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라고 하면 으레 마인 강변에 자리잡은 도시를 떠올리는데,
원래 공식 명칭은 마인 강가라는 뜻의 ‘암 마인’을 붙인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이야.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인 강은 프랑크푸르트의 중심이지.
우리가 한강으로 소풍을 나오듯 독일인들은 마인 강변으로 소풍을 나오는데 그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한 휴식 공간이야. 한낮이면 강 양편으로 뻗어 있는 잔디밭에 아무렇게나 누워서 뜨거운 태양 아래
일광욕을 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산책을 즐기기도 해.
또, 하루 일과를 마치고 해질녘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면서 강변을 거니는 사람들 모습도
아름다운 풍경처럼 보여.
프랑크푸르트에 간다면 이 마인 강을 찾아서 샌드위치를 먹거나 잠시 숨을 돌려봐.
프랑크푸르트가 얼마나 묘한 도시인지 알게 될 거야.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건물들이 구도시의 오래된 건물들과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유럽 특유의 색깔을 보여주는 것 같아.
상업과 금융의 중심답게 일 년 내내 전 세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첨단 도시이면서 중세 도시의
소박한 면모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프랑크푸르트. 점점 삭막한 도시로 변해가는 서울의 풍경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지?
광화문 거리에 분수대를 조성하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 스노보드 점프대를 설치하는 것보다,
동남아 어디서나 살 수 있는 물건들로 점점 특색을 잃어가고 있는 인사동의 현실에
더 눈을 돌렸으면 좋겠어.
낡고 허름한 것을 지향하라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현대적으로 보존하고 가꾸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 거리를 잘 보존시켜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일본을 봐.
외국인들이 아시아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일본을 독특한 색깔로 기억하는 비교하면
우린 아직 갈 길이 멀어.
미술관이 편의점만큼 많은 도시
마인 강 건너편에는 박물관 거리라고 불리는 곳이 있어. 이곳에는 수공예박물관과 건축박물관, 독일영화박물관, 슈테델미술관 등 전시 주제와 형태가 다양한 박물관들이 한곳에 몰려 있지.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심도 있게 만날 수 있는 것도 프랑크푸르트의 매력이야.
어느 도시를 가든 미술관이나 박물관 관람을 빼놓지 않는 나로서는 이곳에서의 하루가 짧게만 느껴졌어. 특히 영화박물관은 그냥 보기만 하는 박물관이 아니라, 영화의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놓은 전시물도 보고 유명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체험도 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박물관이어서 더욱 시간 가는 줄 몰랐어.
중후한 외관으로 마인 강가의 고풍스러운 풍경을 완성하는 슈테델 미술관은 프랑크푸르트
제1의 미술관이라고 알려져 있는 곳이야.
중세에서 현대를 아우르는 10만 점 가량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서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미술관이래.
미술관을 천천히 둘러보며 보티첼리나 뒤러, 렘브란트, 모네, 드가, 르느와르 같은 유명 작가들의
익숙한 작품들을 만나는 재미는 이 미술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지.
이곳의 명작 중 하나로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티슈바인의 <괴테의 초상>을 찾아보는 것도 잊지 말아.
사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대문호 괴테의 발자취를 놓칠 수 없거든. 아니 놓치려 해도 놓쳐지지 않아.
괴테가 태어나고 성장했던 도시답게 그의 생가 괴테하우스뿐 아니라 괴테 동상,
괴테의 친구 실러의 동상, 괴테 거리, 박물관, 또 괴테의 이름을 간판으로 내건 카페 등 괴테는
이 도시의 모든 곳에 여전히 살고 있어.
괴테의 생가는 지어진 지 250년이나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갈하고 소담스러워.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 등을 집필했는데,
이 집에는 괴테가 사용했던 책상이며 침대, 필기구 등이 전시돼 있어.
누군가 프랑크푸르트의 즐거움은 마인 강에서 시작해 마인 강에서 끝이 난다고도 말했어.
이른 아침과 한낮의 마인 강의 여유로운 풍경, 그리고 한밤에는 강 너머로 화려한 조명을 빛내는
고층 빌딩들. 그리고 다시 날이 밝아오면 중세풍의 주택과 고층빌딩이 서로에게 기대 독특한
이 도시의 풍경을 완성하겠지.
Information
독일의 새로운 명문 벨로시티를 타고 시내 명소 돌아보기
독일 시내는 볼거리가 대부분 모여 있어서 강 건너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하지만 월드컵과 함께 관광객이 급증한 프랑크푸르트 시청광장에 새롭게
등장한 명물을 이용해 시내를 여유롭게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3인승 자전거 ‘벨로시티’가
바로 그것이다.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목 받고 있는 벨로시티는 일반 택시처럼 원하는 곳까지 태워주고
거리에 따라 요금을 받는다.
전동식 자전거이기 때문에 택시와는 그 속도를 비교할 수 없지만 여유 있게 거리를 구경하며
원하는 목적지로 가기에는 그만이다.
아쉽게도 목적지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및 몇몇 관광지로 제한되어 있지만 말이다.
요금은 1킬로미터에 2.5유로.
벼룩시장에서 보물 찾기
보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자일 거리로 가면 각종 대형 백화점과 갖가지 브랜드의 숍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마인 강변과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서 색다른 보물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단, 토요일에 운좋게 프랑크푸르트에 머물게 되었다면 말이다.
프랑크푸르트의 크고 작은 벼룩시장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매주 토요일 마인 강변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이다. 독일 내에서도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잡다한 것부터 중고 자동차까지
없는 것이 없다는 이곳에서라면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는 독일인들의 일상생활 모습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주변 도시로 짧은 여행 떠나보기
독일의 교통 요지 프랑크푸르트는 독일 전역으로 가는 차편이 마련되어 있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 아침 길을 나서 이곳에서 한두 시간 내에 닿을 수 있는 도시를 찾아
하루 코스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일반기차로 40분이면 충분한 고급 온천 휴양 도시 비스바덴,
아기자기한 중세의 거리를 만끽할 수 있는 로텐부르크, 온천, 쇼핑 등과 함께 하루 동안의
호사를 누려볼 생각이 있다면 바덴바덴을, 대학도시의 학구적인 분위기와 차분하고 아기자기한 풍경을
느껴보고 싶다면 하이델베르크 등을 택해보는 것도 좋다.
모두 일반 열차 혹은 고속열차로 1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출발하기 전 돌아오는 기차편의 시간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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