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프레지던트_정치 판타지

일상 속 여행 2009. 10. 22. 06:11


요즘 어린 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이 뭐냐고 물어보면
세무사, 외환딜러, 펀드매니저, 쇼핑호스트, 아나운서, 큐레이터, 소믈리에, 웹디자이너, 푸드스타일리스트 등
아주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고 하더라. 게다가 '공무원'이라고 대답하는 경우 그 앞에 '몇 급'인지도 명시한다고..
아니 뭐 세상이 달라졌으니 그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도 달라지는 게 맞는 것 같지만,
무언가 낭만이 없다.. '꿈'을 좇던 아이들은 다 사라져버리고
현실적으로 '이상'을 추구하는 아이들만 남은 것 같아 어쩐지 씁쓸한 기분이랄까?
정말 이런 식인 거라면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라고 묻는 게 재미 없게만 느껴질 것 같다.

우리 땐 고정적인 레퍼토리가 거의 모든 아이들의 입에서 줄줄 흘러나왔지만, 훨씬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저의 장래희망은 대통령이 되는 것입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 되는 게 무슨 학급 반장 당선하는 것 정도로 느껴진다는 듯이, 
대통령이 되고 난 후의 포부까지 밝히고 나서야 장래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마무리 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요즘도 그 시절의 아이들처럼 낭만 가득하게 
대통령이 되기를 '꿈'꾸는 아이가 있다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여기 있다.
지금 네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당장에는 만날 수 없지만.
네가 꼭 이런 대통령이 되어 사람들을 만나주렴.. 하면서-ㅎㅎ



로또 당첨금 244억 앞에 속앓이 하는 대박 대통령, 이순재


대통령 김정호는 복권 244억원에 당첨되자
어떻게 하면 자신의 신분이 알려지지 않고 당첨금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을 한다.



강렬한 카리스마, 그러나 첫사랑 앞에선 한없이 소심한 꽃미남 싱글 대통령, 장동건


김정호에 이어 대통령에 된 차지욱은 북한과 일본의 관계 악화로 한반도 위기를 맞는다. 그러던 중 괴청년의 습격을 받으면서 또 한번 고민에 빠진다.



서민남편의 대책없는 내조로 이혼위기에 처한 여자대통령, 고두심


한편 한경자는 이혼 위기에 몰리면서 공인이면서 개인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위치를 실감한다.


우리 사는 세상에 언제나 대통령은 있다..
그러나 '영화 속의' 대통령은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장진 식 유머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혹은 조금은 더 점잖아진 장진을 만나고 싶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원했지만 어디에도 없던 대통령.
이런 인간적이고 훈훈한 대통령들을
그저 정치적 '판타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현실이 조금은 서글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괜찮아 토닥토닥. 

재미와 감동이 함께 살아 숨쉬는, 보너스로 은밀한 메시지도 내포한 영화.
특별출연진도 주연 배우들 못지않게 화려해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 영화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건 싫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어떤 대목엔 누군가가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아니라고 해도 볼 때마다 그 사람이 생각나면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을지도 모른다."
장진 감독의 인터뷰 중 한 구절이다. 어쩐지 이 대목에서도 의미심장한 그 만의 '비꼼'을 발견한 느낌이네.

영화는 착하지만 그 무언가를 향한 특유의 메롱과 조롱이 녹아있음을,
이 의미심장한 인터뷰를 통해 드러낸 것일까.

현실이 조금 씁쓸해 마음이 아프지만, 우리는 123분 동안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그리고 '꿈'많은 아이에게 보여준다면,
그 아이와 함께 후다닥 나가지 말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30초 쯤 앉아 잠시 생각에 젖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사진 출처 : http://www.president2009.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