가 별로 없어서 오래 머물 필요는
없는 도시라고도 말하는데, 언뜻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해.
무미건조하게 보이는 고층건물과 고집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세의 건물들.
첫 느낌은 독일답게 조금 투박하다고 할까?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두고 바라본다면
프랑크푸르트의 속 깊은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될 걸.

한가롭게 마인 강변을 거닐고 박물관을 둘러보거나 이곳의 명물 사과주를 마시고 난 다음에 말이야.
그땐 비로소 왜 이 도시에 깊은 정이 드는지 알게 될 거야.
사과주 한 모금에 정이 흐르고
원래 독일은 맥주가 유명하잖아. 하지만 이곳 사람들도 맥주 외에 다른 술을 마시기도 하러니까~
프랑크푸르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아펠바인’이라는 사과주야.
옛날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여인이 항아리를 이고 이 동네 저 동네를 돌며 사과주를 팔았대.
사과주는 그 전설 속 여인의 항아리를 연상시키는 도자기 병에 담겨 나오는데, 맛은 조금 시큼한 편이야.

그런데 이 사과주가 수줍음 많은 독일 사람들에게 사람들과 쉽게 사귀게 하는 특효약인 것 같아.
평소에는 낯선 사람이나 여행자를 봐도 무관심한 편인데(사실 수줍어서 말을 못 거는 거겠지만),
사과주를 마실 땐 금방 친구가 되는 것 같아.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이 지역 특유의 안주인 ‘프랑크푸르터’라는 가늘고 긴 소시지!
거기에 감자나 훈제돼지고기 요리 등을 함께 먹다 보면 그 옛날의 작센 사람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져서 어느새 목소리가 한껏 높아진다니까. 으악, 소시지 생각하니까 군침이 막 도는구나~
떠나기 위해 오는 도시
프랑크푸르트가 사람들로 북적대는 이유는 바로 독일에서 제일 큰 국제공항이 있어서야.
독일로 들어오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거치고, 독일의 전 지역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를 오갈 수 있는
기차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운행되기도 하거든. 그래서 어느 도시나 그렇듯 중앙역 근처에 있는
호텔에는 늘 여행자로 붐비고 있어.
프랑크푸르트는 비교적 대도시이지만 대부분의 볼거리는 중앙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그 시작점은 누가 뭐라 해도 뢰머 광장! 다운타운으로 가서 쇼핑을 하든 성당 종소리와 함께
중세도시의 면모를 느껴보든, 뢰머광장은 프랑크푸르트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출발점이지.

뢰머 광장 앞에는 중세풍의 건물 세 개가 나란히 있는데, 그 중 가운데가 1405년부터 시청 건물로
사용되고 있는 뢰머야. 과거에 이곳에서 황제 대관식을 기념해서 연회가 열리기도 했대.
이름은 로마 인의 집이라는 뜻을 지닌 ‘하우스 춤 뢰머’라는 이름에서 유래됐는데,
안에는 신성로마제국과 독일 황제들의 초상화가 전시돼 있어서 독일의 옛 제국 시대를 상상해볼 수 있어.
정의의 여신상이 서 있는 뢰머 광장 중앙 분수대 주변은 단체 관광객들이 주로 집결하는 곳이어서
늘 사람들로 붐비곤 해. 여기서 주위를 한 번 둘러보면, 시청사를 마주 보고 서 있는 대성당과
그 근처에 있는 현대미술관, 역사박물관,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에서 단연 으뜸 번화가인 자일 거리를
가리키는 표지판까지 갈 곳이 너무 많아서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망설이게 돼.
하지만 어떤 선택이든 프랑크푸르트의 매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을 거야.
자, 이제 그만 고민하고 발걸음을 재촉해볼까?
(다음 편에 계속)
info
마인 강변의 한가로운 풍경 즐기기 | 여름을 제외하고 일찍 해가 지는 날씨 때문인지 맑은 날에는
어디든 쉴 만한 곳을 찾아 편안한 차림으로 햇볕을 만끽하는 사람들을 유럽에서는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마인 강변의 잔디밭도 바로 그런 곳이다.
샌드위치와 시원한 음료 한 잔을 들고 피크닉을 나온 현지인들처럼 강변에 누워 지나가는 사람들,
강 너머의 여유로운 풍경 등을 함께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자전거를 빌려서 강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달려본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마인 강변을 좀더 깊이 음미하고 싶다면 말이다.
작센하우젠의 사과주 열차 즐기기 | 전통의 트램을 타고 사과주를 마시면서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사과주 열차는 프랑크푸르트의 명물 중 하나다. 이 열차를 타고 프랑크푸르트 구도시의 중심과
작센하우젠 지역을 돌아볼 수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에 이용할 수 있다.
사과를 상징하는 붉은색에 알록달록하게 그림이 그려져 있는 재미있는 이 트램에서는 늘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승객들은 모두 사과주를 손에 들고 노래를 부르며 거리를 감상하는가 하면 밖을 향해
밝은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기도 한다.
우연히 거리에서 이 트램을 만났다면 반갑게 손을 흔들어봐도 좋을 일.
어른 5유로, 어린이 2.5유로이며 티켓을 내면 사과주 한 병과 비스킷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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