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남프랑스 여행 21_Cote d'Azur - 무작정 걷기

일상 속 여행/유럽 2009. 12. 27. 23:51

에즈에서 니스로 돌아가는 길, 올 때 버스 창 밖으로 바라보던 그 아름답던 풍경들이 기억나
중간에 내려 버스가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걸어 보기로 했다.

모나코에서 니스행 막차가 출발하는 시각이 8시 반이니 한시간 정도 여유가 있는 샘.




처음 내린 곳은 올 때 나중에 와 봐야지 생각하고 찍어 두었던,  한적하고 아담한 포구, La Plage.
작은 항에 어울리는 아담한 사이즈의 요트들이 사랑스러운 곳이었다.


이 곳에 내리려고 하니 100번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가 '여기 내리는 거 맞아?'를
서너번 끈질기게 물어 보았는데, 걷다 보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관광지가 아닌지 이 곳에서 본 유일한 사람은 요트를 손질하던 아저씨 한분 뿐.
여행객인 줄 알았던 내가 이 곳에 내리는게 이상했던 모양이다. 

고요한 이 마을은 니스에 호텔 1박을 예약해 두지 않았다면 근처 민박집을 찾아 하루 묵어가고 싶은 곳이었다.




La Plage 를 출발지로 삼아 걷기 시작!
길이 외길이라서 버스 노선 따라 걷는 것은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상점도 모두 문을 닫고, 사람 만날 일이 드문 길을 계속 걷자니 조금 심심하긴 했다.


외길을 따라 계속 늘어 서 있는 바다향 별장과 호텔들.




해안가가 안 보이는 언덕을 지나 다시 시야가 탁 터진 곳은 항구마을 빌프랑슈 쉬르 메르 (Villefranche sur mer).
시인 장 콕토가 사랑했다는 마을로, 이 동네 생 피에르 예배당에는 콕토의 흉상이 있다고 한다.




마을의 모습을 닮은 멋스러운 지도로 주요 포인트들을 짐작 할 수 있다.



무척 아름다운 곳이기도 했지만, 이 때 이 곳이 특별히 더 눈에 띈 것은
시끄러운 모터소리와 바다 표면의 신기한 무늬 때문.

수상스키 대회라도 열렸는지 스키어들이 잔잔한 바닷가에 물결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그 물그림이 꽤 근사해 한참동안 시선을 붙들었다.



 바닷가로 내려가서 보기엔 시간이 없고 아쉬운 대로 사진 원본을 확대해서 볼 수 있었던 주인공들.
오! 멋지셔라.



수상스키 모터소리로 시끌벅적한 다른 편엔 한가롭게 떠 있는 요트들과 마을의 모습이
옛 서양화의 한 장면 같았다.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해변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과 그 옆을 지나치는 기차 소리.



잠시 발 아래 별장의 주인이 되어 썬베드에 몸을 누이고, 그 모든 것들을 가만히 조망하는 순간,
이 곳이 바로 낙원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곳에서 살면 아무 걱정도 욕심도 미움도 없이 평생 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



현실은 다시 내게 막차 시각이 다가왔음을 알리고, 다음 버스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무척 짧기도 했고, 구석구석 돌아보지 못한 겉핥기식 여정이었지만,
이 때의 1시간이 이번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었다. 

언젠가 La Plage 의 작고 소박한 민박집에 머물며 Cote d'Azur 를 일주할 날을 기약하며.

 

@ Cote d'Azur, Fr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