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파리 여행 4_지하철을 타야 진정한 지역주민

일상 속 여행/유럽 2009. 10. 23. 10:19

파리 지하철은 무척 더럽고 위험하다는 소리를 떠나기 전부터 귀 따갑게 들은 터라
가능하면 걷거나 버스를 타고, 지하철은 타지 않기로 작정을 했었다. 

하지만, 파리의 버스는 예고없이 오지 않거나, 일찍 끊기거나, 무지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려 10정거가 넘는 거리를 걷고 난 다음 날, 결국 지하세계에 발을 들여 놓고 말았다.




예전에 스페인의 지하세계를 경험해서 인지 파리 지하철은 향긋하지는 않았지만 경악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고,
거리의 악사는 작은 오케스트라 수준이니 과연 예술의 도시 다웠다. 

티켓 종류가 무척 다양해서 여행 스타일에 따른 동선에 맞춰 티켓을 선택하면 되며,
주로 걷다가 다리 아플 때 마다 버스와 지하철을 수시로 이용하는 나에겐
선택한 기간과 존에 따라 버스, 지하철, RER 을 무제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Paris Visite' 가 유용했다. 

거의 모든 파리 시내를 가는 3Zone 3Days Ticket 이 19유로 였는데,
지하철과 버스의 Single Ticket 이 1.5 유로이니 3일간 14번 정도 타면 본전 뽑는 샘.
하지만, 티켓 사는 시간이 절약되고, Paris Visite 로 입장료가 할인되는 곳도 많으니 여러모로 쓸모 있다.




좁다. 역사가 오래돼서 그런지 외국의 지하철은 정말 좁다.
그나마 역간 거리가 짧고 사람들이 비교적 질서를 잘 지켜 주어서 다행이었다.



노선만 같다면 지하철 처럼 탈 수 있는 고속교외철도 RER 은 이층으로 되어 있는게 신기했다.
지하철로는 여러 번 환승해서 가야 하는 역도 노선에 따라 RER 로 한번에 갈 수 있어서
짐이 많거나 저녁에 이동할 때 편리 했는데, 지하철과 달리 이동 구간마다 요금이 다르다고 하니
목적지로 이동하기 전에 요금을 꼭 확인할 것! (파리시내는 동일, 교외로 나갈 때만 확인)




지하철 밖으로 나오면 그 지역을 상세히 볼 수 있는 지도가 있으니
목적지로 이동하기 전에 미리 길을 확인해 두면 좋다.
파리는 골목마다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은 골목이 시작되는 모퉁이 벽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지도만 미리 본 다면 파리에서 어딘가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 같은 지독한 길치는 예외!




가장 서민적인 공간인 지하철은 어느 나라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봐야 진정한 지역 주민이 되는 것이다! 

파리의 교통수단 중 못 타 봐서 아쉬운 것 하나를 덧붙이면, 바로 자전거.
출퇴근 시간에 무척 스타일리쉬한 빠리지앵들이 바구니 달린 - 혹은 달리지 않은 -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은 꽤 근사하다.대부분 비슷한 자전거를 타고 다녀서 궁금해 했는데,
파리에는 매우 편리한 자전거 대여 시스템이 있었다.




지하철 역이나 주요 골목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벨리브 (Velib) 가 그 것.
자전거의 Velo 와 자유의 Liberte 가 합쳐진 말로
오염과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해 2007년 시작한 자전거 공유/대여 프로젝트이다.



150 유로 정도 되는 예치금을 넣고 원하는 기간에 따라 1일, 1주일, 1년 단위로 자전거를 대여한 뒤,
출발지 근처 자전거 보관소에서 자전거를 찾아 타고 목적지 근처 자전거 보관소에 반납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30분 안에 반납하면 무료이고, 이후 30분 마다 1유로씩 계산된다고. (대여료는 1주일 5유로, 1년 29유로) 

반납만 제때하면 예치금도 돌려 받을 수 있고 교통비가 거의 들지 않는 샘이다.



때문에 빠리지앵들 뿐만 아니라 여행객들한테도 인기여서 도로 곳곳을 달리는
자전거 여행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나도 정말 그 자전거 행렬에 동참하고 싶었으나,
직선으로 달리기만 가능하고 커브 틀기가 안되는 바람에 아쉽게도 이번엔 패스.




환경, 건강, 교통체증이 한꺼번에 좋아지는 훌륭한 아이디어지 않은가.
게다가 멋진 수트를 차려 입고 센 강변을 달리는 청년들의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 바로 그것이었다.

다음 파리 여행을 위해 내일부터 자전거 연습을 시작 할 테다!
 

@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