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남프랑스 여행 18_아침마다 탐스런 야채가 가득

일상 속 여행/유럽 2009. 12. 10. 16:49

니스의 구시가지 살레야 광장 (Cours saleya) 에서 매일 아침
꽃시장과 채소 시장이 열린다는 소문을 듣고 아침 시장으로 향했다. 

어느 순간 낯선 도시를 여행할 때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바로 시장구경.
파리에서 일요일마다 선다는 벼룩시장을 꼭 보고 싶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포기해야 했고,
그래서, 비록 규모는 작더라도 니스에서 만나는 시장풍경이 무척 반가웠다.



구시가지 어느 골목의 한 바에 붙어 있던 니스 사람들의 유쾌한 모습에
시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더 즐거워 졌다.



샬레야 광장은 하루에 몇번씩 옷을 갈아 입는다.
첫번째 새벽 꽃시장이 문을 닫으면, 야채시장이 열리고, 시장이 문을 닫은 후엔 노천 카페가 되고.
시간대를 달리하며 광장을 방문해 보면 여기가 거기였나 싶게 전혀 다른 분위기의 광장을 보게 된다.
심지어는 아침, 점심으로 보던 길인데도 그 낯선 모습에 길을 잃기도 한다.
(길치여서가 절대 절대 아님!) 

이른 꽃시장은 아쉽게 놓치고, 야채시장이 열리고 있는 시장 입구에서 만난
멋쟁이 노신사의 탐스런 장바구니에 웃음이 절로 났다.



광장을 가득 메운 신선한 야채와 각종 향신료들.
주 고객은 니스에 거주하거나 장기간 휴가를 즐기는 것으로 보이는 노부부들 



박스가 아닌 멋스러운 바구니에 담긴 달콤, 새콤 과일과 채소들이 입맛을 돋군다.


특히 딸기와 체리 등의 과일은 한 손에 들고 먹기에 좋게 담겨져 있어서 인기 최고!
장 보기 전에 냉큼 하나 집어 들고 먹으며 다니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어쩌면 딸기처럼 이쁜 언니들 때문일지도.



지중해 소금이 유명하다고 해서 잔뜩 사올 작정이었으나,
가격이 만만치 않은 데다 모두 유리병에 담겨 있어 한참 고민하다 사는 건 결국 포기.
사실 봉투에 따로 담아 달래서 살 수도 있었는데, 병 값을 안 빼준다고 해서 빈정 상했다.
(시장에서 여지없이 튀어나오는 아줌마 근성! 그러나, 사진을 보는 지금, 심히 후회하는 중. 흑.)




 


이쁘게 망사에 담겨져 있는 미니 장미 꽃잎은 홍차 마실 때 한두 송이 떨어 뜨리면 향이 무척 좋다고. 

프랑스에 올 때 아빠를 위한 작은 선물을 하나 꼭 사와 추석 전에 납골당에 넣어 줘야지 생각했는데,
이 장미차가 향도 좋고 사이즈도 적당하고 딱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돌아와 어느 맑은 일요일, 장군과 소풍가 듯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아빠한테 다녀왔다.
살아계실 때는 왜 그럴 수 없었을까 죄송해 하며.



향신료 가게 앞에서는 지갑을 꽉 틀어 막았는데도 결국 얼마 비지도 않은 트렁크의 빈 공간을
조금도 안 남기고 다 채우고 말았다. 그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
다음엔 향신료용 빈 트렁크를 하나 준비해 갈 참이다.  

향신료들 상하기 전에 빨리 맛난 요리들을 해 먹어야 할 텐데!



 
모양이 정말 깨물어 주고 싶게 귀여운 알프스 산 아몬드 빠트와



총천연색 봉봉 (bonbon).
bon은 'good' 이란 뜻인데, bon이 두개 모여 달콤하고 스윗한 사탕이 되었다.



그리고, 니스에서 꼭 먹어보라던 프로방스 산 과일 콩피!

과일을 설탕에 조려 만든 것으로 이쁘고 달콤해 보이긴 했지만, 지나치게 달콤할 것 같아
시도해 보지는 않고 보고 즐거워 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나이가 드니 단게 안 땡긴다.

 

지중해 햇빛에 더욱 강렬하게 빛을 발하는 신선한 야채들.
저 작고 길죽한 토마토는 동그란 토마토보다 시큼한 맛이 더 강해 이태리 음식 만들 때 요긴하게 쓰인다.
한국서는 구하기 힘들어 방울 토마토로 대체하는데, 사이즈가 작아 아주 고달프다.
공항에서 걸리지만 않는다면 한 바구니 사오고 싶었는데, 아쉽.



광장 옆에 있던 굉장히 큰 와인가게.
질 좋고 값싼 와인이 가득해서 몇개 골라 놓고 다음 날 아비뇽으로 이동하는 아침에 와 사야지 했는데,
문이 닫혀 그만 실패하고 말았다.



출출할 땐 시장 옆 샌드위치 가게에서 배를 채워도 좋다.
(Poulet 뿔레는 '닭고기'라는 뜻)



평소에 꽃과 야채 시장이던 이 곳은 일요일 아침엔 벼룩 시장이 선다.
18세기 귀족의 서랍 속에서 나온 것 같은 물건들이 늘어서 있는 벼룩시장은 야채시장과는 또 다른 분위기.



왠지 물건 하나하나마다 오래 된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느낌이다.

 

누군가의 손에 들려져 아름다운 소리를 냈을 바이올린과 그의 음악을 사랑하던 여인이 두고 간 스카프.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던 나.



파는 것엔 그닥 관심이 없고 그런 옛 이야기들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그녀들의 수다에
동참하고 싶었던 니스의 시장 구경은 손에 넣기 힘든 몇가지 향신료를 얻고 가질 수 없던 것들에 대한 
몇 가지 아쉬움을 남겼다. 

 

@ Cours Saleya, N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