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파리 여행 1_별이 반짝이는 곳은 하늘 만이 아니다

일상 속 여행/유럽 2009. 10. 15. 17:39


늘 4차원의 매력으로 나를 사로잡는 멋진 친구 노민.
노민만큼 멋진 그의 블로그 친구들이 올리는 스펙타클 여행기로 세계여행을 대신하던 중
그 재미난 세계여행에 동참을 하게 되는 행복한 기회가 찾아 오고 말았으니...!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렘, 여행지에서의 재밌고 뭉클했던 추억들을
수많은 노민의 친구들과 나눌 생각을 하니 내일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마구마구 설렌다.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가을의 시작,
여행의 시작은 낭만 파리부터!


한번 쯤 파리란 도시를 동경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뚝 솟은 에펠탑처럼 묘한 환상을 불러 일으키는 도시.
그 아래서라면 힘에 겨운 짝사랑도 금방 이루어질 것 같은
낭만도시 파리로 떠나는 행운을 얻게 될 줄은 몰랐다.

자그만치 10시간 동안의 지루한 비행을 마치고 공항을 나와 몽빠르나스 타워 근처 호텔로 이동하면서 
잠깐 본 파리는 상상했던 대로 였다. 비현실적인 하늘과 빨간 클래식 자동차와 아름다운 건물들 사이로
흐르는 잔잔한 센강.

이제 예고편만 화려한 영화를 만들지 말지는 온전히 내 몫이 되었다.
아주 오래전 부터 파리의 환상을 누려 온 사람처럼 단기 파리지앤느로 변신!

파리 도착이 오후 2시 40분이어서 비행기 안에서 첫 날 부터 알찬 계획들을 가득 짰었는데,
막상 내려 수속 밟고 공항버스로 이동하고 호텔 찾아 헤매고 하다 보니 6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게다가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 해 - 원래도 뛰어나지 못했지만 - 호텔 찾는데 애를 먹는 바람에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 할 만큼 체력은 이미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계획은 에펠탑, 마레지구 카페, 센강, 퐁뇌프 다리, 마지막으로 몽빠르나스 타워에서 야경보기
였는데,
에펠탑, 마레지구 카페, 센강, 퐁뇌프 다리  '몽빠르나스 타워에서 야경 보기' 로 대폭 축소되었다. 

파리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몇 곳 있는데, 개인적으로 몽빠르나스 타워(Tour Montparnasse)를
최고로 꼽겠다.
파리시의 건물 고도제한 정책 때문에 거의 유일무이 해 보이는 56층의 현대식 고층빌딩인 이 곳 전망대에선 파리시내 전체를 360도 회전 - 본인 스스로 - 하며 볼 수 있다.  

에펠탑이 300m, 몽빠르나스 타워가 210m 라고 하니 에펠탑이 더 높지만,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몽(Mont) 빠르나스가 고지대이기 때문에 에펠탑를 내려다 보게 되는 샘이다.


56층 전망대까지는 10유로의 입장료가 필요한데, 전망대 처럼 파리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56층 레스토랑에 가면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지친 마음을 위스키 한잔으로 달래며
해 저무는 파리를 바라 볼까 하다가 왠지 혼자 궁상맞아 보일 것 같아 전망대를 선택했는데,
아주 적절했다. 

해가 좀처럼 지지 않는 파리의 야경을 보기 위해 3시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파리는 9시 30분이 넘어서야 점점 어두워 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 3시간을 전망대에서 보내는 것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는 해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파리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감동스럽고 아름다운, 파리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해가 지는 파리는 정말 아름답다.




전망대에서는 앞으로 방문하게 될 거의 모든 명소들을 다 찾아 볼 수 있었는데,

파리시내를 조망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도심 한 복판에 공원처럼 커다랗게 자리잡은
몽빠르나스 묘지였다. 실제로 이 곳은 묘지였지만, 관광객 뿐만 아니라 파리지앵들에게도
공원같은 휴식처가 되곤 한다고.

'죽음'과 관련된 모든 것을 터부시 하는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문화이지만,
사랑했던 고인들을 가까이에 두고 그들이 살아 있을 때 처럼 공존하며 여전히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이 얼마 전에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 나에게는 깊이 공감할 만한 것이었다.




저무는 햇살이 파리 곳곳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모습을 보며
인상파 화가들이 왜 그토록 파리를 사랑했는지 짐작 할 수 있었다.




서서히 노을이 지고, 하늘이 아닌 땅에 별이 쏟아지는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에펠탑에 불이 켜지고, 이제 땅에 별이 하나씩 불을 켤 시간.




이 때는 유리에 막힌 56층 전망대에서 계단을 이용해 밖으로 나와 몽빠르나스 타워 옥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바람을 맞으며 감동스런 파리의 야경을 볼 땐 마치 비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밤이 짙어질 수록 불 밝힌 파리는 더욱 아름다워 진다.
에펠탑은 10시 부터 매시 정각에 2000개가 넘는 전구를 약 10분간 반짝이고,
이것은 1시나 2시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전구들이 반짝이는 에펠탑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사랑스럽다.

누군가와 함께 였다면 아마 마지막 점등때까지 남아 있었을 텐데,
혼자서는 위험할 수도 있는 밤길 걱정에 11시 30분쯤 내려와야 했다.

아름다워서 더 서글펐던 파리에서 혼자 맞는 첫 밤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