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 쿠바(Cuba)에서 즐긴 낭만 기차 여행, 쿠바 유일의 전기 기차를 타다!

일상 속 여행/아시아 / 오세아니아 2012. 1. 4. 11:12

여러분은 쿠바에 가면 어떤 것을 체험해보고 싶으세요? 김치군님께서는 쿠바 여행 당시에 기차에 흠뻑 매료되셨었다는데요. 그래서 다양한 종류의 기차를 타보셨다고 합니다. 여러 기차 중 쿠바의 만딴사스에서 탄, 쿠바 유일의 전기 기차를 트래블 다이어리에 소개해주셨네요. 이 전기 기차는 수십 년 동안 운행된 탓에 문이 고장 나거나 좌석의 팔걸이가 떨어져 나갔지만, 여전히 쿠바의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겉모습은 허름하지만, 낭만적인 쿠바의 기차 여행! 지금 시작합니다.

글/사진: 김치군[김치군의 내 여행은 여전히  ~ing]

[쿠바 여행] 쿠바(Cuba)의 만딴사스(Mantanzas)에서 낭만적인 기차 여행을~

쿠바 여행을 할 당시만 하더라도 기차에 푹 빠져 있어서, 다양한 기차를 타보기 위해서 여러 곳에 갔다. 쿠바(Cuba)의 만딴사스(Mantanzas)도 그래서 방문하게 된 도시인데, 정말 이쪽으로 가는 기차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어서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말레꼰(malecon)에서 친해진 쿠바 현지인 친구가 마침 그 근처에 살고 있어서 정보를 준 덕분에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바나(Havana)에서 기차를 타고 다른 도시로 갈 생각이었지만, 아쉽게도 기차 정비 때문에 3일간 기차가 없을 거라는 소식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른 기차를 타보기로 했다. 아바나에서 기차를 타고 만딴사스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총 4시간 전후. 반대로 버스를 타면 2시간이면 가는 거리지만, 그래도 쿠바의 유일한 전기 기차라는데 의미를 두고 싶었다. 한국에서야 지하철이 모두 전기로 다니지만, 쿠바에서는 또 상황이 다른 거니까.

[쿠바 여행] 쿠바(Cuba)의 만딴사스(Mantanzas)에서 낭만적인 기차 여행을~

만딴사스로 가는 기차는 아바나에서 출발하지 않기 때문에 카사블랑카(Casa Blanca)라는 곳까지 페리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아침 8시 35분 기차를 타고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페리 터미널에 7시 반쯤 미리 도착했다. 이 페리를 이용하는 외국인 여행자는 거의 없는지, 모든 요금을 내셔널 페소(CUP)로 받고 있었다. 나야 현지에서 길거리 음식을 사 먹느라 좀 바꿔둔 것이 있어 다행이었는데, 내 뒤로 도착한 2명의 여행자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CUP로 내면 100원 정도밖에 안될 금액이지만, CUC(외국 관광객만 쓸 수 있는 화폐, 세유세)로 내면 거의 2,000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었는데 담당자는 무조건 CUP로만 내야 한다고 우기고 있었다. CUC로 받으면 그들한테도 이득일 텐데 말이다. 그렇게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그들을 보다가 그들의 페리 비용을 대신 내줬다. 그래 봐야 200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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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터미널에서 보는 풍경. 아직 이른 아침이라 해가 높지 않은 곳에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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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0원의 페리 비용을 내주고 나니, 그들이 고맙다며 가방에서 사이다 하나를 꺼내줬다. 가세오사(Gaseosa)는 음료수라는 의미인데, 미국산 제품을 팔지 않는 쿠바에서 씨에고 몬뗴로(Ciego Montero)는 가장 자주 마시는 음료수 중 하나이다. 콜라도 마찬가지로 이 브랜드인데, 맛은 음…. 어쨌든 그들이 준 음료수는 출발 직전에 냉장고에서 꺼내온 건지 아주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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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외국인과 나를 제외하면 모두 현지인. 궁금해서 옆에 있던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이 페리를 이용하는 외국인 여행자는 거의 못 봤다고 했다. 다만, 카사블랑카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향하는 페리에는 외국인들이 꽤 있는 편이라  했고, 이어서 야구 이야기를 했다. 쿠바에서는 어떻게 대화를 시작하던 야구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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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여행] 쿠바(Cuba)의 만딴사스(Mantanzas)에서 낭만적인 기차 여행을~

아바나 동쪽의 항구 모습. 꽤 오래되 보이는 배와 새로운 배가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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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여행이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인 듯 다들 무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긴, 나도 지하철을 탔는데 신기한 듯이 사진을 찍는 외국인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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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를 타고 가는 동안 해는 점점 더 높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 페리를 타려고 부랴부랴 움직인 날이 쿠바에서 가장 일찍 일어났던 날인 것 같다. 나는 보통 여행만 하면 10시 이전에는 일어나지도 못하는 게으름의 대명사인데, 더운 나라 사람들은 참 부지런한 것 같다. 아마도 정오가 지나면 엄청 더워지니 더 일찍 일하기 위함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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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페리에서 내리고 나니, 바로 길 건너편이 카사블랑카 역이었다. 나와 함께 페리를 타고 온 외국인 친구들은 이곳이 목적지가 아닌 듯 나에게 인사를 하고 반대방향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역에 가 보니 어느새 열차가 도착해서 사람들을 태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출발시각까지 20분이 채 안 남았는데, 도저히 표를 파는 곳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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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차를 놓치면 다음 기차는 무려 4시간 뒤. 하루에 5번밖에 없는 노선인데다, 이걸 타고 돌아올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기차를 놓치면 굉장히 난감했다. 다행히 청소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에게 물어보니, 기차비는 기차가 출발하고 난 후 거기서 현금으로 내면 된다고 알려줬다. 덧붙여서, 외국인은 외국인 요금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까지.
 
[쿠바 여행] 쿠바(Cuba)의 만딴사스(Mantanzas)에서 낭만적인 기차 여행을~

아침나절의 빛을 받은 카사블랑카 역. 나를 제외하면 모두 현지인들이었다. 그나저나 평일이어서 그런 것일까,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사실, 버스가 더 빠르니 이 기차노선을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 같은 관광객이 거의 오지 않는 루트인데다, 현지인들도 버스가 더 빠르다는 것을 알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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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 역의 풍경. 굉장히 오래된 기차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창문도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형태이다. 얼핏 보면 지하철 같이 생겼는데, 이 열차는 1917년에 처음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녀석이 이용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오래되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한 상태의 기차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고칠 수 있는 돈과 자재가 없어서 이렇게 유지되는 것 같다. 하긴, 최근에는 장거리 기차도 자재와 연료부족으로 운행 편수를 줄이는 상황이라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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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 타자마자 등받이가 직각인 철제의자를 보고 오래된 기차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기차의 각 량을 연결하는 곳은 문이 없거나 제대로 닫히지 않는 곳이 다반사였고, 좌석의 팔걸이도 이미 떨어져 나간 것이 대부분이었다. 등을 직선으로 펴야 했던 이 기차의 좌석은 당연히 그냥 딱딱한 나무였다. 4시간이나 가야 하는데 너무 고단한 길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나 말고 기차에 탄 사람이 10명이 채 안 되었으니 4좌석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그 10명도 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 가는 내내 그리 심심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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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닫히지 않던 기차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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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전원 풍경. 아주 풍족해 보이는 느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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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차가 출발하고 30분쯤 지나자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목적지를 물어보고 표를 팔았다. 기차비는 당시 환율로 대략 3천 원 정도. 타고 가는 시간을 따지자면 그리 비싼 것은 아닌 듯싶었다. 쿠바 자체가 원래 외국인 버스가 비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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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달리는 기차를 사진에 담아보았다. 얼핏 봐도 기차 대부분이 녹슬어 있는 듯싶다. 이렇게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면 위험하지 않을까 싶지만, 워낙 달리는 속도가 느려서 별문제는 없었다. 시속 20~30km 정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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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멈춰 섰던 간이역. 이름도 없고, 저렇게 정류장(?) 하나만 덜렁 있었다. 그래도 꽤 많은 사람이 오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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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만났던 꽤 큰 규모의 역. 바로 전의 간이역과 확실히 차이가 난다. 카사블랑카와 만딴사스를 오가는 루트는 단 2대의 열차만으로 운행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한대라도 고장 나면 일정이 반 토막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달려가면서 느낀 거지만 이쪽에는 별다른 교통수단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기 사람들은 선택의 폭이 좁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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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의 이름은 허쉬(Hershey)역. 우리가 알고 있는 허쉬 초콜릿의 허쉬가 맞다. 이 철도를 세운 것이 바로 허쉬 초콜릿 회사인데, 이 철도가 세워질 1917년만 하더라도 미국의 투자가 상당히 많았던 시기였다. 쿠바가 사회주의로 변하게 되면서 미국 자본들이 모두 철수할 때 남은 이 유산이 아직도 쿠바에서는 현역으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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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여행] 쿠바(Cuba)의 만딴사스(Mantanzas)에서 낭만적인 기차 여행을~

만딴사스로 가는 풍경은 조용한 전원 풍경의 연속이었다. 높은 산이 없는 쿠바이기에, 팜트리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풍경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지루하다기보다는, 여태까지 봐 온 대도시의 쿠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 오히려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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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좌석에 앉아 가시던 할아버지. 이 사진만 보더라도 기차 안에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 할아버지도 나에게 처음에는 말을 걸어오긴 했는데, 이상하게 내 스페인어를 알아듣지 못하셨다. 내 발음이 그렇게 안 좋았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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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자유. 정확히 말해서 쿠바 사람들은 담배가 아니라 시가(Cigar)를 피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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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건물 하나만 달랑 있던 간이역. 그래도 깔데론(Calderon)이라는 이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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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의 소 한 마리. 4시간 동안 이런 한적한 풍경이 이어졌다. 집이 몇 채 나온다 싶으면 간이역이 한 개 정도 있었다. 이렇게 느긋하게 20~30km로 달리니 버스로 2시간이 채 안 걸리는 거리가 4시간 혹은 그 이상 걸리는 것이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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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화물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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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4시간이 조금 넘었던 쿠바의 전기 기차 여행은 막을 내렸다. 만딴사스는 사실 여행자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이 없는 도시이기 때문에 여기는 잠시 스쳐 지나가고, 하루의 일정을 마치면 다시 아바나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갈 때는 정말 지독히 느린 기차가 아니라 빠른 버스를 타고 가리라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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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딴사스 역


만딴사스 역은 만딴사스에서도 다소 외곽에 있어 도심으로 가는데 살짝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한 번쯤 타볼 만 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한국에서는 이 기차를 이용했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매력 없는 기차여행이려나? 아니면 너무 불확실성이 많은 여행길이라 그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