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필 실종사건_비난이 아닌 비판

일상 속 여행 2009. 10. 15. 11:03



웃음 코드의 대표주자
이범수가 돌아왔다. ^^


코믹 수사극.

금융계의 신화로 알려진 500억대 자산관리사 정승필(이범수).
프로젝트 성공률 100%를 자랑하며 초고속 승진에다, 지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등
회사 내에서 승승장구하지만 늘 동료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고 있다.
수백 억대의 계약을 앞둔 어느 날, 약혼녀 미선(김민선)과 차를 타고 가던 중
잠시 편의점에 들리겠다며 차에서 내린 승필은 홀연히 사라지는데…

무언가 흥미진진할 것 같은 느낌에 무작정 극장으로 향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는 감초 연기자들이 여기 다 모여있었네.



이범수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가 돋보였던 장면.
이범수가 감금(?)된 장소는 다 무너져가는 한 상가의 화장실이다.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다소 혐오스러운 장면도 나오다는 거...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엔, 다른 리뷰나 평점을 보지 말자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꼭 둘러보게 되는데...
대체적으로 평이 좋지 않다... 흐음

그치만 나 나름대로는 평이 그닥 좋지 않은 이 영화에서도 주목할 만한 점은 있다는 생각...^^
영화 속 중심인물은 정승필 단 한 사람인 것 같지만
우리들 각자가 자신의 삶에서 만큼은 주인공이듯, 다양한 캐릭터들 각각에 어느 정도의 무게가 골고루 실려있다.

(예를 들면, 유명한 미드 중에 <Heroes>나 <Prison Break>같은 거.
정말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뭔가 유기적으로 연결 됐다기 보다는
각각의 인물을 둘러싼 배경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어서,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어렵고 시즌이 넘어가면서 인물에 관한 긴 설명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멀티 캐릭터' 영화 제작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감독들이 언급한 바 있다.
여러 인물에 포커스를 두다 보면 이야기는 혼란스러워지기 쉽고
전개가 산만해지면서 영화가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이 하나의 퍼즐을 맞추듯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어
결국 영화가 끝날 즈음에 사건과 인물의 진실이 드러나, 관객이 무릎을 탁! 치도록 만들 수만 있다면
영화의 긴장감과 흥미는 배가될 것이다.

<정승필 실종사건은> 이러한 전략을 가지고 제작한 영화로 보인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정승필 / 그의 약혼녀로서 실종 직전 함께 있었던 미선 / 승진 때문에 과도한 수사를 펼치는 김형사 / 여자친구에게 배신 당한 뒤 여자에 대한 불신이 깊어져 무턱대고 미선을 의심하는 박형사 / 여기에 목격자로서 불명확한 증언을 하는 근처 편의점 직원 + 잘나가는 정승필을 시기하는 동료 선후배 + 경찰들을 귀찮게 구는 취객 + 김형사의 과도한 수사를 부추기는 기자까지... 헥헥...

정승필이 실종됐다! 라는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등장인물들...
그러나 결국 긴장감을 유지한 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뭐랄까? 저런 상황에서 저 인물은 어째서 저런 행동을 보이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개연성이 다소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거기에 코미디까지 가미를 하려니 보통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정승필 실종사건>의 문제는 어쩌면 '멀티 캐릭터'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난점에서 출발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개연성 내지는 유기적 연관성 부분을 잘 만져서 퍼즐을 잘 짜맞췄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어쨌든 이범수의 열연과, 영화 중간에 조금 등장하는 故장자연씨에게 경의를 표하며,

오늘의 리뷰는 여기까지-


저녁엔 이병헌,기무타쿠,조쉬 삼형제가 나오는 <나는 비와 함께 간다>로 눈요기를 해야겠다^^

(사진 출처 : http://www.whereisjs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