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와 2박 3일_눈물 쏙, 콧물 쏙.

일상 속 여행 2009. 10. 8. 17:45

엄마...
이세상 모든 자식들의 가슴 한 켠을 저릿하게 만드는 단어, 딸이라면 더욱이 그럴 것이다.

내가 스물일곱 내 나이를 부정한 채 갓 스물이고 싶어하듯이
엄마도 젊은 시절 생각하며 아직도 소녀같은 감성을 가지고 있을 테지만,
그 감성대로 살기엔 엄마를 둘러싼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그 무게를 잠시나마 덜어주고자, 엄마를 밖으로 불러냈다.


뭔가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연극을 한 편 보기로 했다.
선택한 연극은 <친정엄마와 2박 3일>
눈물 콧물 쏙 빼려고 작정하고 고른 연극이다.
우리 모녀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


"엄마, 이거 보고 엄마 할머니 보고 싶으면 어떡해? 울 거야?"
"에그, 엄마는 아까 그 포스터만 보는데도 눈물날 것 같더라."

엄마가 말한 포스터는 모녀지간으로 나오는 두 배우가 행복한 얼굴을 한 채 부둥켜 안고 있는 그 포스터가 아니라
그냥 배우들 얼굴이 좌르륵_ 그 위아래로 연극 장면장면이 모자이크로 있는 이걸 말하는 거였다.

아니, 이걸 보고 눈물이 나려고 했다니... 오늘 손수건 좀 적시겠는데...


아무튼, 미리 예매한 표를 받고 공연장이 있는 지하로 내려갔다.


이해랑 예술극장의 '이해랑'은 인명이었다.
무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실린 이름, 근대 이후 연극 공연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분이다. 
친필 원고부터 공연 포스터, 대본에 이르기까지 작품활동 전반에 관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는 이 공간만 봐도
얼마나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하셨는지 알 수 있다. 아주 넓지도 않으니 가볍게라도 둘러볼 만한 곳!

무엇보다 화장실을 가려면 꼭 이 공간을 지나야만 갈 수 있다는 거-


드디어 공연 시작 30분 전이 되어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맨 앞 자리를 예매해 두었던 터라 몰래 찍을 수 있었던 무대 사진 한 컷-

관람객들은 주로 우리네 엄마들 연령대가 대부분이었고, 우리처럼 모녀지간에 많이들 온 것 같았다. 
친정엄마 손을 꼭 붙잡고 공연장에 들어서는 중년의 아주머니 모습에, 괜히 찡-해졌다는...


이럴 줄 알았다. 이렇게 눈물 쏙 빼 놓을 줄 알았어ㅠ
백 분의 공연시간 동안 두 모녀는 표정, 몸짓, 대사로 둘 사이의 희로애락을 모두 보여주었다.
그리고 객석은 눈물바다... 마지막에 가서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내- 그냥 내내 그랬다...

"이것 좀 이렇게 이렇게 해봐"
"아 엄마, 쫌 내가 알아서 할게"
"너는 엄마가 말하면 한 번을, '응- 알았어 엄마-' 이러는 적이 없냐 어떻게~"
위의 상황이 익숙한 딸내미라면,

"이것아 너도, 너 꼭- 닮은 딸 하나 나아서 똑같이 당해봐라. 그래야 에미 맘을 알지"
위의 문장을 어디서 들어본 듯한 딸내미라면,

꼭 한 번쯤 봐야 할 연극!
연극을 보고난 뒤, 두 손을 꼭 맞잡은 엄마와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난 여름 공연을 아쉽게 놓쳤다면 더더군다나! 11월 15일까지 연장공연을 한다고 하니 이번에는 놓치지 마시고~
아휴 이거 뭐 무슨 공연 관계자 같네. 크크.
흠흠 아무튼_
강부자 엄마의 열연이 더욱 빛났던, 정말 강추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이었다.

<사진 출처 : 친정엄마와 2박 3일 공식 홈페이지 http://www.mom23.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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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문자로라도 고백을 해 보자,
"엄마, 내 엄마여서 고마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