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로밍]오스트리아 비엔나 중앙묘지로의 색다른 여행

오스트리아는 베토벤, 모짜르트, 쇼팽 등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본 음악가를 배출해 낸 국가로도 유명한데, 그 사람들이 한 곳의 묘지에 묻혀 있다고 하니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요. 색다른 여행지 오스트리아 중앙묘지 그곳은 어떤 느낌일까요? 김치군님의 여행기 함께 보시죠 

 글/사진: 김치군[김치군의 내 여행은 여전히  ~ing]

음악가의 묘라는 별명이 있는 비엔나의 중앙묘지. 비엔나 시내에서 6번이나 71번 트램을 타고 Zentralfriedhof 3.Tor에서 내리면 갈 수 있는데요. 관광지도 아닌 묘지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데에는 바로 음악가들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오스트리아는 베토벤, 모짜르트, 쇼팽 등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본 위대한 음악가를 배출해 낸 곳으로도 유명하니까요~

비엔나 중앙묘지(Wiener Zentraltriedhof)가 처음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닙니다. 원래 음악가들의 묘는 오스트리아 각 지역에 흩어져 있었는데, 비엔나 시장의 아이디어로 이곳에 모두 모이게 되었습니다. 음악가뿐만 아니라 학자나 정치인 등 유명한 사람들의 묘가 모두 이곳에 있는데, 덕분에 일반인들도 이 곳에 묻히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서 중앙묘지의 크기는 지금도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겨울의 초입에 국립묘지를 찾았지만, 묘지라는 이미지와는 별개로 중앙묘지는 그렇게 음산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곳이니만큼, 그리고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묻혀 있어서 잘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비엔나 중앙묘지에는 묘소가 약 33만기에 달하는데, 가족 묘들에는 사람들이 합장 될 수 있으므로 100만기 이상 묻힐 수 있는 정말 거대한 규모의 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앙묘지에서도 다양한 건물들과 묘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굉장히 단순한 형태의 조각상만 있는 묘가 있는가 하면, 화려한 조각으로 가득 차 있는 묘들까지.. 묘지가 아니라 조각을 모아놓은 곳이라고 해도 충분히 보러 올 가치가 있을 정도로 정교한 조각상 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같은 모습을 한 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특히 길 안쪽이 아닌 길가 쪽에 있는 묘는 모두 높은 퀄리티의 조각과 세련된 모습의 비석을 가진 묘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름을 봐서 알 수 있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묘들을 봤을 때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지 않을까 싶은 묘들이었죠.

중앙묘지의 지도

중앙묘지 중 음악가의 묘는 중앙에 서 있는 뤼거 교회에 조금 못 가서 왼편 32A 구역에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모두 알만큼 유명한 악성 베토벤의 묘

마지막에 귀가 잘 안 들렸지만, 그 덕분에 더 멋진 음악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베토벤 후기의 작품은 당시로는 기이하기 짝이 없는 음악이라고 평가받았다지만, 지금은 그 음악을 모르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지요. 비엔나에 35년간이나 산 베토벤은 비엔나의 가장 대표적인 음악가로 그의 장례식에는 2만 명 이상의 사람이 몰렸었다고 합니다.

모짜르트의 기념비

모짜르트의 무덤이라고도 하지만, 사실 모짜르트는 어디에 묻혔는지 아는 사람이 없어서 실제로 관이 이곳에 안치되어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슈베르트의 묘

묘 앞에 꽃들이 계속 있는 것은 음악가들을 존경하는 관광객들이 계속해서 놓고 가는 것도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묘지 측에서 별도로 또 관리하고 있는 것도 있는 듯싶었어요

브람스의 묘

교향곡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브람스의 왈츠 곡들도 굉장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브람스도 역시 교과서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이름이죠?

브람스의 옆으로 있는 또 다른 묘는 왈츠의 황제라 불린 요한 스트라우스 2세. 어찌 보면 두 묘가 나란히 있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왈츠는 비엔나 시민에게 큰 사랑을 받았었는데, 그의 장례식에는 비엔나 인구의 1/3이나 모여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중앙묘지의 중심에는 이렇게 중앙묘지를 추진했을 당시의 시장이었던 칼 뤼거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교회가 있습니다. 이 교회는 옛 영화들의 촬영장소가 되었던 것으로도 유명한데, 지금 세대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영화들이랍니다.

제가 소개해 드린 중앙묘지는 입구에서 뤼거교회까지 가는 길에 음악가의 묘에 들렸다 가, 교회를 보고 나오는 길이 중앙묘지를 둘러보는 방법인데요. 그 길 양편으로 수많은 묘와 똑같지 않은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묘소의 조각에 관심이 있으면 더 둘러봐도 되지만, 이 길을 왕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방문한 시기가 겨울의 초입이었지만, 녹음이 가득할 때 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묘지지만, 묘지 같지 않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눈에 띄던 사자머리 모양을 한 조각상.

마지막 출구쯤에 다다라서 아쉬운 마음에 중앙묘지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조금 더 소박한 느낌의 비석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입구에 가까운 곳이라서 그럴까.. 다들 굉장히 오래된 묘들이었는데.. 관리상태로 봤을 때에는 안치한 지 정말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묘들이 많았어요~

우리 말고도 관광을 온 관광객에서부터 아마도 가족의 묘를 찾아온 것처럼 보이는 사람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비엔나에 와서 오페라를 보는 것도 좋았지만, 평소에 공부하고 그리고 많이 들었던 음악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 묻혀 있는 곳에 오는 것도 정말 색다른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