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 1] 런던에 가면 너도 알게 될 거야

일상 속 여행/유럽 2009. 10. 29. 18:52


그렇더라고
, 런던은 그런 곳이었어. 내가 런던에 가봐야 할 이유를 아무리 꼽아봐도 쉽게
떠오르지 않았는데,
막상 가보니까 왜 굳이 이유를 대려고 했지?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곳.
런던 가봤어? 안 가봤으면 말을 하지마.

후후, 난 거친 여자니까. 



“런던에 싫증이 난 사람은 인생에도 싫증이 난 사람이다. 런던에는 인생에서 누려야 할 모든 것이
 다 있기 때문이다.”

 

뭐야… 영국의 문학평론가 사뮤엘 존슨이 한 말이래. 사실 코웃음 나오는 말 아닌가,
런던이 뭐 얼마나 대단한 곳이라고. 그저 콧대 높은 영국인들의 오만함이겠거니 하고 흘려 들었지.





그렇지만 런던에 가서 보면 볼수록 좀 멍한 기분이었어.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라는
추상적인 수식어로는 표현하기 힘든, 그 이상의 매력. 런던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더라고.









솔로에게는 미안한 로맨스 영화의 도시

 

“살아가는 일이 우울해질 때 나는 히드로 공항으로 간다.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런던 하면 뭐가 떠올라? 그 영화를 보고 난 후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저 대사를 떠올릴 거야.
바로 <러브 액추얼리> 말이야. 엄격하기로 유명한 히드로 공항의 입국심사 때문에 여행의 설렘이
조금 반감되긴 하겠지만, 어찌됐건 “사소한 사랑을 어디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런던이라잖아.

 

세계에서 가장 이용객수가 많은 공항 중 하나로 손꼽히는 히드로 공항의 북적거림도 로맨틱한 도시
런던의 매력을 없애지는 못하는 것 같아
. 수십 년간 뉴욕에 헌사를 바쳤던 우디 앨런이 새롭게 택한
영화 촬영지이자,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이 자리한 바로 그 도시.





, 워킹 타이틀이 뭐냐고? <러브 액추얼리>, <브리짓 존스의 다이어리> 같은 로맨틱 코미디를
제작하는 영국의 유명 제작사야. 로맨틱 코미디를 챙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영국산 로맨틱 코미디는,
특히 워킹 타이틀에서 나온 영화는 어쩐지 유치하다고 폄하할 수만은 없었어.
너무 공감 가는 상황이나 대사가 많으니까.





, 어쨌든 난 런던에 간 거라고. 숱하게 봤던 그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실제 무대 말이야.
수많은 싱글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브리짓이 몸무게, 담배와 알코올 소비량을
되새기며 출퇴근길에 지나쳤던 곳은 타워 브리지였고,
브리짓의 집이 자리한 곳은 신선한 식재료를 판매하는 보로 마켓 근처였어.




브리짓을 둘러싼 마크와 대니얼의 육탄전이 벌어진 곳은 켄싱턴 가든의 서펜타인 갤러리 앞이고.
아, 그 때의 콜린 퍼스와 휴 그랜트는 너무 귀여웠어. 진지한 얼굴의 다 큰 두 남자가 엉성하게
엎치락뒤치락하며 싸우는 광경은 그야말로 진상.

 

시니컬한 표정으로 자신이 멸시 당하는 순간에도 위트를 잃지 않는 휴 그랜트, 지구에서 내가 사랑하는
몇 안 되는 남자와 역시 진지한 얼굴로 어벙하게 행동하는 콜린 퍼스는 정말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지.
약삭빠른 지구 남성들이여, 그 귀여움을 배우시라.

그리고 또 크리스마스에 대한 환상과 사랑을 스크린으로 옮겨준 영화 <러브 액츄얼리>.
감독 리처드 커티스는 로맨틱한 도시 런던의 감성을 영화 곳곳에 부려놓은 것 같아.
그래서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크리스마스를 런던에서 보내고 싶다는 꿈을 꾸었겠지.

 

하지만 정작 크리스마스 무렵의 런던은 조용하다 못해 인적 조차 드물다는 것! 이건 크리스마스 때
런던을 찾은 경험자가 증언한 말이라고. 차라리 크리스마스 시즌 전에 촬영지를 방문하는 게 나아.





줄리엣과 피터가 결혼식을 올리는 그로스베너 교회와 영국 수상 데이비드의 집이 자리한
다우닝 가
10번지, 데이비드가 비서 나탈리의 집으로 사랑을 고백하러 갈 때 지나가는 앨버트 브리지,
비서의 유혹에 넘어간 해리가 악마 모양의 목걸이를 사는 셀프리지스 백화점. 영
화 속 장면이 현실이 되는 순간들이 런던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었어.

아직 크리스마스가 되려면 멀었지만 북적이는 런던의 매력을 보려면 지금이 가장 좋을 거야.
영화 촬영지를 순례하고 싶다면 사전에 촬영지 지도를 받아봐. 그런데 왜 전부 로맨스 영화 촬영지냐고?
액션 영화는 다 부시고 휙휙 지나가니까 어쩔 수 없잖아.

 

(다음 편에 계속)

 


Information

필름 런던

런던 시에서 2003년 발족한 영화와 미디어를 위한 에이전시. 런던은 로스앤젤레스,
뉴욕에 이은 전 세계 세 번째의 영화 제작 도시로, 2005년에는 런던에서 영화 촬영이 이루어진 날을
일일로 계산한 결과 1만 2,600일에 달했으며 평균 35명의 스태프들이 영화 촬영을 위해 움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홈페이지(www.filmlondon.org.uk)에 들어가면 <클로저> <러브 액츄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영화 8편의 촬영지 지도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