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파리 여행 16_그리운 마음과 생생한 현장 소식을 담아 보내요

일상 속 여행/유럽 2009. 12. 7. 11:42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아쉬운 마음을 수다떨 듯 적어 그에게 보내고 싶어진다. 

프랑스에서는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 마다 제일 먼저 장군한테 소식을 전하는 일로 여행을 시작했다. 
파리, 아비뇽, 아를의 생생한 현장 소식을 그 곳의 상징과 함께.

처음 파리의 한 우체국에 들러 인터내셔널 메일을 보내고 싶다고 하니 직원 아저씨가
굉장히 편하고 쉽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자랑하듯 10개 한 묶음짜리 편지봉투를 내밀었다. 

그 편지봉투를 쓰면 요금을 따로 낼 필요도 없이 언제 어디서나 한국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었다.
한국으로 편지를 보낼 때 프랑스의 예쁜 우표들을 붙이는 낭만을 기대했는데,
이방인에게 작은 선의를 베풀고 뿌듯해 하는 아저씨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그냥 그 심플하기 짝이 없는, 그러나 매우 편리한 편지봉투를 쓰기로 했다. 

한 묶음에 8유로니까 한 통당 0.8 유로인 샘.

 


파리에서의 첫 편지는 첫 날 몽빠르나스 타워에서 폴라로이드로 찍은 야경과 편지를 함께 넣었다.
사실 장군한테 생생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무거운 폴라로이드를 낑낑 매고 들고 갔는데,
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 한통 밖에 안 사간 필름 10장을 첫 날 모두 써 버려
다음 도시부턴 무거운 짐만 돼 버렸다. 그래도, 첫 날 멋진 야경을 건졌으니 만족! 

첫 편지는 한국 귀국 이틀 전에 장군 손에 도착했다.



아비뇽에선 도착하자마자 달려간 론강 앞에 있던 라벤더 밭에서 라벤더 두 송이를 주워
아비뇽 다리가 그려진 엽서와 함께 보냈다. 

이 라벤더 엽서는 내가 귀국하고 한참 뒤에서야 장군한테 배달 되었는데,
제대로 말리지도 않고 넣은 라벤더의 향이 무척 훌륭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어서
장군이 무척 신기해 했다. 

멀리 떨어져 있을 때가 아니라 반가움이 반으로 줄어들 뻔 했는데,
아비뇽의 추억을 전하는 라벤더 향 덕분에 장군 뿐 아니라 나까지 커다란 기쁨이 되었다.




아를에선 너무나 유명한 반고흐 카페에 앉아 그 카페가 그려진 고흐의 그림 엽서에 그리운 마음을 담았다.
그림의 왼쪽에서 두번째 자리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주길 바라며.



우체국이 문을 닫는 주말에 머물던 니스, 모나코, 에즈에선 편지 보내는 것을 포기했는데,
내가 갖고 있던 편지봉투로는 길거리에서 흔히 발견되는 우체통에
그냥 넣어도 상관없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고 무척 안타까워 했다.  흑. 

멀고 먼 낯선 땅에서 바다 건너 온 편지들은 어떤 수비니어보다 더 값지고 반가운 것 같다.
여행자의 그리운 마음이 담겨 있다면 더욱 더. 

@ Fr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