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엄마 아빠가 진짜로 원하는 건?

일상 속 여행 2009. 5. 7. 10:43
왜, 대체 왜! ‘어버이날’은 공휴일이 아닌가?!

아니 내가 하루라도 더 쉬고 싶어서 이러는 건 절대 절대 절대 아니다.
‘어린이날’ 아이들과 씨름한 부모님께도 휴식을 드려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
나의 논리! 음음! (다시 강조하지만 절대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어버이 은혜야 매일 매일 묵상(!)하는 것이 지당한 일이지만
알면서도 매일 그냥 너무 익숙하고 마냥 편하기만 해서 그 마음을 전하는 게 쉽지 않다.
어렸을 때는 학교에서 빨간 색종이로 말도 안 되는 카네이션을 만들어
부모님 가슴에 달아드리고
매년마다 ‘앞으로는 오빠와 싸우지 않겠으며,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딸이 되겠으며,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레퍼토리를 편지지에 꼬박 적었다.

초등학교 때 아빠께 드리는 어버이 선물은 양말이나 손수건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보다 기억에 남는 건 엄마께 분홍 고무장갑을 선물해드렸던 일이다.
엄마의 손이 거칠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드리긴 했지만
커서 생각해보니 좀 실수했나 싶기도 하다. 묘하게 기분이 별로일 것 같다는 예감?
그래서인지 그 후로 엄마는 늘 ‘현금’을 원하신다는… @_@

“옷도 화장품도 다 필요 없어야~ 상품권은 잘 쓰게 되지도 않는다니까!
노민아, 엄마는 현금이 제일 좋더라아~”



며칠 전부터 

“엄마, 아빠아~ 필요하신 거 없어요? 이번에도 현금? 그래도 뭐 좀 기억에
남는 게 좋잖아. 내가 이번에 팍팍 쏜다니까~ 아낌없이!"
 

라고 여쭤보지만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돌아오는 담담한 엄마의 대답.

“우리 딸, 실한 남편감 데려오는 게 제일 큰 효도라고 말했지? 절대 이른 거 아니다 너.
엄만 이제 돈 욕심도 안 난다. 행여나 쓸데없는 데 돈 낭비하지 말그래이.”

그럼 옆에서 아빠가 조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씀 하신다.

“아니 당신은 왜 그렇게 못 보내서 안달이야. 나는 얘 시집 안 보냈으면 십구마잉.”



이제는 엄마 아빠의 흰 머리카락을 뽑아드리기엔 그 수가 너무 많아져 버린 게,
아직도 9시 넘으면 언제 들어오냐고 조심해서 오라고 꼬박 문자 보내시는 아빠가,
매일 바쁜 척만 하는 딸한테 아침마다 홍삼 챙겨주는 엄마가,
애잔하고 서글프다.


값비싼 선물도 좋고, 카네이션도 좋지만! 결론은 역시, 평소에 작은 것부터 잘하자!
조금 쑥스럽지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이 세 마디 전해드려야겠다.


물론 아주 찐-한 포옹과 함께, 히히 :)
우리는 종종 우리가 혼자 이렇게 커서 사람처럼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어서 그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한 순간이라도 빨리.

아, 역시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봐야 그 마음 조금이나마 더 알려나 보다.
그러려면 엄마 말대로 먼저 신신..신랑감을…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