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파리 여행 2_동화책의 한 장면같던 오후

일상 속 여행/유럽 2009. 10. 19. 11:21

배를 채웠다는 포만감 이상의 알수없는 기운에 노곤해 지던 오후,
발걸음이 저절로 근처 뤽상부르 공원 (Jadin du Luxembourg)으로 향했다. 

이 곳은 앙리4세의 부인 마리 드 메디시스 왕비가 고국 이탈리아의 피렌체를 그리워 하며
토스카나 양식으로 세운 뤽상부르 궁전에 딸린 정원이고, 현재 파리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원이라고. 

도착한 날 부터 변함없이 맑은 하늘과 조경이 잘 된 아기자기한 공원,
그리고 그 곳에서 햇볕을 쬐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동화책 속 한장면 같았다.


프랑스인들의 햇볕 쬐기 사랑은 세계 최고라 할 만 하다.
햇볕이 꽤 강렬해 그늘을 찾으실 법한 어르신들도 모두 의자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며
책을 읽거나 낮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러니 젊은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나도 긴바지를 살짝 걷어 올리고 빈 의자를 찾아 잠시 낮잠을 청하며,
이 들이 그토록 4일제 근무를 위해 투쟁하는 이유가 - 좀더 깊은 의미가 분명 있겠지만 -
이런 날씨와 이런 하늘, 그리고 이런 휴식과도 무관하지 않을꺼란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본다.




이 곳이 동화 속 한 장면 처럼 느껴진 가장 큰 이유는 궁전 앞 대형 연못과 작은 배들 때문이다.
프랑스 국기색으로 돛을 단 작은 배들이 크리스탈을 박아 놓은 듯 햇살에 반짝이는 초록빛 물 위에서
살랑이는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항해하는 모습은 현실인지 그림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다.



바람이 한 쪽으로 불 때 연못가장 자리에 닿은 배는 긴 막대기를 들고 때를 기다린 아이들에 의해
다시 연못 한가운데로 밀려 가게 되고, 이렇게 항해는 해가 질 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특히 아이들의 배 띄워 보내기 놀이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이 모습을 보며
뤽상부르 공원의 특별함은 정원사에 의해 관리된 아름다움이 아니라
시민들의 합동작품이란 생각에 뭔가 뭉클한 감정이 밀려 왔다.

하지만, 공원을 나오는 길에 '배를 미는 막대기를 빌려주는 상점'을 발견하는 바람에
동화같은 이야기는 그만 물거품이 돼 버렸다.  그럼 그렇지!

 



비록 아름다운 이야기는 물거품이 돼 버렸지만, 그래도 여전히 뤽상부르 공원은 아름답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부모들의 따뜻한 미소, 연인들의 키스와 여행자의 달콤한 휴식이 있던 이 곳을
방 한켠에 걸어 놓으면 좋을 그림처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다.


@ Jardin du Luxembourg,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